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삼성보다 DRAM 기술에서 앞섰다는 것을 6개월 전에 나는 알았는데, 이제 와서 모든 언론이 삼성 위기라고 난리이다. 소리만 요란하지 진짜 원인은 말하지 않는다. 진짜 몰랐을까, 아니면 모르는 채 했을까, 아니면 그래서는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지 않은 것일까?
박근혜를 겪고도 그보다 더 형편없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밀어올린 조중동 등 극우 언론이 자기편 정치인을 Spoil 시켰듯이 한국 언론 전체가 삼성을 스포일 시켰기 때문에 그들의 위기가 눈앞에 오고서야 알게 된다. 눈앞에 와도 진짜 이유를 찾지 않고 변명거리를 주면서 더 스포일 시킨다.
왜 스포일이라는 말을 우리말로 사용하지 않는가? 마켓팅을 하면서 'Don't spoil a customer'라는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 있다. 여기서 spoil이라는 말을 우리말로 정확하게 번역하기 힘들다. 아이를 spoil시키는 것을 자녀 교육의 최대 실패로 보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개념이다. 우리가 흔히 영어책에서 보는 spoiled child는 '버릇없는 아이'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spoil은 라틴어 spolium에서 나온 말이다. 원래는 (짐승의) 가죽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내 이 말이 갑옷이라는 의미까지 지니게 되었다. 로마가 이민족과 전쟁을 할 때 적의 갑옷이 가장 큰 전리품이었다. 그중에서도 적장의 갑옷은 큰 가치가 있었다. 투구, 방패, 칼도 전리품이 될 수 있지만 갑옷은 비싸기도 했고 적을 생포하거나 죽였다는 가장 확실한 징표였기 때문에 자신의 용맹함을 드러내어 로마 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전리품이었다. 이내 spolium(주로 복수형인 spolia)은 '전리품'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이제 전쟁할 때 전리품에 눈이 멀게 되어 군인들은 노략질을 하게 되었다. 이 단어는 더 나쁜 뜻인 '노략품'을 뜻하기도 했다. 동사 spolio로 쓰이면 '(~을) 전리품으로 얻다', '약탈하다'라는 뜻이 되었다.
우리가 갑옷을 만들려면 사냥을 하여 짐승을 얻고 그 가죽을 벗기고 무두질을 하여 재단을 하고 바느질을 해야 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수고를 거치지 않고 전장에서 죽은 적군의 갑옷을 벗겨오면 비싼 물건을 손에 얻고 용맹한 군사라고 칭찬까지 듣는다. 여기에 더 나아가 원하는 물품을 노동을 통해 얻지 않고 무기를 들고 다른 부족에게서 빼앗아 오게 된다. 그들은 영영 힘들게 노동하는 법을 잊는다. 타 부족이 분노하여 제대로 준비하고 기다리면 죽는다.
아이를 spoil 시키는 것은 단지 버릇이 나쁜 응석받이로 기른다는 뜻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 노력을 하지 않고도 손쉽게 세상 사는 물질이나 토대를 얻게 하는 행위를 뜻하게 된다. '고객을 스포일시킨다'는 것도 비슷한 뜻이다. 아이를 spoil 시키지 않기 위해 고교를 졸업하면 바로 독립하게 하고, 고객을 spoil시키지 않기 위해 접대, 특히 향응이나 뇌물 제공을 엄격히 통제한다. Bill Gate가 자녀에게 돈을 거의 물려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청자에게 좋은 정보나 즐거움을 제공한 대가로 보수나 광고를 얻는 수고를 하게 하지 않고 해마다 일정액의 광고를 통째로 약정함으로써 언론사를 spoil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재벌회사이다. 국민경제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거대기업의 문제점을 그 조짐이 있을 때부터 파악하고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처하는 수고를 하게 하지 않고 그 재벌 오너의 문제와 비리, 무능력을 끝까지 보려 하지 않고, 보았으면 덮어주고, 원인을 외부적 요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돌려 그를 보위하는 것은 언론이 재벌 오너를 spoil 시키는 것이다.
역사상 황제 독재를 가장 잘 했다는 청나라도 강희-옹정-건륭을 거치면서 황제와 신하 사이가 너무 멀어지고 신하의 자율성이 극도로 제약되면서 결국 망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오면서 평등한 사회주의를 목표로 한 나라가 왕조국가가 되어 완전히 망조가 들었다. 극심한 경쟁에 노출된 현대 국제 자본주의에서 수십개의 기업을 거느린 기업집단이 황제 독재체제로 3대가 갔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언론의 spoil이 아니라면 언감생심 꿈이라도 꾸었겠는가! 이제 그것도 불가능하다.
언제까지 pubic organization인 상장기업에서 기업의 주인이 이사진(board of directors)도 아니고 주주도 아닌 이 이상한 상황을 용인할 것인가? 무슨 법적 근거로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들을 불러 주마다 회의하고 지시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인사부를 통해 주요 집행임원을 임명하고 비서진을 통해 자금을 통제할 수 있는가?
삼성전자에 CEO는 있는가? CEO는 집행권, 인사권, 재무권이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 CEO의 핵심 권한 중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 언론이 삼성의 문제가 이전 부회장 2명이 경영을 잘못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는 말도 안된다.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책임지는 대표이사는 아무 권한도 없고 아무 책임도 권한도 없고 다만 주주총회에서 주식 수만큼의 의결권밖에 없는 회장이 무슨 근거를 이 모두를 장악하는가?
만약 그가 왕조 국가의 3대처럼 무능하다면 어떡할 것인가? 그 임직원들이, 명나라 청나라 등 황제 독재국가의 신하처럼 황제와 어떤 동등한 대화를 나눌 수 없어 마치 머슴이나 종과 같은 존재라서 그 어떤 제대로 된 토론이나 결정도 할 수 없다면 어떡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