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6월이 있다. 월드컵이 안겨 준 폭중
같은 기억은 살면서
두고두고 꺼내보게 되리라고. 월드컵 첫골의 감동을 선물했던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황선홍.
이제 그라운드를 떠나 지도자의 꿈에 젖은 그 남자와 그의 가족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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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
He is..........
축구밖에 모르는 외골수, 개화 덜 된 구식 남편, 딸 자랑 아들 사랑
유별난 만점 아빠, 그리고 착한 남자
그는 맏형 같고, 오빠 같고, 더러 삼촌 같기도 하다. 서른다섯, 나이보다 깊은 무엇이 있는 거 같아 그렇다. 일곱 살 꼬마 녀석에서 여든
살 꼬브랑 할머니까지, 황선홍을 마음에 품는 사람의 나이와 성별은
다채롭기만 하다. 따뜻한 걸 알아서, 사람 좋은 걸 알아서, 깍듯 반듯한 성품을 알아서, 그에게 축구계의 신사라는 닉네임이 붙여진 것을
누구나 공감하는 이유도 그런그런 것들이다. 또 있다. 운동하는 사람이면서 마치 연기하는 누구 못지않게 훤칠한 외모를 지닌 것도 식지
않는 인기의 한가지 이유다.
집에서의 그는 좋은 아빠이고, 믿음직한 남편이다. 좋은 아빠, 라는
말에는 말 그대로 좋은 뜻만 담겨 있는 것 같은데 믿음직한 남편, 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숨은 뜻이 있는 듯도 했다. 구식 남편이에요,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몰라요, 물 한 잔도 제대로 떠먹을 줄 모르거든요... 그의 아내가 생글생글 웃으며 소곳한 목소리로 일러 주었다.
궁금해서, 그 남자가 사는 모양이며 그 남자가 사는 집이 꽤나 궁금해서, 오늘은 황선홍의 구석구석을 훑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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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Family..........
참하고 고운 살림꾼 아내 정지원, 아빠 국화빵 맏딸 황현진, 축구를
좋아하는 깐돌이 아들 황재훈, 그의 착한 가족들
누구든 손님만 찾아오면 축구하러 가자고 제의하는 일곱 살 황재훈,
녀석의 장딴지가 얼마나 딴딴한지 한눈에도 벌써 저 녀석, 커서 축구하겠네...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땀나게 뛰는 걸 좋아하는 에너자이저 스타일에 축구공처럼 동그란 얼굴을 한 개구쟁이.
처음 보면 얌전한 꼬마 숙녀군, 생각하지만 20분만 지나면 얼마나
활발한지 알게 되는 열 살 황현진.
말 안 해도 황선홍의 장녀임을 알 수 있을 만큼 딱 아빠를 닮은 국화빵 장녀이다. 이 세상에 아빠보다 더 멋진 남자는 없다고 생각하는
황선홍 열렬 팬.
독일에서의 어학 연수 시절, 황선홍에게 딱 찍힌 이후 지금까지 줄곧
그의 곁을 지키는 아내 정지원.
말수 적은듯 보이지만 명령한 구석이 많은 착한 여자다. 아이 키우는
일은 물론, 60년대식 구식 남편을 섬기는 데도 일가견이 있는 황선홍의 평생 여자 친구.
축구밖에 모르는 남자로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평화로운 행복의 둥지를 알아서 틀어 준 그의 가족들.
아빠를 뺴앗겨도 자랑스러워 할 줄 아는 듬직한 아이들과 아내가 곁에 있어서...그 남자는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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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는 황선홍..........
