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몰랐나? 너무나도 어설펐던 3시간짜리 내란.
[슬로우리포트] 12‧3 윤석열 내란 사건의 교훈.
오늘 아침 한국 국민들의 마음은 분노를 넘어 슬픔에 가깝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윤석열의 비상 계엄은 세 시간도 가지 못했다. 지금은 1980년이 아니고 이렇게 어설프게 나라를 뒤집을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제는 진심으로 하루라도 더 윤석열에게 정권을 맡겨도 되는지 의심해 봐야 할 때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이 사건은 12‧3 윤석열 내란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다.
-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성공할 리 없는 무모한 시도였다. 만취 상태가 아니라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명백한 내란이다. 아내를 지키려고 나라를 뒤엎을 생각이었던 건가.
곧바로 탄핵 절차 돌입.
- 민주당은 곧바로 탄핵안을 발의하고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6일, 늦어도 7일이다.
- 국민의힘 의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김상욱(국민의힘 의원)이 “집권당 소속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 계엄 해제 요구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이 18명, 이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탄핵안은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 일단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 직무가 중지되고 한덕수(총리)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6명만 남아있는 상태지만 만장일치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명백한 탄핵 사유, 헌법 77조에 다 나와 있다.
- 1항.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 5항.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 첫째, 애초에 전시나 사변도 아니고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도 아니었다.
- 둘째, 대통령에게 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있다면 국회에는 계엄 해제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군인들을 국회에 투입해 국회의원들의 진입을 막은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비상계엄, 대통령 맘대로 하는 게 아니다.
- 1987년 헌법을 개정할 때 이미 이런 상황을 내다봤다. 한국에서 국회의 동의 없는 계엄은 불가능하다. 윤석열이 이걸 몰랐다면 멍청한 것이고 알고도 저질렀다면 역시 멍청한 것이다.
- 설령 어제 저녁 군인들이 국회를 장악했더라도 국회가 원격으로 표결하면 된다(국회법 73조). 민주당과 야당이 192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계엄 선포를 하더라도 곧바로 해제될 거라고 봤어야 했다.
- 1980년과도 다르다. 계엄법 13조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계엄 사령부라도 국회를 장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포고령도 엉터리였다.
-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조항은 애초에 위헌이다. 군대를 동원해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방해한 것이 결정적으로 범죄 성립 요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계엄법에 “군사상 필요할 때”라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역시 헌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우두머리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 형법 87조에서 내란죄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돼 있다.
- 2항.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 3항.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
- 4항.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 윤석열이 어제 저녁 국회에 군대를 투입한 건 “국가 권력을 배제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에 해당한다. 사형 또는 무기 징역에 처하는 범죄다.
계엄의 요건을 못 갖췄다.
- 계엄법 2조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위원 과반 출석과 출석 구성원 3분의 2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3일 오후 한덕수(국무총리)를 비롯해 일부 위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지만 참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덕수를 비롯해 국무위원 다수가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익명의 한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야 한다는) 담화 내용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확고해 아무도 뜻을 꺾지 못했다”고 말했다.
- 어차피 실패한 내란, 국무회의 참석자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누가 모의에 참여했고 종사했는지, 부화수행하거나 관여했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결정된다.
-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는 계엄법 4조도 지키지 않았다. 우원식(국회의장)은 “통고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 계엄 선포와 함께 계엄 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계엄 사령관은 11시25분에야 임명했다. 그만큼 준비 없이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다.
너무나도 어설펐다.
- 육군 특수전 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국회에 도착한 건 자정이 다 돼서였다. 애초에 계엄 선포에 맞춰 준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군인도 50명 정도였고 심지어 도보로 이동했다.
- 만약 일사분란하게 야당 의원들을 체포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만들었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됐겠지만 애초에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김용현이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중과부적(수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겨레가 만난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직원들이 모두 자신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민석이 맞았다.
- 괴담 취급을 받긴 했지만 김민석(민주당 최고위원)의 경고가 맞았다.
- “김용현(국방부 장관)이 워낙 무능했다”면서 “윤석열의 충동과 김용현의 무능이 낳은 1차 시도 무산”이라고 말했다. 탄핵을 하지 않으면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 김민석은 ‘서울의 봄 팀’이라는 이름으로 윤석열 정부의 계엄 음모를 계속 추적해 왔다. “이제는 더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 광기 어린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 김용현이 지난 9월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 군에서도 따르겠나, 나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말했지만 결국 예상대로 된 셈이다.
윤석열의 정신 상태를 짐작하기 위한 몇 가지 질문.
- 실패할 거란 걸 몰랐을까.
- 국회를 장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 비상계엄 선포 다음 계획이 있었나.
- 김건희 특검을 피하려면 판을 뒤엎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을 거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다음 계획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명태균 게이트도 윤석열 부부를 조여오는 상황이었다.
- 3시간도 못 버틴 윤석열의 내란은 윤석열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라이브로 보여줬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뒤 계엄 해제 선언을 하기까지 3시간 이상 걸린 것도 여전히 합리적인 판단이 안 되는 상태라는 방증이다.
탄핵까지 갈 것 없다.
- 류혁(법무부 감찰관)은 법무부 긴급 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사표를 냈다고 한다.
-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무효이고 심의를 거쳤다고 해도 헌법 위반이자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만약에 국무위원이 이에 동의를 했다면 그들도 내란의 공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천하람(개혁신당 대표)의 논평도 화제였다. “탄핵이 아니라 더 강력한 처벌을 해도 모자랄 미치광이 짓을 대통령이라는 윤석열이라는 작자가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석열이야말로 반국가 인물이고 반헌법 인물이고 윤석열의 이런 미친 짓을 막지 못한 대통령실이야말로 반국가 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한 지난한 투쟁.
- 12월3일 저녁 10시30분 이후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계엄 해제를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탄핵을 막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버티다가 탄핵을 맞느냐 자진해서 하야 하느냐의 선택이 남아있을 뿐이다.
- 윤석열 내란 사건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가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살아움직인다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적 가치를 뛰어넘어 권력을 사유화할 수는 없다.
- 한국 사회는 이제 윤석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는 것 뿐만 아니라 윤석열의 실패를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