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본 적 없는 일" "정말 이례적"...전문가들이 본 이선균 수사
2023. 12. 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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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언론이 만든 피의사실 공표, 사생활 까발리기... "내사정보 유출 경위 수사해야"
[김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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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선균(48)씨 빈소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입관은 28일 오전 11시이며, 발인은 29일 자정이다. 장지는 전북 부안군에 있는 선영이다. |
ⓒ 사진공동취재단 |
"이번 정부 들어 마약수사가 강조된 상황에서 내사 때부터 입증되지 않은 혐의점이 낱낱이 공개되고 개인의 사생활이 까발려졌다." - 백민 변호사
"물증이 없는데도 '검증' 안 된 경찰발 보도가 쏟아졌고, 이선균씨는 3번이나 포토라인에 세워졌다. 경찰이 강한 성과압박을 받지 않고선 설명되지 않는 처사다." -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연구원
배우 이선균(48)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70일 만에 숨졌다. 이씨는 간이 시약검사(소변)와 1·2차 정밀 검사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의 공개 소환조사를 반복했고, 언론에선 혐의와 무관한 사적 통화와 진술서 내용 등이 공개되는 등 '망신주기식 여론전'이 이어졌다.
"경찰, 수사정보 유출 경위 수사해야"
전문가들은 사건번호도 매겨지지 않은 입건 전 조사(내사) 때부터 물증 없는 구체적 혐의점 등이 언론에 중계된 것을 두고 "정말 이례적이고 드문", "최근 10여 년간 본 적 없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의 백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약수사는 체모나 소변 검사를 통한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당사자가 부인하는 등 다툼이 있는데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강행한 게 상당한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 들어 마약수사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혐의 공표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며 "수사 진척상황 등이 아닌 '(고인이) 빨대를 통해 코로 흡입했다'와 같은 입증 안 된 내용을 흘리는 것은 아주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도 "수사를 받거나 변호하는 입장에선 (수사) 자료도 볼 수 없고 어떤 게 수사대상인지 모르기 때문에 방어를 위해 최대한 침묵할 수밖에 없는데 경찰발 보도가 나오면 여론은 의구심을 갖고 불공정한 운동장이 형성된다"고 비판했다.
이은의 변호사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경찰은 범죄혐의가 제대로 윤곽을 드러내기도 전에 혹은 피해자의 문제제기 같은 게 있기도 전에 (수사정보가) 유출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며 "때리고 고문해야만 강압이 아니다. 범죄 여부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경찰이) 누군가의 사회적 가치를 추락시키지 않았나. 비겁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꼬집었다.
"있는 규정도 안 지켜... 피의사실 유출, 엄격히 징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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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선균씨가 숨진 27일, 서울 성북구의 한 길가에 있던 그의 차량을 경찰이 옮기고 있다. |
ⓒ 복건우 |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재판 전 피의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수사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만든 규정도 지켜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통상 피의사실 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이익형량을 고려해야 하는데 알 권리의 대상은 우리 사회 정치·사회·경제와 관련된 주요 사항일 경우로 한정된다"며 "수사대상이 연예인이라는 맥락으로 그것이 알 권리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법무부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며 예외적인 요건을 제외하고선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 수사관의 명예·인권·사생활을 침해하는 오보 ▲ 사기·디지털성범죄 등 피해의 급속한 확산의 우려 ▲ 테러 등 공공안전에 대한 알 권리 ▲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사안 등만 예외적으로 공개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언론은 범죄 보도에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이유로 피의사실 공표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례의 경우) 사회적 경각심과 예방 등에 공적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마약 문제를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손쉽게 기사화한 점, 심리적 압박을 통해 수사를 용이하게 하려고 한 점 때문에 언론과 경찰 모두 비판받고 있다"고 봤다.
백 변호사도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는 예삿일이 된 지 오래"라며 "피의사실이 언론에 공표됐을 경우 증거로 채택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수사기관 스스로 억제 능력을 갖추도록 하거나 피의사실을 유출한 수사관들에 대한 엄격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연구원은 이씨가 3차례 공개소환 당시 모두 '포토라인'에 세워진 데 대해 "경찰은 큰 사건을 잡았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는 것에 치중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씨 측은 3차 소환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해달라 요청했으나 경찰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훈령인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건 관계인을 미리 약속된 시간에 맞춰 포토라인에 세우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촬영이 불가피할 경우엔 사건 관계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이씨는 지난 27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시 성북구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유가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