상처 많은 유년, 부상으로 아팠던 세월을 털고 정다운 땀 냄새와 함께 사는 속 깊은 프로
살면서...누구나 잊혀지지 않는 상처 몇몇쯤 곁에 두게 된다. 그러나
그는 유독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온전하지 못했던 가정 속에서 외로웠고, 수시로 오는 부상 때문에 발목이 꺽였다. 그러나 뛰며 사는 남자가 뛸 수 없어 아팠던 것보다 더 큰 상처가 있겠느냐고, 그는 잠시
웃어보였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혹은 그가 '황선홍, 그러나 다시...'라는 자서전을 통해 고백했던 것처럼 그의 유년은 회색빛이었다. 여덟 살,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가 집을 나갔고, 그 외로움을 씻기 위해 공터에서 공을 찼다고 회상하는 사람이다. 가난한 아버지와
고만고만한 아이 셋이 허름한 동네의 지하 단칸방에 모여 살던 그 시절, 어린 황선홍에게 희망이란 그저 축구뿐이었음을.
이십 몇 년을 축구와 함께 사는 동안에도 불운은 끊이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때때로 찾아온 부상에, '황선홍의 똥볼'이라는 비난에, 혼자
울었던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러나 그 많은 상처들을 딛고 그가
이룬 것은 월드컵 첫골의 감동이었고, 대한민국 부동의 스트라이커라는 자리매김이었다.
지독한 부상은 결국, 더 뛰고 싶었던 그의 바람마저 접게 했고 결국
선수의 길을 떠나 지도자로서의 삶을 살게 했지만 그는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상처를 툭툭 털어낼 줄 아는 손과 깊은 속내가 있어
그 마음으로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을 꿈꾼다. 전남드래곤즈의 코치로서의 새 삶을 시직한 사람. 그는 이제 내 나라 축구를 등에 지고 가는 국가 대표 감독이 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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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황선홍..........
다정하지는 못해도 변함없는 친구처럼 살고 싶은 남편, 사랑하는 마음을 속속들이 주고 싶은 자상한 아빠
생활 속의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정 속에 풀어놓는다. 아내와 두
아이를 세트로 품고 시종일관 함께하는 사정적인 사람이다. 축구하느라 비워둔 가장의 자리를, 골대만 보고 사느라 덮고 살았던 정다움을, '있을 때 잘한다'는 다짐으로 풀어놓는 모양이다. 특히 두 아이들에게는 놀라울 만큼 좋은 아빠여서 현진이도, 재훈이도, 아빠를 영웅으로 꼽고 있다.
그는 또 철저한 사람이다. 지킬 것, 해야 할 일 앞에서는 무조건이다.
핑계도 없고, 게으름도 피우지 않는다. 잠은 딱 정해놓은 8시간만 자고, 사람에 대한 예우가 남다르고, 살찌는 것을 못견뎌 하므로 더부룩해진다 싶으면 무조건 다이어트를 한다. 시간 약속을 어겨본 적 없는 모습이란 마치 기계 같아서 저절로 혀가 내둘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아내의 귀여운 험담도 있다. 우선, 그는 좀 시키는 남자다.
그가 집에 있는 날은 하루 종일 손을 쉬지 못한다는 게 아내의 고백.
찾아주지 않으면 눈앞에 놓인 물건도 못 보고, 차려 주지 않으면 있는 밥도 못 먹는다. 지금껏 자발적으로 커피를 타서 마셔본 적 없는
남자인데다 신문도, 잡지도, 리모컨도, 손에 쥐어 줘야 좋아하는 얄미운 구석도 있다.
그리고 황선홍은 멋쟁이다. 예쁘게, 제대로 차려 입고 사람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가 사 준 목걸이를 꼭 걸고 다니며 손가락에는 반지도 낀다. 옷발 좋은 남자라는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남자라는 말을 들으면 흐뭇해한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남자, 인생을 끌고가는 노력형의 남자. 생활 속의 황선홍을 향한 칭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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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Home..........
