羊 頭 狗 肉
羊 : 양 양 頭 : 머리 두 狗 : 개 구 肉 : 고기 육 (양머리에 개고기 /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음)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靈公)은 여인들이 남장하는 것을 보기 좋아했다. 그의 특이한 취미가 온 나라에 전해지자 제나라 여인들이 남자 복장을 하고 다녔다. 이를 전해 들은 영공이 심하다 싶어 남장을 금지 시켰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대 명성이 있는 사상가 안자(晏子)를 우연히 만나 금지령이 지켜지지 않는 까닭을 물었다. 안자가 답했다. “군주께서는 궁궐 안에서는 여인들이 남장을 허(許)하면서 궁 밖에서는 못하게 하십니다. 이는 곧 문에는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猶懸牛首於門, 而賣馬肉於內也 : 懸매달 현), 어찌하여 궁 안에서는 금지하지 않으십니까? 궁중에서 못하게 하면 밖에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공은 궁중에서도 남장을 금하게 했고 한 달이 지나자 제나라에 남장하는 여인이 없게 되었다. 송나라 때 혜명 등이 편찬한 불교서적 오등회원(五燈會元) 등에 전해오는 얘기다.
이후 여러 문헌과 구전에 의해 원문의 소머리는 양머리로, 말고기는 개고기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은 겉으로는 좋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알고 보면 실속 없이 졸렬한 것을 말한다. 양두마육(羊頭馬肉), 표리부동(表裏不同), 명불부실(名不副實)은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다. 명실상부(名實相符)와 명불허전(名不虛傳)은 뜻이 반대다. 세상에는 속과 겉, 명분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삿된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애국’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집단의 이익만을 좇으면서도 ‘정의’로 포장한다. 공자의 문질빈빈(文質彬彬)은 바탕(내용)과 꾸밈(형식)이 함께 빛나는 것을 이른다.
형식이 바탕을 이기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바탕이 형식을 이기면 보기에 투박하다.
세상에는 오늘도 양머리를 한 개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출처 : 오등회원(五燈會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