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닷새가 됐는데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젠더 적격성을 의심받는 복서들이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옳았는지 입씨름이 사그라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체조 대표 조던 차일스의 동메달을 박탈해 루마니아 대표에게 돌려주라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판결했는데 알고 보니 루마니아 편을 곧잘 들었던 인물이 판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이번 대회에 정식 종목으로 데뷔한 브레이킹에 오스트레일리아 대표로 출전한 레이건(Raygun, 광선총) 레이철 건(36)이 엄청난 소셜미디어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건은 1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려 자신의 경기력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인 것에 "황망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그녀가 이번 사태에 직접 반응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현재 건뿐만 아니라 호주 선수단의 최고 연락관으로 건을 비호한 안나 미레스의 사과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5만 4000명이 서명했다. 동영상에서 그녀는 자신의 등장이 "그렇게 많은 혐오로 나아가는 문을 열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에 건은 "나는 긍정성에 진짜 감사드리며 당신의 삶에 약간의 기쁨을 안길 수 있었던 것이 기쁘다. 그게 내가 바라던 바"라며 "그래, 난 그곳에 가 재미있었다. 난 매우 진지하게 그 일을 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엉덩이가 나갈 뻔했으며 진짜 모든 것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어 "오스트레일리아 올림픽 팀의 일원이 돼 브레이킹의 올림픽 데뷔에 한 부분이 된 것을 영예롭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레일리아올림픽위원회(AOC)의 맷 캐럴 최고경영자(CEO)는 청원이 "어떤 팩트에도 근거하지 않고 대중의 혐오를 촉발시켰다"면서 "성가시며 오도되고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원서에 따르면 건과 트랙 사이클리스트로 두 차례 올림픽 챔피언인 미레스는 "대중을 가스라이트하고 진정한 선수들의 노력을 훼손하려고 시도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드니의 한 대학 강사인 건은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치러진 예선 세 경기 모두를 합쳐 0-54란 최악의 점수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눅들지 않고 되레 "여러분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실제로 브레이킹에서 1점도 안 나왔다고요"라고 재미있어하며 "만약 여러분이심판들이 어떻게 내 점수를 매겼는지 내 적수들과 비교해 보고 싶으면올림픽스 닷컴에 가시면 다섯 가지 기준에 걸쳐 비교해 볼 수 있다. 모든 결과가 그곳에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녀는 또 캐럴의 성명을 언급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주장과 잘못된 정보를 다루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캐럴은 성명에서 건이 "투명하고 독립적인 출전 자격을 부여하는 대회와 지명 절차를 통해 선발됐다"고 설명했다.
건은 "언론에게 우리 가족, 내 친구들, 오스트레일리아 브레이킹 커뮤니티와 더 광범위한 스트리트댄스 커뮤니티를 성희롱하는 일을 제발 그만두라고 간청하고 싶다"면서 "모든 이들이 이 일의 결과로 많은 것들을 겪는다. 해서 난 그들의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여러분에게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US 위클리 보도에 따르면 수천명이 청원 홈페이지 Change.org petition에 건과 미레스가 "비윤리적" 행위를 했다고 공격했다. 0점을 받았으니 잘못된 절차를 통해 출전권을 따낸 것이 분명하다며 윤리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도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