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열린 이재명(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 1심 결과를 빠르게 정리해봤습니다.
가장 어렵다던 재판이었고 지난해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는 혐의가 소명됐다고 말했던 건이었습니다. 민주당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예상 밖 반전입니다. 다섯 건의 재판 가운데 현재 스코어 1:1이지만 정치적 효과는 훨씬 큽니다.
위증은 인정됐는데 위증교사는 인정되지 않은 건 검찰이 김진성의 진술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정황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기소에 심각한 구멍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이재명의 반격이 시작되고 다시 특검법 정국으로 가게 됩니다. 민주당이 다음 대선 후보를 결정하기까지는 2년이 채 남지 않았고 이제 1년 가까이 이재명 체제를 흔들 사법 리스크는 없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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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반격이 시작됐다.
[슬로우리포트] 가장 어렵다던 재판에서 반전... 위증이지만 위증교사는 아닌 이유.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당시 성남시장 비서)에게 변론요지서를 건넨 걸 위증 교사라고 보기 어렵고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전체적 내용, 표현에 대한 의미와 문맥, 전반적 흐름 및 경위에 비춰볼 때 통화에서 나타나는 증언의 요청 방식은 사건 내용과 설명 자료 제공, 요청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에 대한 언급 등 통상적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현실 정치는 기세다. 열흘 전 유죄 선고에 이어 무죄 선고가 나면서 판이 또 바뀌었다.
- 이재명이 받고 있는 다섯 건의 재판 가운데 두 건이 그나마 간단하고 나머지는 선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먼지털이 기소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이재명 체제가 다시 힘을 받게 됐다. 현재 스코어 1:1이지만 정치적인 효과는 그 이상이다.
- 유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던 재판에서 무죄가 인정됐기 때문에 이재명 입장에서는 반전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세 가지 복잡한 재판.
- 세 가지 재판이 얽혀 있다. 22년 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첫째, 2002년 검사 사칭 사건이다.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을 취재하던 최철호(당시 KBS PD)가 김병량(당시 성남시장)과 통화하면서 검사를 사칭했는데 이재명이 옆에서 통화 내용을 알려줬다. 이재명은 검사 사칭 혐의가 인정돼 벌금 150만 원을 선고 받았다.
- 둘째, 2018년 허위사실 공표 사건이다. 토론회에서 이재명이 “검사 사칭 사건에서 누명을 썼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이 허위 사실 공표로 기소했다.
- 셋째, 위증교사 사건이다. 김진성은 이 재판에서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려고 최철호 고소를 취하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는데 이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성의 허위 증언 때문에 이재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고 2023년 10월 검찰이 이재명을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한 게 지금 사건이다.
엇갈린 주장.
- 검찰은 “김병량이 이재명에게 뒤집어씌우기로 했다”는 김진성의 증언이 이재명의 요청에 따른 허위 증언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재명은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면 된다’고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 재판부는 “김진성이 어떤 내용을 증언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재명에게 김진성의 위증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위증은 있는데 위증 교사는 아닌 이유.
- 이 사건의 미스터리다.
- 김진성은 검찰 조사 때는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재판에 가서는 “현직 도지사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워 위증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진성이 왜 말을 바꿨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김진성은 위증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 재판부는 “’최철호는 취하하고 이재명으로 몰아가자’는 말을 김병량에게 들었느냐”고 묻자 김진성이 “네”고 답변한 것은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 “KBS 고위 관계자와 협의 중이라고 들었다”는 진술도 위증으로 판단했다.
위증 교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대화.
- 김진성의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에게 구체적으로 위증을 요구한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이재명이 김진성과 통화에서 한 말은 다음과 같다.
- “김병량 측과 KBS 측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이 상의했다”,
- “김병량 측과 KBS 측 사이에 교감이 있었다”,
- “전체적인 흐름이나 이런 거, 서로의 협의”,
- “당시 전체 캠프의 분위기나 전해들은 이야기”,
- “그때 당시 분위기가 이재명을 걸어 넣어야 될 입장이었다” 등이다.
- 재판부는 이 정도의 통화를 위증을 요구한 정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재명은 김진성이 모른다고 말한 부분을 증언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고 적어도 김진성이 동의하거나 부정하지 않는 내용만 명시적으로 증언 요청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이재명 입장에서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변론요지서를 건넨 것이 상식에 반한다거나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볼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제 어떻게 되나.
-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까지 1년 가까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15일 선거법 재판도 최소 6개월 이상 잡아야 한다. 다섯 건의 재판을 받고 있지만 한동안 선고가 없기 때문에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일단 이 정도 선에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 당장 민주당의 반격이 예상된다.
- 이번주 안에 윤석열(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28일 재표결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두 번째 재표결 때 국민의힘에서 최소 4명 이상의 반란표가 나온 상황이라 이번에는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만약 폐기되면 다시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 결국 윤석열과 이재명이 각각 사법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 추이가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지지율이 꺾이면 특검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재명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 이재명이 일단 반격의 기회를 잡았는데 윤석열에게는 별다른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일정.
- 2021년의 경우 9월에 예비 경선에 돌입해서 10월에 후보를 선출했다.
- 2027년 대선 경선은 2026년 9월부터 시작된다. 지금부터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 선거법 위반 재판과 위증 교사 재판은 그 전에 대법원까지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지만 대장동 재판의 경우 1심도 어려울 수도 있다.
-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항소심도 29일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화영(전 경기도 부지사)이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받았는데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될 경우 검찰이 이재명을 추가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 재판도 대선 전에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 결국 선거가 임박할수록 재판부의 부담도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사법부가 대통령 후보를 결정한다는 비판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유죄든 무죄든 엄청난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처럼 법원이 선고를 선거 이후로 연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 도널드 트럼프(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6월 회계 부정 등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재판부가 대선 이후로 선고를 연기했고 당선 이후에는 무기한 연기했다. 사실상 재임 중에는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론.
- 민주당은 대선 경선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만약 내년에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 원 미만으로 양형을 낮출 수 있다면 나머지 재판은 크게 변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나머지 재판은 대법원 판결 이전에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고 민주당은 일부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이재명 후보로 대선을 치르는 건 문제가 없다.
- 위증교사 사건 무죄가 의미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동안 이재명 일극 체제가 계속될 것이고 둘째, 레임덕에 직면한 윤석열 정부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에 반사이익에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사실이다.
- 이제 사라졌던 질문이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김건희는?
첫댓글 아침에 정우성 아들 기사가 나와서 절친 변호사가 그러더만. 이재명대표 무죄인가? 허. 한국의 사법부를 얼마나 믿어야하는 것인지. 모든 게 빅브라더의 손아귀 속에 있는 듯.ㅡ최경영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