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실 CCTV 문제를 좀 더 얘기해야겠다. --
이런 문제는 겉에서 얘기되고 있는 거 외에, 그 물밑에는 꼭 더 복잡한 내막과 다른 얘기들이 있게 마련이다.
CCTV 법제화 문제는 미용 성형을 하는 성형외과 의원의 의료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현재 cctv를 결사반대하는 건 성형외과 의원들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성형외과 의원들은 선제적으로 cctv를 설치한다고 광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CCTV에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곳은 종합병원의 "기피과"들이라 생각한다.
CCTV를 조명시키면 안 될 만한 사정이 있다. 그게 PA 간호사들이다.
일반외과, 흉부외과같은 경우 pa 들이 수술 어시스턴트를 서는 경우가 너무 많고, 봉합도 그들이 하기 때문이다. 즉 레지던트들이 할 일들을 PA 간호사들이 대체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이미 오래 되었다.
우리나라 pa 간호사는 1만명에 달한다고 보도된 바가 있다.
PA 간호사는 수련의를 구하지 못하는 종합병원들의 필수과에서 주로 활동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사실상 수련의(레지던트)들이 하는 일 전부에 해당한다.
수술, 처치, 처방, 환부봉합, 진료기록지 작성, 동의서 설명 등등인데, 사실상 의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것으로 의료법 위반 소지가 농후하다.
왜 PA는 불법이 사실인데 단속은 안 되는 걸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 그동안 피에이는 의료법상 불법이란 원론적 태도이긴 했으나 적극적으로 단속, 고발조치 등을 하지 않았다. 왜?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와 같은 필수 진료과, 기피과들에 지원하는 수련의 수가 갈수록 적어지고 이미 절대적 부족 현상에 들어가 있으므로, 간호사를 수련의처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이런 pa들은 옛날부터 있었다.
"오다리", "화이트가운" 등으로 불리우기도 했다.
이런 pa들이 응급실에서 야간에 기흉 환자를 Xray를 보고 흉관 삽입을 하기도 한다.
삽입하는 솜씨도 기가막히다. 레지던트들 저리가라 할 정도로 잘 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서울대병원이 pa 존재를 정식으로 인정, 합당한 역할과 지위를 주며 보상체계를 적용하기로 발표했다. 대상은 160명이며. 호칭을 CPN (임상전담간호사)이라고 부르기로 한다는 것이다.
보조 의사 성격으로 양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서울대 김연수 병원장의 발표였다.
그러자 병원 의사협회는 노발대발했다. "서울대병원은 불법적인 피에이 합법화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과 의료계에 무릎 끓고 사죄하라"며 성명서를 냈다. 그리고 김연수 병원장에게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나왔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의료인 면허체계의 붕괴, 의료 질 저하, 의료분쟁 발생시 법적 책임 문제, 전공의 수련 기회 박탈 등이 일어날 거란 점이었다.
PA 간호사를 둘러싼 이런 갈등은 의료계의 매우 뿌리깊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노출시킨다. 필수과, 필수 의료 분야는 국가가 복지의 개념에서 강력한 수가 통제를 한다. 그러나 필수 의료에는 사람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에 심각한 의료 사고가 늘상 발생할 수 있다. 일반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가 특히 그렇다.
그런데 그런 사고에 대해서 공공이 책임지는 일이 없다. 해당 의사가 금액 보상부터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한다. 보상도 가장 열악하다.
그러니 아무도 그런 과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지원하는 수련의가 없으면 대학병원이든 종합병원이든 필수 의료를 돌리려면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간호사를 거기에 계속 밀어넣은 것이다.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법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더디기만 하다.
그렇다면, 수술실 cctv 법제화가 지금 바로 시행된다면 이런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비출 것인가?
이런 구조에 대해 뭔가 일단 조치가 돼야 CCTV도 들어올 수 있지 않겠나.
pa를 양성화를 하든지, 아니면 기피과에 의사가 수급이 되도록 특단의 조치를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해서 하든지, 그런 게 일단락 되어야 한다.
그러나 얘기를 여기서 마치면 안 된다. 더 근원적인 데까지 들어가야 한다.
왜 상급 종합, 수련병원은 수련의에 의존해서 병원을 돌리려 한단 말인가?
전문의들을 충분히 고용해서 병원을 돌리고 있다면, Pa가 왜 필요해진단 말인가?
그렇게 돌아간다면, 수술실 cctv가 무서울 껀 뭐란 말인가?
이미 환자들은 서울-수도권의 상급 종합병원으로 모두 다 쏠려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규모가 작은 의원급일수록 더 소외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서 인력과 돈과 장비는 모두 상급 종합병원으로 몰려 있다.
그런 혜택을 누리고 있는 상급 병원들이, 어째서 월급 몇 푼 아끼겠다고 수련의들 없이 필수 진료가 못 돌아가는 이런 문제를 만든단 말인가?
제대로 된 급여를 주고 전문의들을 더 많이 고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수련의는 그야 말로 수련받는 입장의 의사일 뿐이다.
상급 종합병원들이 전문의들을 폭넓게 완전 고용을 시켜서 일반외과, 흉부외과 등이 전문의들에 의해 야간, 응급까지 모두 돌아가게 해 놓는다면, 그럼 왜 기피과가 되겠는가? 그리고 왜 PA를 무리해서 집어넣는 일이 생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