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1/04/화/강서/맑음]
양천자원재생센터/목동아파트단지/한살림/파리공원/양천문화회관간담회
= 일정 : 파리공원(100대 절명상) - 목동학원가 - 양천자원재생센터 - 목2.3동 - 정농생협 - 목동역 - 오목교역(근처에서 점심) - 목동 아파트단지 - 한살림 서부지부매장 - 파리공원(100대 절명상) - 양천문화회관(간담회)- 신월동 성당(잠자리)
= 글쓴이 : 백선희(강릉등불)
무자비한 폭력과 사랑의 매
‘나무와 숲’ 지역아동센터에서 새벽잠을 설쳤습니다. 눈을 뜨니 어김없이 깜깜한 새벽이었고, 저는 그 새벽의 여명을 깨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고요함, 외로움, 그 속에 비친 지극히 평범한 저의 모습이 비추어졌기 때문이었지요. 그 모습을 달래기위해서 애꿎은 노트북 자판만 두드리고 있습니다.
아침이 되어 주모 경찬님께서 끓여주신 맛있는 누룽지를 먹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도담이의 발제가 시작되었지요. 무자비한 폭력과 사랑의 매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냉정함과 단호함을 가진 절복과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가진 섭수, 부성애와 모성애의 성격을 가진 절복과 섭수를 적절하게 하는 것이 사랑의 매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때리냐 안 때리냐가 아니라 그 행위 속에 진실과 사랑이 담겨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법스님께서는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대를 고통스럽게 할 때 그것은 폭력이라 하시며, 정말로 진실과 사랑의 행위인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보호본능은 결론적으로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는 폭력이 된다는 것이지요. 최종수 신부님께서는 생명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말로 하는 폭력으로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그 충격은 당신이 운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가는 사람일수록 겸손하고 진정성 있게 사람을 대해야겠습니다. 도담님은 회초리보다 어렵고 복잡한 것이 사랑의 매라 하며 본인이 고통스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 될 것 같다 합니다.
지금 여기, 내 방식대로의 삶이 부른 것
‘나무와 숲’ 지역아동센터에 감사의 등불을 전달하고 파리공원에 도착하였습니다. 파리공원은 한불수교를 기념하여 프랑스 파리와 한국 서울에 공원을 교류했다 하지요. 100대 절명상을 시작할 즈음 지역 분들이 오셨습니다. 지역 분들과 순례단이 서로 소개를 나눕니다. 순례단원 양홍관님께서는 꼬마 순례자 달님을 보고 “서울은 주저 없이 달님을 성장 시킨다.”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달님이 온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시간은 생명의 변화를 가속화시킵니다. 지금 여기 그녀는 어김없이 아름답습니다.
한살림 조합원이신 이은경님의 안내로 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새소리가 있는 거리라는 팻말이 붙은 거리를 지납니다. 작은 가로수에도 새소리는 들리지 않았지요. 목동 학원들이 줄줄이 사탕입니다. 주로 중고대 입시교육을 하는 그 유명한 목동 학원가였지요.
교육이란 뭘까, 역사 속의 사람들은 후대에 자꾸 뭘 전달하려고 했던 걸까? 경쟁?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진정 살아야할 길, 사람이 진정 추구해야할 진리의 삶에 대해서 교육적 방법을 택한 것이겠지요. 그 사이에 생긴 수많은 언어들과 언어가 담겨진 책들은 세상을 밝게 하기도 하고 어지럽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생각으로 걸음을 걸었습니다.
