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민의힘 소속 소장파 의원 김재섭, 김상욱, 우재준, 김예지, 김소희 의원 등 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질서 있는 수습을 위해 제안한다"며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아울러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한다"며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 올해 모 상의 심사에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연출 권성민)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웨이브 오리지널인 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는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12인의 젊은 남녀가 9일 동안 합숙하며 리더를 선발하고 상금을 분배하는 정치 서바이벌 사회실험’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 예능 프로그램의 형태로도 사회적 의제를 다룰 수 있고, 이념적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의 축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로 놀라운 프로그램이었다. 리얼리티 서바이벌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지, 갈 수 있는지를 시청자들로하여금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의 파장이 큰 작품이었다. 방송사가 아니라 OTT를 1차 플랫폼으로 하여 런칭 초기에는 반향이 미미한 편이었으나 2030세대의 각광을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급속하게 조회수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정체성을 숨기고 모두 닉네임으로 소통했다. 백곰과 슈퍼맨으로 불린 이들은 사실 젊은 정치인들이었다. 여러 출연자 중 이 두 사람이이야말로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 측면에서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로 진보와 보수의 이념 지향을 대표한다. 슈퍼맨은 전통적 보수 우파의 입장이나 나름의 합리성으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리더였다 이념적으로 정반대의 가치를 지닌 백곰과는 많은 논쟁을 주고 받지만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임을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이념을 뛰어넘는 화합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는다. . 슈퍼맨이 올해 총선에서 첫 의원 배지를 달게 된 데는 이 프로그램에서 받은 호의적 반응이 일정부분 플러스 효과를 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 그가 바로 현재 서울 도봉구 갑의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김재섭이다. . 그 김재섭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들은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유린의 역사와 인권 탄압의 트라우마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이번 비상계엄을 합리화하지 못한다"고도 말했다고도 한다. . 비상계엄이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되지 못한다는 이들의 인식은 현재 국민 대부분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 그런데 몹시도 의아하다. 군대를 동원하여 주요 정치인을 체포 구금하여 국회의 기능을 말살하고, 언론과 출판의 자유, 국민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통제하며, 군 병원에 다수의 사상자를 대비하게 하여 유혈사태까지도 예견했던 것으로 보이는 이 불법계엄에 대해 대통령이 과연 ‘사과’할 것이라 생각했단 말인가? 아니 '사과'로 퉁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단 말인가? 그 대통령이 책임있는 자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을 할 것이라 생각했단 말인가? 이성을 잃은 대통령의 2차 계엄을 걱정하여 시민들조차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국회를 지키고 있는 이 마당에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하다니 실소가 나온다. 대통령과 계엄 관련 당사자들을 모두 그 자리에 둔 채, 이 긴박한 시점에 임기 단축 개헌 일정을 시작하잔 말인가. . 이것은 그저 아무 실효 없는 소장파 국회의원들의 면피성 성명일 뿐이다. 아마도 본인들조차 자신들의 성명 내용이 ‘말도 안되는’ 탁상공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 어떤 정당이든 초선 의원들은 밖으로부터 흘러온 맑은 물로 혼탁한 고인물을 정화할 수 있기를 요구받는다. 썩어빠진 관행을 거부하고, 코앞만 내다보는 당리당략의 공학에 빠지지 말고, 틀린 건 틀렸다 하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말할 줄 아는 새로운 기풍을 가져오기를 기대받는다. 이 성명이 과연 그런가. . 위 소장파 5명 중 김재섭 의원은 급박하던 3일 밤 비상계엄 해지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의 한 명이었다. 그의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이 발휘된 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왠 ‘임기 단축 개헌’인가. 내란죄의 사유가 명명백백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로 들린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존재이지 무능하고 폭압적인 대통령을 엄호하는 존재가 아니다. 즉각적으로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는 정당하다. .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슈퍼맨이라면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백곰(민주당 박성민)은 슈퍼맨을 이렇게 평한다. “자기 확신이 있는 사안을 끝없이 밀어붙인다. 어떤 순간엔 정치인이 가져야 할 대담한 자세로 보이더라”고. 그 프로그램 애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은 달라도 믿음직했던 슈퍼맨에게 바란다. 당신은지금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추경호 비롯 국민의힘 곳곳 썩은물 눈치보며 발 담그지 말고 초선의 ‘대담함’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지금 위기에 빠진 국가와 국민을 살리고, 스스로의 존재가치가 말살되고 있는 국힘 보수정당도 살리는 한 가닥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강력하게 촉구한다. 내란수괴를 탄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