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학습을 나온 열다섯 살 소녀가 법정 안에서 잠든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수갑을 채우고 죄수복을 입게 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판사가 당분간 재판을 맡지 못하게 됐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제36 지방법원 판사 케네스 킹이 문제의 인물. 그는 에바 굿먼이란 이름의 소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녀에게 "어떻게 법정 안에서 행동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이렇게 황당한 일을 하도록 명령했다는 것이다.
굿먼은 환경 자선단체 '그리닝'이 주관한 현장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카약과 조류 관찰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느라 지쳐 법정 안에서 깜박 졸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원의 수석 판사 윌리엄 맥코니코는 성명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해 "기민하고도 철저한 내부 조사"를 수행했다며 "필요한 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킹 판사가 재판 업무에서 임시적으로 손을 떼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이 지역 학교들과 오랜 시간 맺어온 관계를 훼손하지 않기를 진정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소녀의 어머니 라토레야 힐은 현지 뉴스 매체에 "여러분이라면 누군가 당신 자식을 이렇게 대하는 것을 원하겠느냐?"고 되묻고는 "온 세상과 친구들 앞에서 그애를 주눅들게 만들고 그녀의 상황에 대해 최악으로 느끼게 만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킹 판사가 힐의 딸에게 일장 훈계를 하는 모습은 법정 카메라에 적나라하게 담겼다. "네가 내 법정에 대해 배울 한 가지는 내가 장난감 인형이 아니란 사실이야. 난 함께 놀아줄 존재가 아냐. 잠은 너네 집 침대에서 자, 법정에선 아냐."
그는 다른 방청객들에게 에바를 풀어주기 전에 수갑을 채우거나 죄수복을 입힐지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자신이 그녀를 청소년 구금센터로 보내야 할지 여부에 대해 투표해 달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킹 판사는 이 일이 있고 난 뒤 인터뷰들을 통해 "그녀의 태도 전체가, 그녀의 성향 전체가 날 성가시게 했다"면서 "그녀에게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런 꼬마들에게 손을 뻗어 그들이 내 앞에서 이런 식으로 굴면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녀를 둘 키우는 싱글맘이라고 털어놓은 에바 엄마는 "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딸이 잠들 수 있는 자신만의 침대도 없다"며 "그애는 지쳐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킹 판사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끝까지 우겼다. "아마도 내가 그녀를 교도소에 보낼 실제 가능성이 전무했다 하더라도 난 그녀가 이 일을 실제로 바라보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 나름의 '스케어드 스트레이트'(Scared Straight)였다."
'스케어드 스트레이트'는 1978년 11월 2일에 아놀드 샤피로가 제작해 '형사 콜롬보'의 배우 피터 포크가 내레이션을 맡은 프로그램으로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을 실제 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감옥에 보내서 하루를 보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굉장한 반향을 불러일으켜 '10년 뒤' '20년 뒤' 등 수많은 속편들이 세상에 나왔다.
2011년 1월 13일부터 A&E 네트워크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Beyond Scared Straight'도 또다른 속편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국내에서는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됐는데 제목이 '천조국 감빵 수업'이라고 저렴하게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