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오늘까지 주후반 사흘간 연재되고 있는 '전설3 [일루전ILLUSION]제2부 은신'은 현재 전매리의 수기 '미망'으로 읽고 있습니다. 매리의 음성으로 그가 동명 팔공산 자락에 숨듯 있는 작은 교회 금암리교회에 표착하듯 들어와 사흘을 보내고 나흘째 아침 아버지 전다위 목사가 낙향해 살고 있을 수원으로 가려고 막 나서는데 우체부가 교회에 들어섰습니다.
------------------------
왜옥동네의 전설•3
일루전ILLUSION
제2부 은신 (제78회)
6. 수원으로-16
“아, 요분 주일에는 와 아무 소식이 없노 했네예.”
“우리도 명절을 쇠야지예. 명절이라 놀았심더. 하하하.”
“하기사, 우체부 아저씨가 설 명절에 안 놀마 일년 중 언제 놀날이 있겄노?”
“하하하, 사모님도 참, 공일날은 우리도 놉니더.”
“아, 그런가, 참.”
“아이고, 내가 와이카고 섰노? 자, 여게 우편물.”
나는 그 우체부가 어쩐지 나에게 올 편지를 안고 왔다는 느낌이 들었으므로 그들의 대화가 좀 짜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내 예측은 적중했습니다.
“아, 이거는 등기우편입니더. 도장을 갖고 나오시야 되겠는데예.”
“등기라꼬요? 아, 이거는 매리 자매한테 온 기네? 누가 매리 자매가 여게 있는 줄 알고 편지를 했으꼬, 그것도 등기로?”
발신인은 채 아무개라는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그러자 곽이 이곳 조사 식구들에게 자기가 채가라고 말했다는 것을 생각해냈습니다.
“제 편집니꺼? 그라마 지 도장이라야 되겠네예?”
나는 바로 내 보따리에서 도장이랑 도민증 따위를 간수한 주머니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는 목도장을 꺼내 우체부에게 내밀었습니다. 손이 떨렸습니다. 우체부가 도장을 수령장에 찍고 돌려주자 이를 받는 것보다 더 급하게 인자 이모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챘습니다.
나는 거기 서 있는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 보따리를 움켜 싸들고 그냥 발길을 내 방 쪽으로 돌려 바쁘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닫고 불을 켜고 부랴부랴 편지를 뜯어 내용을 꺼내 읽었습니다.
우편물 발신일이 바로 이틀 전, 설날 이튿날이었습니다. 이틀 만에 편지가 이 골짜기에 닿았으니 기적처럼 빨리 온 셈이었습니다.
편지지 한 쪽을 채운 내용은 간추리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건강 회복 상황과 설 명절은 어떻게 지냈는가 하는 문안 다음에 자기는 당분간 대구에서 일단 생활이 가능한 숙소 마련과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자기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둘을 위한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듯이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이 함께 공생할 공간과 생활 대책을 세운 다음 나를 데리러 오고 싶은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간이 당장은 어려울 같으니까 교회에서 그때까지 묵게 해줄까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이 아예 부모님들이 가 계신다는 고향 수원으로 올라가 있으면 어떤가 하고 의사를 타진하고 있었습니다.
-----9월 25일(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