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골드대거상 수상작
오늘은 얼마 전에 신간 코너에서 알게 된 책,
안나 마촐라의 <비밀의 책>을 이야기해줄게.
책 제목에 ‘책’이 있어서 책에 관한 소설인줄 알았는데,
책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책이란다.
이 책의 표지에 2025년 CWA 골드대거상 수상작이라고 써 있어서 검색을 해보니
영국의 추리작가협회(CWA)가 매년 영어로 발표된 최고의 범죄 미스터리 소설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하는구나.
1955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유래가 오래되었구나.
골드대거상이 좀 익숙해서 수상작을 검색해 보니,
아빠가 읽은 책들이 서너 권 있더구나.
아빠가 읽은 책들 중에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와 <리틀 드리머 걸>,
헤닝 만켈의 <사이드트랙>이 골드대거상을 수상했더구나.
지은이 안나 마촐라는 영국의 작가이자 변호사라고 하는데,
그의 책이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은 <비밀의 책>이 첫 번째더구나.
자, 그러면 <비밀의 책>의 이야기를 해 보자.
1. 새로운 역병
영국 작가이지만, 배경은 1659년 로마란다.
많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역병이 거의 다 사라지던 시기에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주인공 스테파노는 이제 막 판사가 된 하급판사로 의욕 넘치는 젊은이란다.
그의 가족을 소개하자면 큰 누나 루치아는 얼마 전 남편을 병으로 잃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지내고 있었고,
큰 형 빈센초는 추기경의 비서로 일하고, 둘째 형 브루노라는 사람이야.
두 형 모두 결혼을 했고, 형들은 스테파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그리고 막내 동생 피오라그리사가 있었어.
막내 동생 피오라그라시의 결혼식 날 아버지의 친구인 주교이자 로마총독 바란초네도 참석했단다.
바란초네는 스테파노에게 어떤 사건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주었어.
의욕 넘치는 스테파노는
자신의 명예를 높이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최근 젊은 남자들이 죽었는데 이상하게 시신이 썩지도 않고
얼굴은 발그레 홍조를 띠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어.
새로운 역병일 수 있으니 조심해서 조사하라고 했어.
물론 범죄사건일 가능성도 있으니 은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단다.
스테파노는 이 일을 젊은 의사 마르첼로와 함께 조사하게 되었어.
스테파노와 마르첼로는 시신을 조사해 보니
콜레라와 증상이 유사하다는 점 이외에 특이사항이 없었어.
최근에 죽은 염색쟁이의 아내 테레사를 찾아가 만났어.
남편인 염색쟁이는 죽기 전에 빚 때문에 감옥에 간 적이 있었는데
감옥에서 병에 걸려 회복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했어.
그가 투옥했던 감옥에도 가보았지만 특이사항이 없었어.
스테파노는 얼마 전에 같은 증상으로 죽은 여관주인의 아내 카밀라도 만나러 갔어.
그 여관주인의 증상을 물어보니 콜레라 증상과 비슷했어.
다만 염색쟁이도 그렇고 여관주인도 그렇고
모두 혼자만 죽고 주변 사람들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전염성은 없는 것 같았어.
스테파노가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1년 전 아버지의 지인이었던 체리 공작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죽은 것을 알게 되었어.
그 동안은 사망자들이 서민층 남자들이었는데
체리 공작은 귀족 가문이었어.
더욱 사망자들의 공통점을 찾기 쉽지 않았어.
스테파노와 마르첼로는 그들의 죽음이 병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독에 의한 죽음일수도 있겠다고 의심했단다.
그들은 모습을 위장하고 독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어..
그러다가 플라비아라는 창녀가 그런 독을 파는 사람을 안다고 했어.
플라비아는 그들에게 자신이 거래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단다.
...
안나라는 여자가 있었어. 안나는 임신 중이었어.
그런데 안나의 남편 필리프는 안나를 싫어하고 폭행까지 하는 남편이야.
안나는 너무 힘들어서 하루는 고해소에서 신부님께 자신의 이야기를 했단다.
그러자 신부님은 라우라라는 여자를 소개시켜주며 만나보라고 했어.
안나는 고해소 신부가 소개시켜준 라우라를 만나 상담을 했어.
라우라는 안나의 이야기를 듣고
선수치지 않으면 안나와 뱃속아기가 죽을 수 있다면서 먼저 조치해야 한다고 설득했어.
하지만 그 일은 너무 무서운 일이라서 안나는 갈등했단다.
어느 날 남편은 술에 취해 또 안나를 폭행했어.
그런데 남편은 안나를 때리면서 자신이 안나의 아버지를 독살했다는 말을 했어.
남편이 한 말은 술 먹고 실수로 이야기한 것 같은데, 안나에게는 충격적인 말이었어.
안나는 그 말을 듣고 결심하고 라우라를 다시 찾아갔단다.
