[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성모님의 기쁨은 예수님께 속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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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8/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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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1장 1-16.18-23절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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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여기 있습니다
서품식에서 주교님이 새 사제들의 부모님을 소개하십니다. 새 신부님들이 부모님을 제단 아래로 모셔와서 축하 인사를 하는 때도 있습니다. 보통 큰 박수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그런 후에 신부님들은 다시 제단으로 올라가고 부모님은 신자석으로 돌아갑니다. 이 장면, 이 헤어짐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지곤 했습니다. 자신의 전부를 봉헌하겠노라 바닥에 엎드린 후보자는 교회 공동체를 위해 바쳐진 제물, 교회의 소유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섰고 부모님 역시 같은 시간 사제의 부모로 태어나셨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진심을 담아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평생 한 번뿐인 그 축하 소리가 잦아들면 이제 노심초사, 아들 신부님을 위한 한결같은 기도와 침묵과 희생이 따릅니다. 행여나 아들 신부님에게 누가 될까 싶어 매사에 조심하는 심정으로 부모님은 사십니다. 그때부터 부모님의 기도는 더욱 밀접하게 교회와 연결됩니다. 아니 부모님의 기도는 그날부터 교회의 소유가 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부모님들은 그날 교회로부터 받은 박수갈채에 그렇게 평생 대답하십니다. 성모님의 축일인데 복음은 예수님이 어떻게 태어나셨는지에 대해서만 소개합니다. 우리가 임마누엘 하느님을 믿는 것이 성모님께서 기뻐하실 생일 선물, 박수갈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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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부(수원교구)
생활성서 2023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