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로렉스 시계를 가지고 계셨다. 그리고 남동생에게 주신게 아니고 뭐라더라?? 하여튼 잠시 맡기셨다는거 같은데 아마도 로렉스 전문점에 가서 세척해 오라고 주셨던거 같다. 그런데 남동생이 그걸 아버지를 드리질 않고 가지고 있다가 자기 아들놈이 슬쩍해서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써버렸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고 나도 뭐라고 말하기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돈을 버셨기에 또 로렉스를 사셨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 돌아가시고 몇년 지나서 아버지 생신이었나 여동생이 미국에서 로렉스 금딱지를 사와서 아버지를 드리며 (아버지 이게 더 좋은 거니까 아버지는 이거 차시고 아버지 차고 계신거는 큰오빠 주세요) 하였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난 양복 입고 폼나게 사는 사람이 아니고 맨날 청바지에 티 하나 걸치고 산과 들로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그런 좋은 시계가 뭐가 필요해? 괜히 그런거 차고 다니다 이상한 사람들이 달겨들면 나만 힘들어) 하면서 (아버지 두 개 가지고 좋은자리 가실때는 금딱지 차시고 평상시에는 차던고 차고 계시면 되겠네요) 하니 여동생이 조금 헬슥해지는 거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로렉스 두 개를 가지고 이것도 차고 저것도 차고 다니셨다. 남동생은 여러 가지로 아버지랑 의갈이 나서 나타나지도 않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아버지가 조금 기운이 빠지시는거 같더니 원래 차고 계시던 로렉스를 나에게 주시며 금딱지는 나중에 여동생이 가져가면 된다고 하셨다. 속으로 아차 싶어서 아버지 모습을 자세히 살피니 어딘지 모르게 조금 약해지신 폼이었다. 90이 가까우시니 언제 가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말씀드리길 (아버지 아직 건강하신데~~ 이런거는 때가 되면 주시는 거에요)하고 사양했다. 그리고 매달 사다드리던 황진단을 황진단천으로 사다 드렸다. 더 비싸니 더 좋을것 같아서 였다. 그러니 내 용돈이 줄어들었다. 황진단은 30알에 50만원 이었고 황진단천은 20알에 100만원 이었으니 하루에 한 알씩 드시게 하려니 한 달에 100만원이 넘게 들었고 그래서 내 용돈이 축났다. 그래도 돈만 생기면 꼬박꼬박 사다드렸다. 아버지는 비싼거 사온다고 일부러 걸러서 드신 모양이었다. 벽장을 열어보면 황진단천이 박스가 몇개가 남아있었다. 그래서 (아버지 이거 하루에 한알씩 꼬박꼬박 드세요. 이렇게 밀리면 어떡해요?)하니 말씀 하시길 (송교수가 자기 사위가 가져다 주는건데 공진단이라고 좋다고 하면서 보내주니 그것도 먹느라고 밀렸다)하신다. 속으로 (에휴~~아버지~~~흑~)속으로 울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90이 다 되신 어느날 차고 계시던 시계를 내 손목에 끼워주시면서 (이제 너가 차라. 난 금딱지 찰란다) 하셨다. 더 사양하기도 그래서 받아서 집에 와서 차고 다니는데 어느날 이었다. 시계 차고 다니니 편했다. 그날도 시계 차고 걸어서 서오릉 가서 구경하고 나오는데 이상한 놈이 따라 붙는다. 덩치가 나보다 크고 아직 젊은 놈이었다. 자꾸 그놈 눈이 내 손목시계로 꼿힌다. (흠~~덤벼봐라. 모르고 당하면 모를까 난 이미 너의 마음을 읽었다)하면서 몸을 긴장하고 슬슬 걸어나왔다. 버스 타는데 까지 오기전에 덮쳐야 할건데 이놈이 망설이는거 같았다. 그래서 돌아보니 흠찔 놀라는 표정이다. 그리고 빤히 쳐다보았다. 묵주를 돌리며~~~ 묵주가 이런 상황에서는 아주 좋은 무기다. 단단한 나무 묵주 알이 큰거라 이걸 휘둘러서 얼굴에 맞으면 잘못하면 십자가가 상대 눈알에 박히면 상황 끝이다. 돌아서서 천천히 걸으면서 묵주를 흔들었다. 찰랑찰랑 소리가 난다. 묵주가 무서웠는지 달겨들지 못하고 나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그놈은 중간에 뒤로 돌아서 가버렸다. 장님 될 팔짜는 아니었나 보다. ㅋㅋㅋ~ 그리고 아버지가 90세가 되시고 91세가 되시더니 돌아가셨다. 남동생도 오고 여동생도 오고 장례 치루고 시간이 흘러갔다. 아들이 집에 놀러 왔다. 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손목시계를 아들에게 주면서 (아빠는 이런 좋은 시계 차고 어디 갈만한 곳도 없으니 너가 차고 다녀라. 그거 할배가 아빠 주신거니 이제 내가 너에게 준다)하니 나처럼 사양하지도 않고 그냥 받아갔다. 나랑 조금 다른 성향이었다. 30이 넘어서 여자 친구도 없이 떠도는 신세 같아서 혹시 로렉스 차고 다니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해서 줬는데 아직도 상황이 달라진게 없다. 뭘 더 해줘야 색시감 잡아올지 모르겠다. 이러다 손주도 못보고 저세상 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흐~~~
알파칸 올림.
아버지가 차시던 로렉스 하나 받는 것도 나는 어른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렇게 조심스럽게 받았는데 하물며 정권 교체기의 정권 인수인계는 서로가 많이 조심하면서 마음 상하지 않게 주고 받아야 함에도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어찌 나보다도 어리숙해 보이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정권 이양기에는 서로가 마음 상하지 않게 설렁설렁 넘어가는게 좋습니다. 가는 세대가 오는 세대 앞길을 터주려 노력하는 게 순리 같습니다. 사실은 이 말씀 드리려고 (아버지와 아들)을 올리게 된겁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사연이 많은 로렉스 시계입니다.
그 시계 차고 혹시 이쁜 색시 하나 데리고 올지 모릅니다..
ㅎㆍㅎ.
화목한 가정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