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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진실, 취사선택되는 팩트, 고뇌하는 논평.
한 이틀 고민했습니다. 저는 이제 보도의 영역을 떠나 논평을 하고 있지만, 논평에도 윤리가 있지요. 직업적 윤리의식때문에 고민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연이은 검찰 기소를 두고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논평을 내놔야 하는가? 정리된 글로 제 생각을 갈음합니다.
어제 mbc의 뉴스데스크 첫 보도 앵커멘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또 검찰, 검찰, 검찰입니다.
그리고 검찰의 칼끝은 야당과 과거 정권으로만 향하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는 이번에도, 전 정권의 대통령 부인도, 전 정권의 안보실장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첫 소식입니다."
이렇게 첫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첫 보도에서 mbc는 타 언론사들처럼 검찰의 주요 기소내용, 주장을 소개하면서 김혜경씨의 지난 인터뷰를 상기시킵니다.
[김혜경/이재명 후보 배우자(2022년 2월)]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 대표의 배우자 사과를 통해 만약 이번 검찰의 기소도 사실이라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죠.
그러나 반면 논평의 느낌이 강한 앵커멘트에서는 통시적으로 사안을 보면서 이 모든게 정권의 악의적인 정적 죽이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편집으로도 드러납니다. 편집은 취사선택입니다. 어떤 것을 강화하고, 어떤 것은 버림으로써 전체 사안들에 대해 자신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자신이 보는 관점의 오늘의 진실은 무엇인지를 가리키는 나침반이죠. mbc뉴스데스크는 첫번째 위 보도를 시작으로 "해도 해도 너무한다 죽을때까지 기소...", "검찰, 김정숙 여사 출석 요청, 이제 문 전 대통령만 남아...","감사원 사드 지연 의혹 문재인 정부 장관 4명 수사 요청..."등을 배치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뉴스 1,2,3,4의 기조가 보입니다. 정권이 또 다시 검찰 감사원 등을 동원해 전 정권 탄압을 하는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mbc의 나침반은 검찰과 윤석열 정권에 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야당 대표가 잘못한 게 없다라고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검찰이나 정부 사정기관이 가리키는 손가락 바로 앞 팩트보다는 손가락을 편 모양새, 시점, 의도를 넣어서 오늘의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kbs는 "쪼만한 파우치"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요.
1.‘법카 등 1억여 원 유용’ 이재명 기소…“조직적으로 예산 유용”
2.법카의혹에서 관용차까지 확대. 김혜경 1심도 참작
3.5개 재판 동시에 받는 이재명, 나머지 재판은
4."비열한 탄압, 특검 관철될때까지 추진"
5.“공직자 기본조차 갖추지 못해…신속한 재판 당부”
검찰의 법카 기소를 중심으로 두고 1,2,3 모두 이재명에 대한 비판적 팩트가 들어갈 수 있는 구성을 한 뒤 4와 5에서 야당과 여당의 반응을 집어넣었습니다. kbs의 보도만 보면 검찰의 이번 기소가 어떤 맥락에서 이뤄졌는지 전혀 알 길이 없지요. 국민 대부분이 그냥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진실을 가려버리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물론 kbs는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리는 원래 이렇게 보도했다. 검찰이 주요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면 정부기관의 보도자료를 크게 취급해서 앞단에 배치하고 뒤에는 여야의 논평을 실은 것. 우리는 공정하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언론의 권력은 딱 하납니다. 편집권입니다. 편집은 뭐라구요? 어떤 건 넣고,어떤 건 빼는 겁니다. 취사선택하는 것이지요. 그걸 무엇에 맞게? 예. 정부가 내놓는 보도자료가 아니라. 진실에 맞게. 진실을 추구하면서. 진실되게. 양심적으로 취사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적 신과 같은 완벽한 공정이란 인간 세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딴 걸 할 수가 없어요. 다만 미로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정부의 미디어스핀이라는 전통적 미로에서 헤매면서 길을 잃지 않고 진실에 다가서려고 여기도 저기도 기웃거리면 좌고우면하려면 그러려면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보고, 또 보고, 이 각도로도 보고, 저 각도로도 보도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게 늘 정부측의 관점이라면 그걸 편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권력의 애완견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지요.
mbc도 야권 편향이지 않냐구요? 엄밀히 말하십시오. mbc의 편집은 야권 편향이 아니라 시민사회 편향이고 노동자 소수자 사회적 약자 편향이고 친환경 편향입니다. 그리고 정신 차리세요. 언론은 권력기관이 아닙니다. 정당도 아닙니다. 언론은 태생부터 시민사회의 영역에 있었고, 영원히 시민사회에 있어야 신뢰를 받고 존중을 받는 시민사회의 공적 기관입니다.
mbc의 나침판은 대다수 시민들의 판단에 부합하고, 오늘의 진실쪽에 가깝습니다. kbs는 이 모두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기존의 게으르고 노예적 습성을 넘어서는 정치적 장난질까지 쳤습니다. 1,2,3에서 이재명에 대한 검찰의 기소, 재판을 소개하면서 충분히 죄인을 만든 다음 4번에 야당 민주당의 논평이라고 4에는 이런 리포트 제목을 달았지요.
"비열한 탄압, 특검 관철될때까지 추진"
그러니까 국민의힘 주장처럼 민주당은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특검을 추진하는 것처럼 비춰지도록 편집했습니다. 이건 취사선택이 아니라 규명되지 않은 인과론, 국민의힘 주장에 기댄 악의적 논평입니다. kbs는 보도를 한다면서 사실상 민심과 유리된 논평을 하고, 그러면서 정권을 옹호하는 윤석열의 쪼그마한 파우치가 되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