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느즈막히 밤에 반신욕을 하면서 레이커스 경기를 켰습니다. 2쿼터 3쿼터를 보니 정말 볼 마음이 사라지더군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봤습니다. 몇몇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경기나 똑바로 보고' 욕을 해야되니까요.
지금 레이커스의 문제는 코비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디서부터 촉발된 것이냐?는 명확히 해야죠. 바이런 스캇이 무능한 것 맞습니다. 린이나 부저도 소심하고 벤치는 절망스럽고 공격전술이란게, 제대로 된 빅맨도 없고 컨트롤 타워도 없는데 기껏 하는 것이 탑 45에서 공 잡아서 시작하는 거죠. 워리어스의 텔런트와 공격전술에 완벽하게 말리며 공수에서 찍 소리 한번 못내보고 완벽하게 밟혔습니다.
팀이 최악인 것 맞아요. 하지만 여기서 코비가 30개가 넘는 슛을 쏴갈기는게 과연 맞는 일인가? 이게 지금 변호가 될까요?
저도 레이커스 팬이고 브라이언트가 제가 NBA를 보게 된 시작인게 맞습니다. 오랜 팬이며 성격과 경기를 임하는 자세는 모든 이에게 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선수죠. 레전드 맞습니다. 5회 우승도 했고 득점왕도 했고 다 한거 맞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일련의 사실들이 지금의 상황을 무마시키는데 사용되는게 논리적으로 맞을까요?
레이커스의 계속된 부진에 코비가 팀원들을 이끌고 고군분투한다...라고 저도 생각했습니다만 어제 인터뷰는 정말 실망 그 자체입니다. 저 선수가 과연 18년동안 나이를 먹은 선수인지 궁금할 정도였어요.
지금 코비의 정신상태는 첫 NBA에 발을 들였던 그 시즌에 유타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연속으로 에어볼을 날리던 그때의 코비에요. 근데 지금 이게 상황에 맞는 정신상태냐는 거죠.
팬분들이 지금 레이커스 상황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코비부터 까지 말아라, 라고 변호를 하는데 완전 잘못된 겁니다. 그리고 어제의 그 MVP챈트는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마치 한화 팬들이 생각날 정도로요. 겨우 희생플라이로 한점 내고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하던 한화팬들 같았습니다.
이런 것이 정말 열정적이고 레이커스를 사랑하는 팬들이냐? 정말이요?
이런 것들은 선수에게 자신의 지금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 밖에 안되요. 지금 코비는 전혀 잘하는 게 없거든요.
44득점을 하면 뭐합니까? 경기는 큰 점수차로 졌어요. 완벽하게 공수에서 밀렸고 공격 전술은 팀 플레이라는게 전혀 없었어요. 이건 소심한 린이나 부저도 문제지만 몇번의 실수에 리더로써 포용하고 계속해서 살려주려는 노력조차 안하는 코비도 문제에요.
물론 5번의 우승을 폄하하고 케케묵은 코비의 옛 사생활을 들먹이며 이때다 하고 달려드는 헤이터들은 욕을 먹는게 맞죠. 하지만 논리적으로, 좀 더 냉정하게 보자면 이번 시즌 코비는 진짜 팀 자체를 말아먹고 있는 독재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에서 부저나 린이 저렇게 까지 얘기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이 인터뷰가 과연 코비 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인가, 당연히 들어가죠. 그리고 가쉽에 가까운 이 인터뷰가 좋게 들리지 않을 것은 누가봐도 명확합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 이유가 있겠죠.
레이커스는 텔런트가 없습니다. 린은 잘하지만 기복이 심하고 자기가 못하는 날은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소심하죠. 잘 되는 날은 크리스 폴 부럽지 않지만요. 샬럿 전에 코비를 제지하고 슛을 쏘는 모습이 자주 나와야 되는데 자기가 안되는 날은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극도로 소심해지고 코비는 슛찬스도 잘 만들어주지 않아요. 그건 부저도 마찬가지고 다른 선수들은 뭐 슛 크리에이팅 능력도 없구요.