2. 범인 이야기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숨기지 않는단다.
하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이야기가 전개된단다.
범인 지롤라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지롤라마는 남편과 사별하고
다 큰 아들 둘은 외지에서 살고 있고
집에서는 열네 살 먹은 수양딸 안첼리카와 함께 지냈어.
지롤라마는 산파이자 점술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온갖 약제조법을 알고 있었어.
물론 독약도 포함되어 있단다.
‘비밀의 책’이라 부르는 책에 온갖 약 제조법이 적혀 있었어.
어느 날 라우라가 찾아와 안나의 사연을 이야기해주었어.
안나가 약을 살 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했어.
지롤라마는 안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쿠아를 제조하기 시작했단다.
아쿠아는 천천히 효과를 내는 독약이었어.
자,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알겠지?
지롤라마가 아쿠아를 만들고
라우라가 그 약을 필요한 사람들, 대부분 여자들에게 파는 거야.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파는 것은 아니란다.
남자들의 폭력으로 죽을지도 모르는 여자들을 신중히 선정하여 대상을 고르는 거야.
지롤라마는 자신도 오래 전에 그런 폭력 남편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이 약을 사용했단다.
그냥 법이나 경찰 같은 곳에 신고를 하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중세시대에는 그런 일이 거의 불가능했어.
아내는 남편의 소유물로 여겨지던 시기였으니까.
그런데 판매책은 라우라 한 명은 아니고 여러 명이었단다.
스테파노는 플라비아라는 창녀를 이용하여 함정 수사를 통해
아쿠아 판매책 중에 한 명인 반나를 체포했어.
반나의 체포 소식은 지롤라마의 귀에도 들어갔단다.
...
스테파노는 반나를 심문했어.
반나는 화장수를 만들어 파는 것이라고 주장했어.
화장수도 자신이 직접 만든다고 했어.
스테파노는 반나의 집을 수색해서
또 다른 판매책인 그라치오와 마리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제서야 반나는 일정 부분 시인했단다. 하지만 지롤라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지롤라마는 나머지 판매책인 마리아, 그라치오사, 라우라, 라소르를 소집했어.
현재로서는 특별한 대책은 없었고, 반나가 이야기하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었단다.
한편, 안나의 남편은 죽고 안나는 난산 끝에 아기를 낳았단다.
아기의 이름은 아우렐리아로 지었어.
지롤라마가 안나의 아기를 받아주었는데,
반나의 체포 소식과 지금 남편이 죽은 여자들을 체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어.
그러면서 몸조리가 어느 정도 끝나면 도망가야 한다고 말했어.
..
스테파노과 마르첼로는 독약 전문의사를 찾아갔다가
오래 전에 시칠리아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하여
범인인 토파니아가 처형되었다는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당시 연루된 여자들은 모두 처형당했고
토파니아가 가지고 있던 ‘비밀의 책’은 결국 못 찾았다고 했어.
그 책을 가진 자가 로마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단다.
스테파노는 이 사건이 독약에 의한 살인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다시
죽은 남자들의 아내들을 만나러 갔어.
다시 염색쟁이의 아내를 만나러 갔더니 그는 사라지고 없었단다.
스테파노는 다른 죽은 남자들의 아내들을 체포했단다.
조사를 해보나 여관주인의 아내 카밀라의 온몸에 상처투성이, 칼자국, 화상 자국까지 있었어.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였어.
그들은 남편이나 아버지, 남자형제들에게 학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법적으로 여자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
마르첼로는 그 여자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고 했어.
하지만 스테파노는 범죄의 초점에 맞춰 수사할 수밖에 없었어.
스테파노는 심문을 해도 아쿠아의 판매자, 구매자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어.
도망갔던 안나도 어린 딸과 도망을 도와준 하녀 베네데타와 함께 체포되었단다.
안나는 자신 때문에 딸과 하녀도 같이 체포된 것에 죄책감이 심했어.
안나는 자신의 딸과 하녀를 석방해주면 아큐아에 대한 정보를 주겠다고 했어.
스테파노는 안나의 조건을 받아들이자,
안나는 자신에게 약을 판 라우라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비밀의 책’의 존재도 이야기했고
백합문양의 집에서 약을 제조한다고 이야기했어.
그래서 라우라도 잡혀오게 되었지만 라우라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단다.
3. 갈등 속 엔딩
스테파노는 며칠 전부터 가슴 통증이 생겼는데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어.
혹시 스테파노도 독에 중독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롤라마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신이 잡혀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양딸 안젤리카에게 아쿠아 제조법을 전수하기 시작했단다.
…
한편, 처음 이 일을 시킨 로마 총독 바란초네는
수사가 지연된다면서 강제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10일 안에 해결하라고 지시했단다.
스테파노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고문을 사용하기로 했어.
