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사 비봉산을 걷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북두산~복두산 구간의 암릉지대
부산, 경남의 산꾼들이 즐겨 찾는 경북 의성의 산에는 금성산(530.1m)과 비봉산(671.8m)이 있다.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산이지만 능선으로 연결돼 있어 통상 하나의 코스로 묶어서 타곤 한다. 해발은 그리 높지 않지만 깎아지른 암봉이 즐비하고 사통팔달 터지는 조망이
여간 아니다. 더러 속리산의 축소판이거나 전망 시원한 덕유산의 어느 봉우리 같다고도 한다. 바로 이런 매력 때문에 비교적 불편한 교통편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이번 주 소개하는 산은 바로
이들 산 주변에 있다. 이들 산에 올랐다면 의식했든 그렇치 않든 눈에 들어왔던 산이다. 사람에 따라선 그것이 헌걸찬 하늘금으로 기억될 수 있고
또 몸집이 육중한 비교적 높은 산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별다른 특징 없는 그렇고 그런 산으로 잊혀졌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로 선암산(船岩山·879m)이다. 금성산, 비봉산에서 봤을 때
동남쪽으로 우뚝 솟은 의성의 최고봉이다. 나름의 소회가 있어 언젠가는 찾아보아야 하겠다며 숙제로 남겨둔 부산 경남 산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산의 색깔 또한 다양하겠지만 솔향 짙은 넉넉한 숲길만은 누구라도 공감하는 것이 이 산의 자랑거리다.
나선 김에 주변의 산들도 코스에 넣었다. 선암산만 타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듯하고, 또다시 숙제로 남겨두고 온다는 것이 마뜩잖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한 교통편을 고려하면 다시 오기 어려운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해서 꾸며본 코스가
북두산(598m)으로 해서 선암산을 돌아오는 환종주 코스다.
이 코스를 세분화하면 북두산~복두산(508m)~매봉산(614m)
구간과 큰한티재(445m)를 연결고리로 하는 뱀산(838m)~선암산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암봉과 암릉이 많고 후자는 부드러운 토산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코스는 바위산과 토산을 두루 섭렵하는 것과 동시에 의성의 산 5개를 한꺼번에 타게 되는 셈이다.
구체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 가음면 현리리 빙계온천을 들머리로 북두산에 올라 동쪽으로 이어진 복두산을 향한다. 이후 남쪽으로 뻗어가는 능선을 따라
매봉산을 거쳐 한티재에 내려선 뒤 뱀산에 오른다. 그러곤 일자 능선으로 연결된 주봉인 선암산을 거쳐 들머리 쪽 방향인 현리리 대동마을 경로당으로
내려선다. 이렇게 할 경우 소요되는 시간은 걷는 시간만 4시간50분,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6시간 30분쯤 된다.
경로를 이렇게
잡은 것은 우선 길 찾기를 쉽게 하기 위해서다. 능선을 이어가는 이번 코스는 길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갈림길이 많은 한두 군데서 길을 잃을
개연성이 있다. 특히 큰한티재~뱀산 구간은 거꾸로 내려올 때 길 잇기가 상당히 어려운 구간이다. 하지만 오름 코스로 연결해 간다면 별로 힘들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스를 이렇게 꾸미다 보니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특히 오르내림이 심한 것은 이 코스의 흠이라면 흠이다. 하지만 구간구간에 그늘이 많고 또 일몰 시간이 상당히 늦춰졌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진행한다면 아직은 그리 힘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장시간 산행이고 능선을 타는 코스이기 때문에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덧붙인 김에 또 다른 주의 한 가지. 소나무가
아름다운 이 구간은 곳곳에서 송이가 난다. 당연히 송이 채취철에는 입산이 전면 금지된다. 오이밭에선 갖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도 있듯이
송이가 나는 철에서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산행은 온천시설인 현리리 빙계온천서 시작한다. 온천은 가음면에서 현리리 대동마을
쪽으로 5분쯤 가면 도로 왼쪽 언덕배기로 만난다. 온천은 현재 내부공사 중이어서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온천장으로 올라가면 온천장 건물 못 미쳐 오른쪽으로 주차장을 만난다. 하단
주차장이다. 들머리는 이 주차장 오른쪽 끝 지능선 자락으로 열려 있다.
행장을 꾸려 그곳으로 들어서면 산행은 시작된다. 들머리에서
지능선을 만나기까지 등로는 된비알로 오른다. 이 구간은 그러나 산길을 정비해 놓은 것 같은데도 바닥이 마사토이다 보니 자주 미끄러진다. 등로마저
희미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행 방향 정면으로 오른다 생각하고 길을 잡아 나가면 어렵지 않게 지능선에 닿게 된다.
지능선까지 20분쯤 걸린다.
지능선에 닿으면 등로는 오른쪽이다. 이후 반반하고 부드러운 길을 10분쯤 좇으면 멋지게 터를 잡은
무덤을 만난다.