결혼후 처음으로 꾸며본 아늑한 황새둥지, 사랑하는 가족의 향기가
물씬 고인그림 같은 집
Bedroom 순백의 멋을 담아 다시 신혼처럼 단장한 로맨틱 공간
로맨틱 디자인의 가구, 화사한 패브릭, 아기자기한 소품 등으로 꾸민
부부 침실.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하고 은은한 옐로 컬러로 포인트를 주어 로맨틱한 분위기가 한껏 살아난다. 침대 헤드보드가 있는 벽면에는 꽃 벽지를 발라 은은한 먹을 더했다. 탤런트 유호정의 집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유호정 침대'로 통하는 이 가구는 그의 아내 정지원 씨가 직접 고른 제품이다.
하얀레이스를 연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공간을 더욱 눈부시게 마감해 주는 것은 화사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은은하게 찰랑거리는 불빛이 공간 전체를 아늑하게 감싸준다. 신혼 때보다 더 신혼 같은 공간이라고...그 아내의 맑은 웃음이 공간 가득 스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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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Room 멋과 기능을 담아 완성한 맛있는 가족 공간
월넛과 화이트 컬러를 매치해 꾸민 주방. ㄱ자형의 기능적인 싱크대가 요리 잘하는 아내를 더욱 만족스럽게 한다. 냉장고와 오븐레인지
등 주방용 가전제품이 매입된 빌트인 싱크대는 깔끔한 주방을 만들어 주는 기능 아이템.
싱크대 한 옆의식탁이 있는 코너에는 화사한 멋이 가득. 부드러운 곡석미의 철제 다리가 있는 식탁에 화이트 패브릭 커버를 씌운 의자를
곁들여 고급 레스토랑 같은 멋을 연출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가구에 맞게 촛대 디자인의 샹들리에를 부착하고, 빈 벽면에는 액자 대신
클래식풍 몰딩이 잇는 거울을 걸어 마무리했다. 화병 속의 꽃, 깔끔한 화이트 그릇...솜씨 좋은 아내의 손길이 가득 녹아 있는 가족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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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Room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처럼...브라운 컬러로 완성한
공간
잘 정재된 햇빛이 우수수 쏟아지는 거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너른 창문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자리다. 특별한 장식 없이도
편안하고 아늑한 멋이 고스란히 녹아드는 기분. 거실은 심플하며서도 절제된 멋을 담아낸 공간이다.
밀크 초콜릿처럼 부드러운 갈색조의 소파와 카펫, 진한 월넛 컬러의
테이블과 키다리 플로어 스탠드, 차분한 빛깔의 커튼 같은 것, 꼭 필요한 살림으로 깔끔하게 마감한 공간에 앉은 황선홍의 모습이 제대로 어울려 보였다는 기억.
소파 맞은 편에는 철망 문짝이 있는 키 낮은 장식대를 배치해 비디오와 오디오를 수납하고, 주인만큼 키가 큰 푸른 식물을 곁들여 싱그러운 멋을 녹였다. 유난히 오순도순 다정한 이 가족들이 마음껏 뒹굴며
휴식을 즐기기에 제격인 행복 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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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ghter's Room 동화 속 같은 가벽에 예쁜 짜맞춤 가구로 완성한 딸아이방
딸 아이 방으로 마련한 이 자리는 복도처럼 긴 구조의 독특한 공간이었다. 자칫하면 너무 썰렁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궁리 끝에 찾아낸
아이디어가 가벽을 세우는 것. 마치 동화 속처럼, 덧문 있는 창이 달려 있는 예쁜 가벽을 세워 완성하자 생각보다 한결 더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공주풍의 공간이 되었다.
책이며 인형, 장난감과 옷가지 등 엄마 아빠보다 살림이 더 많은 아이를 위해 구석구석 수납장을 짜넣은 것도 이 공간의 특징. 로맨틱한
철제와 침대와 예쁜 맞춤 가구, 화려한 디자인의 커튼으로 단장하니
딸아이 현진이의 귀여운 얼굴을 고스란히 닮은 자리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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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s Room 개구장이 아이를 꼭 닮은 알록달록 만화 같은 공간
일곱 살 재훈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재미있는 놀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재미없는 시간이다. 지루하다 느껴지면 벌써 축구공이나 롤러스케이트를 꺼내들고 놀이터로 뛰쳐나가는 활달한 개구쟁이. 그런
아이의 취향을 제대로 살려 작은 공간 가득 만화 같은 멋을 담았다.
