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대지마”…불쾌감 주는 초보운전 스티커 ‘눈살’
반말·작은 글씨 등 오히려 시야 방해…프랑스·일본 등 규격화·부착 의무화
자율화된 초보운전 스티커가 일부 불쾌감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어 규격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자가 촬영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빵빵대면...죽여버림”,“빵빵 대지마라, 브레이크 콱 밟아뿐다” 등 불쾌감을 주는 반말 표현이나 알아보기 힘든 작은 글씨로 “면허증 따긴 했는데”라는 표현으로 초보운전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 1999년 초보운전 스티커의 자율화 이후 개성 넘치는 스티커가 다양하게 생겨났지만 이처럼 무분별하게 불쾌감을 조성하거나 본래 취지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 오히려 주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고 주의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로교통법은 운전면허 취득 2년 미만인 사람을 초보운전자로 정의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운전실력이 미숙하거나 장기간 운전하지 않아 운전감각이 둔감해진 운전자를 지칭한다.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진행한 ‘초보운전자 사고감소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에서는 2014년~2015년 현대해상 고객 DB를 활용, 가입경력별 연간 사고를 비교했다. 그 결과 가입 1년 미만의 사고율(39.6%)이 전체 평균(21.6%)보다 18%p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5년간 경찰청 면허경과년수별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면허 취득 2년 미만 운전자의 사고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1만 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초보운전 스티커의 효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스티커를 통해 초보운전자는 주변 운전자의 배려를 받아 사고를 예방하고 주변 운전자들은 속도를 줄여 안전거리를 확보해 방어운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예방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14년 필라델피아에서는 청소년 초보운전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하는 Kyleigh법이 실시된 이후 2년 동안 청소년 교통사고율이 1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1975년 초보운전 스티커 부착을 권고했다가 1995년부터 노란 바탕에 녹색 ‘초보운전’ 글씨가 쓰인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하고 부착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1999년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규정이 폐지됨에 따라 초보운전 스티커의 규격은 물론 부착 여부까지 자율화됐다.
온라인 검색 포털에 '초보운전 스티커'를 검색하면 그 자율화의 부작용이 감지된다. '초보운전 스티커 극혐', ‘초보운전 스티커 레전드’, ‘초보운전 스티커 광기’ 등의 연관검색어가 표시될 정도다. 누리꾼들은 “일본처럼 단순하게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지 굳이 운전자를 도발하는 스티커를 달아야 하나”, 오히려 “시비걸고 싶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도로교통법 제42조에 따르면 자동차에 혐오감을 주는 그림·기호·문자 표시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혐오감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어 부적절한 표지라고 해도 실제 단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와 달리, 프랑스, 일본, 미국, 호주 등 나라에서는 초보운전자 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면허 취득 후 3년간 의무적으로 초심자(Apprenti)를 의미하는 ‘A’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일본 역시 면허 취득 1년 미만의 운전자는 와카바 마크를 차량 앞뒤에 부착해야 하고 어길 시 벌금을 부과한다.
프랑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플뢰흐(23·여)씨는 이메일 답변을 통해 “초보운전 스티커의 크기가 꽤 커서 운전할 때 즉각적으로 초보운전자 차량임을 인지할 수 있다”며 “표준화, 의무화돼있는 이 스티커는 초보운전 차량을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모든 운전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도로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에서 운전 경험이 있는 소타 코마이(20)씨는 “의무적으로 면허 취득 후 초보 운전 스티커를 차량의 앞뒤에 모두 붙이기 때문에 초보 차량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미쿠 하세가와(19·여)씨는 “초보운전 스티커는 초보운전자를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데 좋은 도구이며 이것을 통해 서로를 안전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메일로 취재한 이들 해외인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규격화된 초보운전 스티커가 도로 안전에 도움을 준다고 답했다.
한편, 초보운전 스티커 자율화에 따른 문제점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이상헌 의원 등 10명은 초보운전자 표지 규격화에 대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방경찰청장과 시장 등이 초보운전자 표지를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작, 무상으로 교부하고, 운전자는 이를 차량에 부착해 운전중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규격화된 초보운전자 스티커의 부착이 의무화될지, 또 그에 따라 안전사고 감소 효과가 입증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민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