양평교 고가다리를 옆에 끼고 ‘미래의 에너지 세상, 고객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모토를 내건 서울SH공사에서 운영하는 에너지센터를 지나 무공해 천연가스를 취급하며 하얀 수증기를 연실 뿜어내는 열병합 발전소를 지났습니다. 낙엽과 단풍, 햇살과 바람이 가을 냄새를 풍깁니다. 겨울도 곧 머지않았음을 알려주는 듯 하였습니다. 시간의 변화를 깨우친다는 것은 세상의 섭리와 우주의 섭리를 통달한다는 것일까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인식하고 겸손하게 낮추며 굳건하게 살아가야할 순례자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서울의 4곳, 쓰레기 소각하다
목동 쓰레기 소각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니, 양천자원회수시설이라 합니다. 김병훈 소장님과 남궁원자 주민지원협의체 위원께서 나오셔서 소각장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사실 어제 밤늦게 남궁원자님께서 오셔서 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었지요. '
서울에서 4곳이 서울의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노원구 순례 때 하루 몇 백톤을 처리하는 소각장을 이미 둘러보았었지요. 이 곳은 하루 300~4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4곳 중에서는 제일 작은 규모라 합니다. 양천구 ․ 강서구 ․ 영등포구의 생활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하였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쓰레기를 소각하고 난 후에 소각재와 비산재가 남는데, 이것은 다이옥신과 중금속의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하지요. 또한 쓰레기 속에 섞여있는 엄청난 비닐을 태우면 탄소발생량이 늘어나니까 자연히 환경파괴의 주범인 셈이었습니다.
쓰레기를 모아놓고 한데 섞는 비트장에 들어가서 직접 보았습니다. 손처럼 생긴 크레인이 0.5톤을 한번에 집어서 소각로로 모으고 있었습니다. 소각해서 나오는 물질들은 실시간으로 환경부에 데이터가 전송된다고 하는데,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이 40~50ppm이 넘으면 경보가 날라 온다고 하지요. 다이옥신이 일년에 법적검사기준으로 0.1나노그램 인데 여기는 0,01~002 나노그램이라고 합니다. 연속적으로 샘플링 한다 하지만, 이 많은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어떻게 다이옥신과 중금속이 환경부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나올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 곳 소각열을 소각장 옆 열병합발전소로 보낸다고 합니다. 발전소에서는 자체 LNG와 함께 발전소를 돌리고 지역난방으로 사용한다고 하지요.
주민지원협의체에서는 이러한 쓰레기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영등포 ․ 강서 ․ 양천구에 재활용 분리수거가 안 되는 부분을 철저하게 교육하고 쓰레기 소각 후 위험한 물질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자, 쓰레기를 줄이자, 분리수거를 잘하자’는 것으로는 해답이 없을 듯싶었습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하는 것이겠지요.
순례자는 낙엽을 밟고 발로 차며 걸었습니다.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되뇌이면서 말이지요. 낙엽은 나무의 생존방식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낙엽도 쓰레기로 취급되어 휴지통에 버려지는 도시의 이면이 자꾸 몸서리쳐지기만 하였습니다. 순례자 또한 그러한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식품의약품 안전청을 지나 목2동 주택가를 걸었습니다.
아파트 안에서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하기
‘목2동 재정비지구 추진준비위원회’라는 간판이 있었습니다. 또한, ‘목3동 630번지 일대의 재건축 추진위 개소식’이라는 현수막도 보았지요. 양천구의 목동, 신정동의 일부는 뉴타운지역으로 선정된 상태였지요. 주민들의 바램은 어디까지 미치는 것일까, 낡지 않아 보이는 빛나는 주택들을 보며 궁시렁 거렸습니다.
목동제일시장, 대형할인마트, 주상복합아파트, 목3동 주미센터를 지나 큰 길에 이르러 정농생협을 방문하였습니다. 유기농 무비닐 농사를 지어 건강과 환경을 더욱 생각하는 정농생협이라 들었습니다. 생협 물품들과 함께 잠깐 쉬다가 감을 얻어먹고 나왔습니다. 이은경님은 목동에는 이러한 생협이 여러 군데 있다 하셨지요.