하지만 마르첼로는 고문을 반대하면서 수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가버렸단다.
반나는 고문에 이기지 못하고
지롤라마 집의 위치를 알려주어 경찰들이 출동해서 지롤라마를 체포했단다.
지롤라마는 그 전에 아쿠아 제조에 관련된 모든 것을 치우고
화장수와 화장품 재료들만 두고 결백을 주장했어.
감옥에 갇힌 지롤라마는 먼저 잡혀온 판매책들과 구매자들에게 지침을 내렸어.
무조건 결백을 주장하라고 했어.
자백하지 않으면 재판에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지롤라마의 조수 체카가 배신을 했어
체카는 지롤라마가 아쿠아를 만들었다는 증거물에 대해 다 제시했어.
스테파노는 바티칸에 방문하여 로마 총독과 교황을 만나
지금까지 진전 사항을 모두 이야기했어
로마 총독과 교황은 빨리 재판에 넘겨 사건을 종결시키라고 했어.
스테파노는 반나와 약속한 것도 있어서 일부 사람들은 기소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답변을 받았단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함이 남아 있었어.
왜냐하면 그 여지들도 한편으로는 모두 피해자였거든..
그리고 총독과 교황청의 보호 아래 귀족 여자들은 모두 배제되어 있었거든.
귀족의 명예가 실추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거기에 이 사건에 악명 높은 검사가 할당되었단다.
...
스테파노는 앞서 이야기했던 가슴 통증이 더 심해져서
루치아 누나에게 가서 돌봐 달라고 할 정도야.
스테파노는 지롤라마의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서 혼수상태까지 빠졌어.
의사이자 함께 조사했던 마르첼로가 와서
스테파노를 진료해보니 지롤라마의 저주와는 무관한,
예전에 앓았던 결핵이 재발한 해서 치료해 주었어.
스테파노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치료를 받는 동안에 재판은 진행되었어.
체포된 사람들 중에 안나를 빼고 모두 교수형이 결정되었어.
사면해주기로 약속했던 하녀 베네데타도 포함되어 있었어.
스테파노는 몸이 회복된 뒤 로마 총독 바란초네를 찾아갔어.
이 사건에 연루된 귀족 여인들은 모두 수사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면서
사면 대상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어.
로마 총독은 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테파노의 제안을 받아들였단다.
결국 스스로 자백한 사람과 증거불충분한 사람들은
사형은 면하고 추방령이 내려졌단다.
스테파노는 교수형 집행 전 지롤라마를 면회할 수 있었는데
지롤라마가 말하길, 루치아도 자신을 찾아와 아쿠아를 사갔다는 거야.
자신을 살려주지 않으면 그 증거를 폭로하겠다고 했어.
스테파노는 큰 충격을 받았단다.
결국 스테파노도 로마 총독 바란초네와 똑 같은 사람이었어.
스테파노도 자신의 누나와 집안의 명예를 보호해야 했어.
결국 뇌물을 써서 교수형 직전에 바꿔치기로 했단다.
누구랑 했냐고? 지롤라마를 배신한 체카.
체카를 약물에 취하게 한 다음
재갈을 물리고 두건을 씌운 후 교수형장으로 데리고 갔어.
사람들은 두건을 쓰고 있는 그를 지롤라마라고 생각했어.
약물에 취하고 재갈까지 물려서 체카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교수형에 처해졌단다.
시신 처리하는 사람한테도 뇌물로 입막음을 했단다.
스테파노도 그렇게 범죄자가 되었구나.
약간은 충격적인 결말이구나.
스테파노를 주인공으로 시리즈물로 만들어도 괜찮은 캐릭터로 생각했는데,
결말을 이렇게 끝내면 스리즈물로 만들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아빠의 생각일 뿐이지…^^
지롤라마는 수양딸 안젤리카와 함께 길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중세 시대 핍박 받는 여자들.
그 여자들을 뒤에서 몰래 보호해주려는 사람.
하지만 그 방법이 남편을 죽이는 방식.
법으로 보호할 수 없는 세상에서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던 안타까움.
그렇게 여성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는 법의 테두리에서 범인을 쫓아야 하는 주인공.
하지만 그도 결국 자신의 가족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법 밖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이렇게 짧게 이야기하고 말 것을 너무 길게 이야기한 것 같구나^^
…
골드대거상의 다른 수상작들도 좀 살펴볼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돌처럼 단단한 눈매의 천사들이 관을 응시한다.
책의 끝 문장: 그렇게 그들은 계속 나아간다.
책제목 : 비밀의 책
지은이 : 안나 마촐라
옮긴이 : 유소영
펴낸곳 : 인플루엔셜
페이지 : 436 page
책무게 : 555 g
펴낸날 : 2026년 04월 28일
책정가 : 18,800원
읽은날 : 2026.06.12~2026.06.14
글쓴날 : 2026.07.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