블루와 그린 컬러를 적절히 매치해 꾸민 이 공간은 컬러뿐만 아니라
가구와 소품까지 익살맞은 풍경이 가득. 뛰면서 노는 데 익숙한 아이를 위해 안전 용품을 준비하는 섬세함도 잊지 않았다. 놀이판 같은
매트에 낙서판, 푹신푹신 헤드보드가 있는 침대, 만화 프린트의 패브릭 제품들....놀이터보다 더 신나는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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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Gallery 축구로 살았던 지난 세월을 속속들이 새긴 그 남자의
방
그의 집을 함께 꾸미면서 가장 관심을 두었던 자리는 황선홍의 방이었다. 푸른 구장을 달리며 살았던 지난 세월. 추억할 게 많아서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은 물건들이 있다고 했다. 기념비, 트로피, 축구화와 골든 볼 같은 것들. 그를 아꼈던 팬들이 마음으로 전해 준 값진 선물들.
그 모든 값진 기억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둘 공간을 갖고 싶다는 게
그의 유일한 희망사항이었다.
그의 바람을 녹여 침실 한 옆으로 난 방 하나를 기념 공간으로 단장했다. 트로피와 상패 같은 것들을 전시할 수 있는 수납장을 주문 제작해 한 벽면 가득 짜넣은 뒤 20개의 액자가 붙박이된 문짝을 달아
아주 특별한 가구로 완성한 것이 가장 눈길을 끄는 아이템. 이제 인터넷 세상에 눈을 떳다는 그를 위해 마련한 컴퓨터와 책상과 푹신한
소파로 편안하고 멋스럽게 단장한 공간을 차근차근 구경해보자...............(엉~엉..사진 이뽀여..-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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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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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영광으로 버무려진 그의 지난날,
그러나 다시...
축구와 함께 살기 위해 길 떠날 준비를 한다.
등번호 18번, 황새. 지난 십수 년간 그를 세워 준 버팀목이다. 내 나라의 대표 스트라이커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슛을 터뜨리던 그 시절에 행복했노라고, 이제는 그는 후배들이 뒤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한다. 뛸 수 없으나 뒤는것을 가르칠 수 있게 된 지금, 그래도 때때로
마음이 자꾸 그 시절을 향해 가더라고 회상하는 사람이다.
지난 2월, 그는 정든 그라운드를 돌아나와 지도자로서의 삻을 시작했다. 은퇴였다고 하지만, 은퇴 대신 출발이라고 말하고 싶은 그다.
월드컵 어느 날,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성과를 거둬보고 싶다는 포부를 가져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출발이니까, 이제 다 시작이니까.
5월 말, 그는 가족들과 함께 멀리 가는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어학 연수 겸 지도자 수업을 받기 위해 영국행 티켓을 준비하고 있는
까닭이다. 얼마간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마치 스무 상의 어느 날처럼 푸른 꿈에 젖어 있는 그가 참 좋아보였다.
2003년(?) 즈음에서야 처음으로 꾸며보았다는 예쁜 집도 그래서 당분간은 접어두고 살아 가야(?)할 모양이다. 난 철새 같아서 이렇게
편안한 공간에 정착할 수 없나 봐요...덤덤히 말하고 남자 옆에서 착한 아내는 내심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가족이 너무 소중해서 혼자 떠날 수 없다는 남편의 깊은 속내가 고맙기도
한 모양이었다.
어느 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할 그 남자의 모습을 서둘러 상상한다.
열심이기를, 꿈꾸는 모든 것을 성취하기를..그래서 2002년 6월 어느
날의 감동을 우리에게 다시 안겨 주는 사람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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