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지고 봄을 연습한 사람아
내게서 피어나던 여린 새싹들을
모조리 뽑아다가 자기 땅에 옮겨 심은 사람아
옮아간 새싹이라도
예쁘게 꽃 피우기를
굳어버린 내 땅을
비집고 올라온 작은 새싹들에게
또 한 번의 겨울을 가져다 준 사람아
/ 작자미상, 나를 가지고 봄을 연습한 사람아
살다보면 때로 잊을 날도 있겠지
잊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무덤덤해질 날은 있겠지
그 때까지 난 끊임없이 너를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간직하기 위해서
함께했던 순간들을 샅샅이 끄집어내어
내 가슴의 멍자국들을 키워 나갈 것이다
니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너를 원망해서도 아니라
너에 대해 영영 무감감해지기 위해서
/ 이정하, 씻은 듯이 아물 날
어느날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언젠가의 그 시간을 되돌아 볼때
내가 그에게 후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아픔이거나 슬픔이거나 갈증이거나,
그러한 아름다움까지는 아니더라도
/ 황경신, 눈을 감으면
봄은 잠시인데
그 봄이 전부 인양 사는 꽃들이 있다
그대는 잠시인데
그대가 전부 인양 살아버린 나도 있었다
고결한 나의 봄
그대를 보내기엔
여전히 날이 좋다
/ 백가희, 여전히 날이 좋다
나는 너에게 좋은 추억따위로
남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 경험이 되어주고자
나를 통째로 내던져주었던게
아니란 말이다
너는 나를 무어라 생각했는가
/ 류선우, 새벽이 가져다주는 처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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