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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고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나열하기 힘들어 그 동안 원전 문제에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원전 정책에 조금이라도 동의했기 때문이 아니다. 평생 피의자에게 쌍욕이나 해대고 술집에서 살던 그가 갑자기 탈원전이 잘못되었다고 대통령까지 수사하고 그것을 대선출마의 변으로 만드니 어안이 벙벙하기 그지 없었다. 전기전자를 전공하고 원전을 꽤 공부한 나도 전문가가 아니니 입을 다물고 있는데 도대체 법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자가 어떻게 어려운 원전을 입에 올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체코 원전을 최근에 체크해 보았다. 이것은 UAE 원전 수출과는 차원이 다른 이슈였다. 일단 UAE 원전은 가격, 경비부대 파견, 금융지원 등 상업적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많았지만 원전 그 자체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고 짓고 있는 원전을 그대로 수출하는 것이었다.
체코 원전은 사실상 새로운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번도 지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원전을 설계도만 있는 상태에서...
3세대 원전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프랑스의 EPR이 있는데 우리 APR1400도 3세대라고 우기고 있다. 원전 안전의 가장 중요한 스펙인 노심손상빈도가 AP1000은 2백만년 분의 1, EPR은 1백만 분의 1이다. 우리 APR1400은 10만년 분의 1이었다. 아마 체코의 강력한 요구도 이 스펙을 EPR 수준에는 맞게 1백만 분의 1로 올린 것 같다. 스펙을 10배 좋게 만든 것이다. 이게 맨입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AP1000은 콘크리트 격납건물이 이중으로 되어 있지 않다. 이전의 설계를 답습한 것이다. EPR은 격납건물이 이중이고 AP1000은 이중이면서 격납과 격납 사이에 다양한 피동안전 시설을 갖추었다. 체코 원전에 우리는 한번도 지어본 적이 없는 이중 격납건물을 약속했다. 설계도밖에 없다.
혹시 후쿠시마 원전처럼 원자로 내부에서 핵연료가 녹을 경우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시설이 들어가야 한다. 용융된 핵연료 다발이 밑으로 떨어지도록 아래 부분이 고온으로 녹아 내리게 설계되고 그것이 밑으로 흘러내리면 자동으로 보관하고 반응을 정지시키고 식혀주는 장치를 격납건물 안에 설치해야 한다. 그러면 혹시 핵연료가 녹아내린다고 해도 폭발하거나 외부로 유출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실체 핵연료가 녹을 경우 100%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원전은 실제 상황을 완전히 실험할 수 없다. 실험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것이 과학의 원칙이다.)
이 장치를 코어캐처(Core Catcher)라 하는데 이 장치도 추가해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한수원 문헌을 보니 우리나라 원전에도 이 장치가 들어갈 것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또 설계도밖에 없는 핵심 시설을 체코 원전에 넣어주겠다고 한 것이다.
위 두가지만 해도 체코 원전은 기존 우리 원전과 다른 새로운 모델이다. 국내에서 한번도 지어 본 적도 없고 제대로 된 실험을 해 본 적도 없다. 그것을 수출한다고? 이런 원전을 수입하는 체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인가? 민주화 투쟁으로 소련과 사회주의 정권을 몰아낸 나라 맞나? 아마도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 아니라면 이것이 가능할까?
여기에 우리가 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장치가 또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무한정한 바닷물로 고온의 증기를 식혀 물로 만들기 때문에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없다. 그러나 강물을 사용하는 내륙 원전은 물을 무한정 사용하고 방류할 수 없다. 수자원의 한계와 방사성 오염의 위험 때문이다. 그래서 거대한 냉각탑으로 식힌다. 우리는 원전 냉각탑을 지어본 경험이 없다. 이 또한 설계도만 있다.
또 한가지 더... 우리 원전은 이름이 APR1400이듯이 정격출력이 1.4GW 이상이다. 체코는 작은 나라라서 전력망 관리의 용이성을 위해 출력을 1.0GW를 원했다고 한다. 이 또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기존 1.4GW를 단지 열출력만 줄여 나머지를 그대로 쓸 수 있을까? 핵연료, 원자로, 냉각장치, 터빈 등 각종 장치가 1.4GW에 최적화되어 있을텐데... 원전이라는 물건은 단 하나의 부품이나 스펙만 바뀌어도 새로운 설계와 복잡한 실험이 필요할 텐데... 자동차도 엔진 볼륨이 바뀌면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다.
원전 설계를 맡은 공기업의 직원들이 회사를 사직하고 있다고 한다. 원전 안전에 필수적인 핵심 4가지 스펙과 장치가 바뀌는데 입찰을 위한 설계만 하고 실제 실증로를 지어본 적도 없고 실험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덜컥 외국에 새로운 원전을 지으라고 하니 무서울 수 밖에... 그것도 안전규격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EU 국가 내에서... 노동권이 매우 우대받는 유럽 국가에서... 정부 관리 구어삶아 웬만한 것은 눈감고 들어가고, 노동자와 기술자를 갈아넣어 납기 맞추던 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나라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의료문제가 터져 일 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권이 몇 년 후의 일을 걱정이나 하랴마는 그것을 떠안은 우리 시민과 다음 정부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재발 체코 정부라도 정신차리라고 빌 수 밖에... 그런데 지금 체코 정부도 윤석열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어떤 미친 정치가가 아니고서야 유럽에서 지금 원전을 지으려고 할까? EPR을 안전규격 지켜면서 지으려면 거의 20년이 걸리고 20조의 돈이 드는 나라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