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데이터] 회장 바뀔 때마다 사람 잘라 이익 늘리기, 국가기간 통신사업자 KT의 비극.
20년째 부동산 팔고 인력 감축… 가입자는 3위로 추락, 통신 공공성도 뒷전.
(전문은 댓글로.)
KT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자회사 KTOSP와 KTP&M를 떼내서 5700명을 자회사로 전환 배치하거나 특별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KTOSP는 선로 설계와 시공 사업을 맡고 KTP&M은 전원 시설 설계와 유지 보수 등을 맡게 된다. 전체 직원의 30%를 내보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영섭(KT 회장)은 LGCNS 시절부터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렸지만 통신에 문외한이었다. 비전 제시 없이 손쉽게 이익을 늘리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KT는 지난 20년 동안 반복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익을 늘려왔지만 경쟁력은 계속 추락을 거듭했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도 계속 줄어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에게 2위를 내줬다.
- 한때 국민기업으로 불렸던 KT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 단순히 비용 감축이 아니라 국가 공공재인 통신 인프라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KT 구조조정의 역사.
- KT는 지난 25년 동안 세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 이계철(전 한국통신 사장)은 1997~2000년까지 무려 1만6000여 명을 정리해고 했다.
- 민영화 이후 첫 사장인 이용경(전 KT 사장)은 2002년 취임과 함께 5000여 명을 자르고 시작했다.
- 이석채(전 KT 회장)도 2008년 취임하자 마자 6000여 명을 구조조정했다.
- 황창규(전 KT 회장)도 취임 첫 해인 2014년 8000여 명을 구조조정했다.
- KT의 임금 총액은 20년 전에도 2조 원 수준이었는데 여전히 2조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람 잘라서 이익 내고 주주 배당줬다.
- 구조조정도 돈이 든다. 구조조정을 하는 해에는 퇴직 위로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이익이 급감하지만 다음 해는 크게 늘어난다.
- 황창규도 2013년 영업이익이 3100억 원이었는데 8000여 명을 구조조정했던 2014년 -7195억 원 영업 적자를 냈고 이듬해 8369억 원으로, 2016년에는 1조596억 원으로 늘어났다.
- KT의 구조조정은 악명이 높았다. 이석채 시절에는 3000억 원을 투입한 무궁화위성 3호를 홍콩의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도 했다. 지역의 지사 사옥을 내다팔고 임대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현금을 만들어 주주들에게 배당을 줬다.
직원 자르고 성과급 챙겼다.
- 황창규는 취임 첫 해인 2014년, 경영 실적 정상화를 이유로 기준급의 30%를 반납했다. 첫 해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5억700만 원이었다.
- 대규모 구조조정을 끝낸 2015년에는 급여를 정상화했고 영업이익 개선을 명분으로 상여금을 6억5100만 원으로 올려 받는다. 보수 총액은 12억2900만 원으로 불어났다.
- 3년 차인 2016년에는 상여금 18억5800만 원을 포함해 보수 총액이 24억3600만 원으로 늘었다. 황창규가 2020년까지 7년 동안 받은 임금은 퇴직금 포함 117억 원에 이른다.
- 이석채는 한때 연봉이 70억 원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2013년 이전에는 연봉이 공개되지 않아 확인되지 않는다. 2013년 임기 마지막 해 연봉은 퇴직금 11억 원 포함 30억 원이었다.
- 후임 구현모는 3년 동안 퇴직금 19억 원을 포함, 62억 원을 받았다.
- 김영섭은 올해 상반기에만 급여 2억7800만 원에 상여금 3억3200만 원을 받았다.
이익 나는데도 구조조정, 내년 배당도 이상 없음.
- KT는 구조조정이 절박한 상황이 아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1조7000억 원에 이른다.
- KT 소수 노동조합인 KT 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김영섭 취임 후 1년여 만에 대규모 인력감축을 해야 할 만큼 경영 상태가 나빠졌다면 이에 따른 스스로의 책임도 물어야 마땅하다”면서 “일방적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기에 앞서 스스로 연임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실적 포장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매우 비윤리적 경영 행태”라는 주장이다.
- 최근 신한투자증권이 낸 KT 실적 전망 보고서가 화제가 됐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인건비가 줄어들고 중장기적으로 배당 재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면서 “2025년 주주 환원 수익률이 당초 전망 6.9%에서 최대 8%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아람(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은 “톱픽(top pick)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 신한투자증권은 4분기에 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주당 배당금 2000원 지급에 큰 무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2014년 구조조정 때는 영업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그 보다 상황이 훨씬 낫다는 이야기다. 당장 내년에는 광진구 부동산 프로젝트로 4000억 원 이상 이익이 발생할 전망이다.
KT의 검찰 출신 이사들.
- KT에는 미등기 임원이 77명 있다. 이들의 급여 총액은 534억 원, 평균 5억5200만 원을 받는다.
- 김후곤(KT 컴플라이언스 위원장)은 서울고검 검사장 출신이다.
- 이용복(KT 법무실장)은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으로 윤석열(대통령)과 함께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팀에서 일했다.
- 추의정(KT 감사실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이고,
- 허태원(KT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도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이다.
- 이밖에도 KT 자회사인 케이벵크에는 수원고검 검사장을 지내고 윤석열의 사법연구원 동기인 오인서가 사외이사로 있다. KTIS에는 수원지검 부장검사를 지낸 박두순이 사외이사로 있다.
- KT스카이라이프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최영범이 사장으로 왔다. 나스미디어에는 윤석열 대선 캠프 홍보특보를 지낸 임현찬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석 줄 요약.
- 26조 원의 매출을 내고 2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가 인건비 3000억 원을 줄이겠다고 직원 3분의 1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한다.
- 장기적으로 이익도 늘고 주주 배당도 늘겠지만 이 구조조정에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장기 사업 전략, 비전, 공적 책임, 기업의 철학이 빠져 있다.
- 가뜩이나 이번 구조조정으로 KT의 핵심인 통신 인프라가 크게 위축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6년 전 아현지사 화재 사고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