이건 시즌 전에 이미 예상한 것이고 그렇기에 바이런 스캇이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를 들먹이며 시즌을 준비했겠죠. 결과는 기껏해야 아크 45도에서 공을 잡고 공격을 전개하는 트라이앵글 오펜스에 가까운 공격이구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요?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면, 집사 알프레드와 배트맨이 계속해서 대립하는 이유는 바로 신뢰입니다. 배트맨은 하비의 타락 이후 더더욱 자신과 함께할 사람을 신뢰 못했고, 알프레드는 지금 필요한 건 배트맨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얘기하죠. 혼자선 조직화되고 강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베인이 이끄는 테러집단을 당해낼 수 없다는 거죠.
코비도 지금 이런 영웅주의에 빠져있어요. 내가 해야만 한다, 나만이 레이커스를 구해낼 수 있다, 나만이 득점을 하여 팀을 이끌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코비를 묶고 있는 겁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더더욱 그것이 실체화가 됐죠.
작년, 제작년도 마찬가지죠. 아무도 믿지 않고 그렇게 몸을 채찍질 하다가 아킬레스건이 나갔습니다.
도둑을 잡는 건 경찰관 한명의 일이 아닙니다. 왜 많은 집단이 조직화를 중요시 할까요?
모든 게 맞다고 합시다. 레이커스의 경기력은 썩었고 팀원들은 경악할 수준이고 감독은 전술이 없습니다. 코비만이 유일한 공격무기이고 그것이 먹힙니다.
코비의 생각이 맞다면 레이커스는 적어도 7승 3패는 하고 있어야 됩니다. 1승 9패가 아니라요. 1승도 레이커스가 팀으로서 연계되어서 승리를 했습니다. 샬럿전에서 코비는 21득점을 했고 20개를 던져서 7개를 넣었습니다. 코비를 합쳐서 레이커스 주전 네명이 10점 이상을 넣었구요.
코비가 30개씩 쏴제껴서 경기를 형편없이 진다면, 코비가 15개 정도를 쏘고 팀원들도 같이 득점을 하면서 지는게 차라리 낫습니다. 그것이 팀스포츠이고 지더라도 그것이 제대로된 팀이 하는 경기입니다.
코비는 아직도 자기가 05년도에 언터쳐블하던 그때인줄로 착각하고 있어요. 어제의 MVP챈트는 거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죠. MVP요? 1승 9패하면서 무슨 MVP입니까. 누군가 코비 멱살을 잡고 'Stop shooting the fxxking balls'라고 소리라도 질러줘야 되요. 한화도 마찬가지입니다. 22대 1인데 나는 행복합니다하면 선수들이 과연 어떤 마음일까요? 물론 3자로써 정상적인 생각을 한다면 거기서 기뻐할 사람이 있으면 안되죠. 하지만 선수라면 자신이, 거기서 나름대로 정당성을 받고 자기위안을 받으면서, '그래, 팬들은 좋아하니까,' 에서 끝나버릴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결말은 어땠었나요. 고담시를 핵폭탄에서 지켜냈으나 그건 브루스 웨인 혼자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서 폭탄을 찾아내고, 경찰 병력이 목숨걸고 베인 집단을 덮치고, 거기서 더 이상 일반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배트맨이 하나씩 해결하면서 고담시를 지켜냈습니다. 그전에 브루스 웨인은 내가 다 해야만 해, 베인도 내가 막고 고담을 내가 지켜야 해, 라고 하다가 허리 나가고 감옥에 떨어지죠.
레이커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코비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나머지 팀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합니다. 레이커스 팀원들은 샷 능력도 없고 팀 자체를 이끌고 갈 능력이 없습니다. 코비는 그게 있죠.
'넌 능력이 없으니까 안돼, 내가 해야만 해.' 이것이 되어선 레이커스는 아마 필라델피아 기록을 경신할 겁니다. 그리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대론 미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코비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은 지금처럼 제대로 된 팀의 능력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매경기 30 40개씩 슛을 쏴갈기다가 지는게 아닙니다.
