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60501 노동절과 나
민구식
노동자의 이름으로 산 50년. 첫 시작은 태백산 아래 있는 광산이었다. 19살 1월부터 막장 같은 인생이 시작되었다.
첫 사회생활 2년은 정말로 힘들었다. 영하 21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추위가 그해 겨울이었다. 그러나 잘 버티고 군에 갔다.
최전방 전투병에서 행정병으로 36개월 복무를 하는 동안 지뢰폭발, 818 도끼 만행 사건, 무장 공비의 출현 등 수많은 위험을 경험하면서 무사히 마치고 제대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포스코에 입사를 했다.
26살, 경력직으로 당당히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를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입사였다. 취직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나 일년 365일 중 휴가라고 이름 붙인 단 3일만 쉬는 날이었다.
까추방을 전세얻어 3개월된 딸과 함께 셋이 누우면 돌아 눕기도 어려운 살림이 시작되었다. 밥상이 없어 신문지를 깔고 사작한 첫달, 행복했다.
지금도 아내에게 미안한 가난한 시작, 그러나 그게 힘든 것인 줄도 모르고 살아야 하기에 버티고 참고, 견디고 숙이며 살았다. 힘센 사람을 만나면 엎드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웃으며, 늘 을이며 약자로 눈치가 발달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노동조합이 생겼다. ‘유니온 숍’이라고 모두가 조합원이 되는 제도였다. 그렇게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권리라는 것에 눈뜨고 차츰 쟁취나 협상으로 발전하면서 삶의 경제적인 질도 조금씩 좋아졌다.
성경의 말씀대로 시작은 미비하였으나 결말은 창대 하다고, 포스코 맨이라고 하면 부러워하는 시선이 생긴 것은 IMF 때였다.
포스코는 이미 95년도에 희망퇴직, 명예 퇴직으로 2000명 정도의 고참들이 퇴직을 하였다. 그리고 2년 뒤에 IMF 사태가 일어났으니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세기말이라는 2000년, 밀레니엄을 거쳐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였다. 회사는 외주사를 만들어 다이어트를 하고, 원가절감을 하며 마른 수건을 다시 짜야했다.
민주 노동당이 창건되었으며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이산가족이 만나는 등의 변혁을 맞이하며 가속도가 붙는 발전이 정치 경제 문화 외교 분야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자의 삶은 상대적으로 계속 낮았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은 자본가가 가지고 있고 권력자의 손에서 움직이고 부도 그들의 손 안에서 축적되었다. 노동자는 그저 임금 몇 프로가 오르는 것에 목을 매고 살았다.
그러다가 주식의 호황으로 갑자기 급여 외에 돈을 버는 부류가 생기고 BB 세대들도 부모로 부터 물려받는 재산으로 부의 평준화가 흔들리면서 자본주의의 속성이 드러났다.
이기주의와 함께 데모가 많아지며 소송도 많아져 사회는 혼란스럽게 보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를 가속도로 달려왔다. 그렇게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을 졸업했고 자격증도 챙기고 했다.
나는 2010년대 초에 정년퇴직을 했다. 55세, 아직도 젊은 나이에 아무런 준비도 못한 채 맞이한 퇴직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지난 어려운 시기에 틈틈이 공부해 놓은 것들이 도움이 되었고 도전을 통해 직업의 틈새 시장을 노려 계속 일 할 수 있었다.
퇴직 후 18년이나 직장을 다니게 된 것은 하늘의 도움이었고 가족의 응원이었고 세상이 준 기회였다.
이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아마 오는 여름이 지나면 은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누구는 일 할 수 있으면 계속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일만 하다 죽는 것은 싫다. 평균연령 83세, 그 전에 6.7년 요양원에 있는다고 하면 내 두발로 다닐 건강한 삶은 이제 7~8년 정도이다. 마슬로우의 인생 5단계 이론에 보면 마지막 단계가 ‘자기 실현의 단계’ 라고 한다.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하는 때이다.
나도 이제 70대의 중반으로 들어선다.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보고 싶다. 비록 벌어놓은 돈은 없지만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살아온 경험대로만 살아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한사람의 발자국을 들여다 보면 돌고 돌고, 넘고 겪은 소설같은 사연이 빼곡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소중하다. 누가, 남이 박수를 치든 조소를 하든 나에게는 레드카펫 만큼이나 영광스런 소중한 삶이었다.
남은 삶도 잘 견디며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한국의 전후 급변하는 정치,경제 현대사의 증인세대라 어렵고 힘들게 사셨네요. 요즘은 건강한 90대가 많아요. 백세로 계획을 하셔야 될듯합니다. 고생 많이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