목동사거리를 지나 경인고속도로 지하 터널 위 횡단보도 앞에 섰습니다. 갑자기 칼바람이 지나가는데,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하이페리온 고층아파트를 지나 목동 초등학교 앞에 다다르니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추어 아이들을 데리러온 학부모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얼마 전에 학교 앞 아이 납치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는데, 그 기운에 부모들이 학교 앞에 나선 것이라 유이상님께서 말해주셨습니다. 조금 전 지날 때 보았던 하이페리온 아파트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에 ‘안전한 근거리학교 배정요구’에 대해 써있었는데, 이와 관련 있는 듯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근처 황쥐콩나물국밥집에서 CBS노동조합 분들을 만나서 콩나물국밥을 탁발 받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당아저씨께서는 황토지장수로 키운 쥐눈이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자랑하십니다. 키우는 곳에 들어가 보니 식당아저씨께서 직접 설계한 콩나물 단지들이 있었습니다. 황토지장수를 만드는 방법과 자동적으로 물을 순환시켜 뿜을 수 있게 한 콩나물시루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셨지요. 잘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써먹어야겠습니다.
아파트 옆 공터에서 쉬고 오후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이은경님께서 목동에 대한 설명을 해주십니다. 목동 재개발지구는 작년 국회의원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건 것이라 합니다. 근처 44층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는 하이페리온 사람들은 그 안에서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하였지요. 이 곳의 아이들은 근저의 중고등학교 말고도 멀찌기 떨어진 곳에도 배정되어 부모들이 교육청에 항의하고 있다 했는데, 멀찌기 떨어진 학교에서도 하이페리온과 중상류층 아파트에서 사는 아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중하류층 아이들이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합니다. 재건축으로 삶터에서도 밀려나고, 권력을 따르는 배움터에서도 밀려나는 현실이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갑자기 강남순례 때 만났던 잔디마을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판자촌을 헐어내고 44층 아파트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44층 높이가 감이 안 잡혔었는데 하이페리온의 모습일거라 생각하니 임대아파트도 꿈꾸지 못하는 그들의 현실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습니다. 고층아파트 숲 속을 걸었습니다. 아파트 안에는 주차장과 백화점 등등 생활 속에서 필요한 것들이 모두 있다고 하였지요. 아파트 안에서 나오지 않고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한살림 서부매장에 들러 생명평화이야기도 나누고 휴식시간을 보내다가 천주교 목동성당, 양천구청과 양천 세무서를 지나 파리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가로수로 심은 감나무에는 매연을 잔뜩 먹었을 감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양천구의 상징이라며 ‘감 따지 말고 보며즐겨요’ 라 하는데, 이미 손잡 힐 곳은 다 따가고 없었습니다. 파리공원에 들어서니 동원예비군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백여 명이 넘는 예비군들을 바라보며, 예비군들도 절하는 순례단을 바라보고 말씀을 하나하나 힐끗힐끗 청하며 서로의 마음속에 가닿았을 평화의 마음을 곱씹으며 100대 절명상을 했습니다. 순례를 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는 이은경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자리를 정리하였습니다.
양천구민회관 근처 식당에서 보리밥을 먹고, 배부른 순례자들은 양천구민회관으로 걸음을 청했습니다.
길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부처님이 기생을 찾아가는 청년들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게 뭔가? 자기 자신인가? 기생인가? 그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청년들은 기생을 쫒지 않고 자기 자신의 길을 걸었다 하지요. 도법스님께서는 청년들의 길을 이야기하시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습니다.
한살림 이승언님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조합원들끼리 자연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 존중해야한다고 공감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놓치는 부분이 많다고 하시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도법스님께서는 우주자연의 법칙인 절대 진리와 인간의 법칙인 상대진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우주자연의 법칙과 질서를 이해하고 나면, 생명의 하나인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그러해질 것이라 말씀하시지요. 이해와 인식을 위해서는 집중력을 기르는 것, 집중력을 기르면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으로 생명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성찰의 시간을 통해서 가능하다 하시며 생활 속에서 깨어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도 하셨지요.
일상의 성찰, 그 시작을 내일 함께한 분들과 100대 절명상부터 걷기순례까지 함께해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간담회를 정리하였습니다. 지역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신월동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원래는 성당 장례식장 지하 영안실에서 자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장례를 치루어야 할 분들이 계셔서 1층 교리실에 잠자리를 봐주셨습니다. 신월동의 그믐달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스르르 아무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