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무스타파 알카드헤미 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4세 고령에 3000Km '위험한 여행 '
하루 확진 4000명대 ... 테러도 불안
기독교. 이슬람 공동의 뿌리 찾아
종교간 갈등 극복, 소통, 평화 호소
프란치스코 교황의 5~8일 중동국가 이라크 방문은 ‘위험한 여행’이다. 교황의 고령과 이라크 현지의
코로나19 악화, 그리고 보안과 테러 위협이라는 세 가지 악재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바티칸과 이라크의 시차는 2시간, 거리는 약 3000㎞로 비행시간이 4시간 10분 정도다. 1936년생으로 올해
만 84세의 교황에게 해외방문 일정은 만만치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황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받았다곤 해도 이라크의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다.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도미터에 따르면 7일까지 확진자 72만3000명 이상, 사망자1만3500명 이상이 나왔다. 중동에서 이란 다음으로 피해가 심하다.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4일 5043명, 5일 5127명, 6일 4068명을 각각 기록했다.
이라크의 보안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지난 2월 15일에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에르빌의 국제공항 근처 미군기지가 로켓탄 공격을 받아 미국 계약업체 소속 외국인 1명이 숨지고 미군 1명 등 적어도 14명이 부상했다. 2월 20일에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35㎞쯤 떨어진 타미야흐라는 곳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잔당이 보안군을 공격해 IS 무장대원 5명과 이라크 보안군 2명이 숨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를 찾은 걸까. 교황의 일정을 살펴보자. 교황은 바그다드를 찾아 이라크 대통령과 총리를 만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바그다드의 동방 가톨릭 교회를 방문한 다음 고대국가 수메르의 도시인 우르를 찾았다. 우르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출생지로 여겨지는 도시다. 교황이 우르를 찾은 것은 뿌리가 같은 아브라함 종교끼리 서로 갈등하지 말고 소통하면서 평화를 도모하자고 호소하는 의미가 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일 이라크 고대도시 우르에 있는 아브라함의 집을 방문해서 연합 종교행사를 진행했다.
[AFP=연합뉴스]
바티칸 뉴스등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지시간) 교황은 이라크 나지플르 방문해 이슬람 사이파 지도자 아야 톨라 알리 알리
이슬람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사적 만남이라고 전했다. 교황의 다음 방문지인 북부 유전도시 모술은 중동에선 드물게
과거 민족적,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과 공존을 자랑하던 메트로 폴리탄 도시였다. 교황의 그간 행적과 이번 일정을 함께
보면 방문취지는 더욱 뚜렸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13일 즉위한 뒤로 전 세계를 다니며 사랑과 관용그리고 공존을 역설했다. 주요 방문국을
살펴보면 가톨릭이나 기독교국가는 물론 이슬람, 불교 국가와 종교가 사라져 가는 일당독재 공산국가까지 포함됐다.
2013년 교황의 첫해외 방문은 전임 베네딕도 16세 시절에 약속이 됐던 브라질이었다.
2014년엔 이스라엘 요르단,팔레스타인을 찾았다. 기독교가 소수인 지역이다.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해다.
2015년엔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와 가톨릭국가인 필리핀에 이어 보스니아해르체고비나 를 찾았다.
또 미국을 찾으면서 공산국가인 쿠바도 방문했다.
2017년에는 이집트에 이어 로항야족 추방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마얀마와 이웃 방글라데시를 찾았다.
2019년에는 무슬림 국가지만 다종교, 다문화외국인 이주민을 품고있는 아랍에미리트를 찾아 미사를 집전했다.
이처럼 다른 종교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곤존과 평화를 추구하지는 것이 바로 교황의 뜻이다.
이번 방문도 이라크에서 핍박 받아 왔던 신자들의 가슴을 어루 만지고 평화와 공존의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 된다.
최 인택 국제 전문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