지더라도, 함께 힘을 합쳐서 경기력을 올려야합니다. 그리고 그게 미래를 향해 가는 길이죠. 코비가 지금 이렇게 하면 누가 레이커스를 오고 싶어하겠습니까? 시시콜콜하게 코비의 옛 동료들의 인터뷰로 글을 써대는 기자들이 과연 아무 의미도 없이 그럴까요? 기사들이 재밌고 계속 그런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코비가 '난 나폴레옹이 아니다'라는 걸 보여줘야 되요. 팀으로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FA에게도 레이커스가 매력적인 팀이 되는 거고 그게 미래를 지향하는 팀과 에이스가 보여줘야될 행동입니다.
5회 우승의 영광은 이제 끝났습니다. 다시 코비의 리더쉽이 도마에 올랐어요. 과거의 영광이 현재의 추락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저 우승은 폄하되어선 안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일 뿐입니다. 코비는 독불장군이 아니라 리더로써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제작년 모습도 좋을게 전혀 없었죠. '우린 모두 잘 풀었다', 라고 했으나 결국은 코비가 득점도 어시스트도 다 책임지고 스티브 내쉬는 스팟업 슈터로 전락하고 하워드는 리바운드 잡아주는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가솔은 자기 역할도 없었고요. 그리고 몇번 매직 존슨 코스츔하는 듯 하더니 다시 슛던지는 코비로 돌아와있었죠.
진정 위대한 선수는 자기 갈길을 가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남의 비판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현실도 수용할 줄 알아야 하구요. 코비가 알파와 오메가를 다 책임질 시기는 지났습니다. 그리고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는 코비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다른 이들이 그를 잘 보좌해줄 때 가장 강했습니다.
레이커스가 매경기 이기는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현재 레이커스는 결과가 다가 아닙니다. 과정이 중요한 상황이에요. 하루 빨리 코비가 그걸 이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이제 혼자 힘으로 다 해쳐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되요. 슛하기 전에 한번 더 자기 주위를 둘러보고, 팀원들이 있고, 그 팀원들을 믿는 코비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것이 시즌 내내 10승도 못하더라도 레이커스가 진정 지향해야될 방향이라고 봐요.
34회의 슛시도는 그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따라오게 되는 것이겠지요. 근데 뭐 꼭 코비를 변호하자는 건 아니지만 부저의 3-13이란 수치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슛률은 당연히 떨어질수밖에 없죠.
@let go 부저는 감각이 떨어져서 슛률이 떨어졌다라고 보기 힘들어요. 계속 레이커스 경기를 봐오셨으면 아시겠지만, 부저는 코비가 수십개씩 던져오는 동안 잘 들어갔다 안 들어갔다 했어요. 그냥 기복입니다. 딱 거기까지인 선수구요.
개인적으로 코비의 저 짓거리에 가장 영향을 덜 받는 선수가 부저라고 봐요.
@▶◀알렉섭게지기 그렇군요. 저도 2경기만봐서 잘못 파악했나보네요.
아 배트맨 또 보고싶네요.
그래도 작년 코비없는 nba는 이전만큼 재미가 없었습니다. 코비 데뷔때부터 봐왔던 터라 팬들이 원하는데로 플레이스타일을 바뀌어도 잠시일거고 , 그래도 욕먹을거고, 그래도 팀은 질 것이고, 그냥 얼마안남은 코비경기 무념무상으로 즐기고 싶네요.
전 지금 코비의 모습이 진짜 코비다운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코비는 이미 농구선수로서 정점을 찍엇고 이제는 파릇파릇 던지면 다 들어가는 시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리더로서의 모습이 필요하죠. 가솔같은 든든한 2인자나, 피셔, 잭슨같은 보컬리더가 절실히 필요한 것 같습니ㅏㄷ.