무덤에서의 등로는 무덤 위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이다.
물론 왼쪽으로 가도 안부에서 만나지만 봉우리를 오르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해 가는 방식이다. 이 길은
안부를 만나기 직전 약간 희미해지지만 왼쪽의 안부를 보고 그쪽으로 오르면 다시 좋은 길로 연결된다. 무덤에서 안부까지 10분이 걸린다. 안부
이후 등로는 오름의 마루금을 따르면 된다. 북두산 정상 직전에 오른쪽으로 약간 휘돌아 올라간다. 북두산까지 14분 소요.
북두산은
조망이 시원찮다. 정상도 이정표가 없다면 봉우리란 느낌도 들지 않을 정도로 밋밋하다.
복두산은 진행 방향 정면의 직진 길로 연결된다. 등로는 복두산을 만나기까지
주능선의 마루금을 따른다. 마루금은 경사가 비교적 부드러울 뿐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다녀 상당히 반반하다. 간혹 만나는 갈림길에선 이 점에
유의해 길을 이어가면 길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너럭바위까지 26분, 다시 전망바위(512봉)까지 20분이 더 걸린다.
북두산 이후 너럭바위~전망바위 구간이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다. 깎아지른 암봉과
암릉이 짜릿하고 분재를 닮은 듯한 키 작은 소나무들의 열병이 등로의 운치를 더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비봉산~금성산 하늘금도 장관이고 오른쪽에
일직선으로 쭉 뻗은 뱀산~선암산 능선도 기운차다. 이 구간은 또 송이철이면 입산이 통제되는 지역이다. 이를 일깨워주듯 입산금지 팻말이 등로
곳곳에 걸려 있다.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할 지점은 전망바위 갈림길. 여기선 왼쪽으로 내려서야 복두산으로 이어갈 수있다. 오른쪽은 용산지로
내려서는 하산로다. 복두산까지 12분이 걸린다. 복두산 역시 조망이 별로다.
복두산 이후 등로는 이정표의 매봉산 방향인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로 이어진다.
암봉인 전망바위까지 23분이 걸린다.전망바위 이후는 오름길. 능선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 이정표(북두산 갈림길)까지 13분이 더 걸린다. 이정표에
닿기까지 등로는 마루금을 잠시 벗어나 오른쪽 사면으로 오른다. 이정표에선 왼쪽의 오름길을 따르면 된다. 이후 매봉산 정상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가 이어진다. 매봉산까지 14분이 더 걸린다.
매봉산 이후 등로는
고도를 급속히 낮춘다. 큰한티재까지 445m로 떨어진다. 등로는 한동안 능선을 따르다가 임도를 만나면서부터 임도를 좇아 내려간다. 한티재까지
15분 소요.
한티재에 닿으면 등로는 도로 개설 공사가 한창인 도로를
건너 맞은편 산자락의 임도로 연결된다. 공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절개지가 생긴다면 마루금으로 이어가기는 곤란할 것 같다.
임도 이후 뱀산까지 오르는 구간이 이번 산행의 최대 고비다. 물론 고비라 해서
벼랑을 탄다든지 하는 위험한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산행 후반기에 체력도 그만큼 떨어진 상태에서 400m 가까이 직등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힘이 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물 한모금 마시고 쉬엄쉬엄 오르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이후 솔향 가득한 넉넉하고 부드러운 그늘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도에 올라서서 바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임도로,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역시 오른쪽 소로를
따르면 무덤을 지나 뱀산으로 직등하게 된다. 능선에 다 올라서선 막 벌목을 끝낸 방화선을 따른다. 임도에서 뱀산 주능선까지 40여분 소요.
뱀산은 능선에 올라서서 왼쪽 길로 이어진다. 갔다오는 데 4분쯤 걸린다. 선암산은 뱀산에서 되돌아와서 그늘 시원한 능선길을 따르면
된다. 뱀산에서 18분쯤 걸린다. 키가 큰 소나무 숲길이 상쾌함을 더한다. 대형 헬기장이 있는 선암산 정상 역시 조망은 그리 원활치 않다.
하산길은 진행 방향 정면으로 연결된다. 이정표가 있으니 참고한다. 역시
부드러운 능선길이 10분쯤 이어진다.
내리막이 시작된 지 10분쯤
지나면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바로 척화삼거리다. 등로는 오른쪽 아래로 떨어지는 직진 길이다. 왼쪽은 척화마을로 내려서는 길. 그러나 이정표는
이곳에 있지 않고 조금 더 내려간 능선 분기점에 세워져 있다. 이정표 이후 등로는 지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반반한 내리막길이다. 임도까지 18분쯤
걸린다. 임도를 지나 10m쯤 가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 방향이 아닌 오른쪽 아래로 떨어진다는 점만 유의하면 날머리인 대동리마을까지 길 찾는
어려움은 없다. 새로 포장된 시멘트 길로 인도되는 마을까지 13분이 더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