저도 코비팬이지만 반박할수 없는 사실들이니깐 쉽게 수긍이갑니다. 아무튼 저도 자연스럽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네요. 좋은 글 추천합니다.
팬으로써 이런 글을 쓰기 쉽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비가 조금이라도 빨리 깨닫고 팀성적이 리더다운 모습으로 팀을 이끄는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코비는 지금 보여주는 것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죠
가만있는 한화팬은 왜 ㅠㅠ 오늘도 울고 갑니다.
근데 정말.. 생각의 회로만 좀 바꿔도.. 팀 성적까진 모르겠어도 팬들은 재밌게 농구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안타깝네요 ㅠ
힘든 커리어를 보내는 코비가 남일같지 같아 맘이 아픈 요즘입니다 ㅠ
구구절절 공감하는 글입니다!!
한화팬이지만 한화팬들이 막장경기력을 옹호하며 응원한건 아니라고 봅니다. 단순팀을 응원하는것과 좋지않은점을 비난하지않는건 다른문제라고 봐요
무슨 얘기하시는지 잘 이해는 안되지만 위에 다른 분게 해명한 것과 같이 한화를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단순히 응원만 해주는게 과연 팬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가가 전 궁금할 뿐이죠.
진정한 팬이시네요. 건강한 조직은 건설적인 내부비판이 용인됩니다. 이러한 건설적인 내부비판은 외부비판의 압력을 덜어주게 만듭니다. 내부비판이 없을 때 오히려 외부에서는 답답해서 더 비판을 하게 되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베트맨 드립부터 ... 좀 공감이 안가기 시작.. 하지만, 핵심은 코비가 문제가 있다는건 확실하고 레이커스도 문제가 있다는게 확실하다. 부상 당했을때가 오히려 아름다웠다.
공감이 가고 안가고는 관심 없습니다만 부상당했을때가 아름답긴 뭐가 아름답습니까; 그런 얘긴 쓴적도 없는데
@Show Time† 부상당해서 조용히 있을때가 차라리 낫다는 뜻
휴.. 코비의 말년이 참 허망하네요
이대로 은퇴하면 조던기록을 넘어선다해도 뭔가 찜찜할듯..
정제된 생각 정제된 문장
무엇보다 중립적인 `척'만 하시는 분들은 이 글을 읽고느끼시는 바가 있으셨으면 좋겠네요
이쯤 되면 이게 코비의 똥고집인지 팀의 이번시즌 탱킹 결정인지 의심이... 내년에 좋은 빅맨들이 많이 나온다던데..
잘봤습니다~어제경기에서 코비가 자유투던지고나서 힐이나 다른선수들은 터치해주러 코비에게 갈때 부져는 혼자 먼산보면서 자리에서 가만히 있을때...아...부져가 코비에게 뭔가 맘상한게 있구나하고 느꼈는데...인터뷰에서 그리 말했을줄이야...코비가 2년전 골스전에서 아킬레스가 끈어진후 자유투를 던지로 갈때 그 눈빛을 잊을수가 없어서...전 그냥 더이상 본인이나 팀을 힘들게 하지 말고 함께해쳐나가는 모습을 보고싶긴 하네요...산왕전에서 초반 정우성에게 집요하게 1대1만 펼치다 막히던 서태웅이 후반에 패스를 하기시작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던 그 모습처럼...그도 팀원들을 믿고 패스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NBA 게시판에서조차 고통받는 한화팬... ㅠㅠ 슬푸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생각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저 한화팬인데 좀 비유가 잘못되었네요.
엊그제 랄팬들이 보내는 응원은 팀에 보내는게 아니라 코비한테만 보내는 일방적인 응원성격이 강한것이고
한화팬들이 보내는 응원은 팀전체에 대한 응원입니다. 전혀 다른거에요.
뭐가 전혀 다른지 모르겠는데요. 물론 선수와 팀에 보내는 건 다른거지만 응원 자체의 본질 자체는 별로 다른게 없어요. 팬들의 정신승리지, 자꾸 한화 들먹이시는데 그 응원자체는 별로 다를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