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10년 10월 17일 10: 08- 16 : 43 (6시간 34분)
산행코스 : 황골-입석사-비로봉-세렴폭포-구룡사-주차장(13.9km)
산행장소 :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안흥면
꿩의 보은 설화가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오는 치악산...청명한 새벽공기의 입맞춤에 감은 두눈 횡하니 뜨고 뿌옇게 흔들리는 형광
등 불빛아래 먼길 떠나는 아침은 늘 작은 설레임으로 가득합니다...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기 위한 발걸음은 가볍구요....
차창밖 햇살 비치는 가을 향기에 젖어..가을풍경도 그려보고.. 새벽녘 꿈꾸다 만 꿈도 꾸어보고 아침햇살이 차가운 이슬을 말릴
즈음.. 네시간을 넘게 달려 원주 황골에 도착합니다...산길에 마중나온 다람쥐 한마리 반갑게 인사하는 자연이 살아 숨쉬는 듯한
치악산 산행길을 열어봅니다
입석사로 향하는길... 계곡물 소리가 정겹고 숲은 조금씩 변해가는 가을의 시작임을 알려주고 등짐사이로 한줄기 땀방울이 흘러
내릴즈음 입석대의 웅장한 모습이 나타납니다...언제나 한결같이 자리지키며 서있는 모습이 치악을 지키는 수호신마냥 당당하
기만 합니다... 벼랑끝의 낙낙장송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고요....
숲은 붉은 아우성으로 들려오는 단풍의 숲에 가는걸음 멈추고 바람결에 붙어나오는 가을향기에 취해봅니다
허리춤에 술한병 들어있지 않아도 붉은빛에 홍조드니 술취한것 마냥 내 마음으도 붉어지고...붉은 눈물 뚝뚝 흘리는 소리는 깊
어가는 가을의 아름다운 소리이며 가는 가을이 서러워 울부짓는 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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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아름다움 뽐내는 벼랑의 단풍잎은 작은잎 뽀족이 내밀고 고운님 맞을 준비 한창이고...단풍잎 익어가는 소리에 계곡의 바
윗돌에 붉은빛 여울지고 흐르는 물은 붉은 물감으로 가득합니다
입석사는 시간이 정지된듯 고요하기만 하다... 미동도 않은 풍경소리는 산객의 재잘거림에 귀를 기울이는듯...가을 서정에 멈춰
버린듯....
입석대로 올라서는 길은 단풍들이 생명을 다하기 전 제 몸을 불태워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풍광에 발걸음 멈추고 한참을 서성거
립니다 ...행여 내모습 담아줄 누군가가 있을것만 같아서...
한걸음 떨어진 곳에 홍양리 마애불 좌상이 암벽화처럼 단아하게 그려져 있지요 1090년도에 만들어졌다니 천년 가까운 세월속에
그렇게 머물러 있나봅니다
엷은 햇살이 단풍잎을 스치며 자아내는 분위기는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듯 하다. 고운색감의 아름다움에 말로 표현을 못하는 나
의 언어 영역에 한계를 느끼며...빛과 그림자, 색색의 단풍이 자아내는 앙상블과 춤을 추며 빙그르 떨어지는 낙엽이나 ...이미 떨
어진 낙엽이 보여주는 만추의 분위기는 절정인듯 하다
왔던 길 되돌아서서 입석사를 그려담아봅니다... 무성한 세월속에 빛바랜 기왓장사이에 가을이 찾아오고 겨울이 머물날이 머잖
아 보입니다
앙상한 가지에 초록의 잎을 튀웠던 그날이 봄이였나요...님의 눈가에 고운 마음이 묻어납니다.. 님의 열정을 초록의 나뭇잎 속에
담아두고 두번 계절의 강을건너 울긋불긋 곱게물든 단풍의 고운물이 내 가슴에 가을의 불을 지피고.. 사랑이란 불꽃으로 번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을 만난지 강산이 세번이나 변했고 맨질거리던 이마엔 주름이 생겨나고.. 까맣고 윤기나는 머리는 흰머리로 가득하고 곱디
고운 피부에 세월이 흘러..가을앞에 님의 깊은 마음의 강으로 뛰어듭니다... 고운단풍잎은 오색의 수룰 놓으며 한걸음 한걸음 닥
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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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이 가까워 보입니다.. 정상을 상징하는 도께비 뿔처럼 우뚝 솟아오른 산정의 모습이지요...
수많은 도반들이 진을치고 머무는 공간은 빈틈조차 주지 않습니다..한순간도 발길이 머물지 못하고 등 떠밀리듯이 떠나야 하는
것은 우리의 운명인가요..먼산들의 산그리매가 그리움을 불러모우는데
가을에는 사랑한다 말이 필요하지 않을것 같다.... 긴 문장의 편지도 필요없을 것 같고.. 숲길에 하염없이 피고지는 단풍잎 하나
주어 사랑하는 마음을 단풍잎에 실어보내면... 받는이의 마음은 붉은 빛으로 물든 그리움이 잔잔하게 마음속으로 진하게 전해질
테니.....
잎새들은 불어오는 갈 바람에 몸을 부딪치며 서로를 위로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아름다운 만큼 허전하고, 아름다운 만큼 슬프
지는 것은... 다시금 찾아오지 않을것 같은 화려한 날에 대한 염원이 묻어 나겠지요
내가 나에게 보내는 낙엽편지를 마음 따스한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글을.. 낙엽위에 한자 두자 또박또박 써서 책갈피에 넣어
두고 그리움이 가슴에 차오르면 두고두고 볼것이며... 때로는 그리운 이에게는 보내주기도 하고...가을이 떠나가 낙엽되어 다 떨
어져도.... 멀물던 가을날이 그리워 꼬깃꼬깃 한 책갈피를 펼쳐보며 아름다운 가을단상에 머물다 잠시동안 잊혀진 그리움이 흐
르는 가을로 언제나 남아 있으면 좋겠다
무채색의 수줍음으로 남아있는 님을 남겨두고 추억을 떠올리며 길을 걸어갑니다... 우리가 가는 세상의 길에 걷어채이는 돌뿌리
만큼이나 바람으로, 햇빛으로, 구름으로 그리고 고운잎새로 머물러봅니다
지리한 계단길도... 사다리병창 길도 지나서니 세렴폭포가 힘든 여정의 끝을 장식하듯 반겨줍니다...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아
도 많은 유산객들은 이곳을 이정표 삼아서 다녀가곤 하겠지요
옥수같은 물이 흘러내리고 그리움 하나 낙엽에 띄어 보냅니다... 하얀포말 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에 나를 실어 고운님에 가슴에
스며들고 싶고.. 새록새록 돋아나는 붉은 그리움 처럼 오늘도 흐르는 물길따라 세상의 길을 걸어갑니다
흐르는 물처럼 쉼없이 세월이 그렇게 흘러가도 자꾸만 그리워 지는 풍경들이 낮설게 느껴지는것은.....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계
절을 아쉬워서가 아닌..삶이 가을햇살 처럼 조금씩 줄어드는 삶 때문인가.... 늘 우리는 물가에서 희망을 건져올려 거칠고 험준한
길이라도 영혼의 씨앗을 뿌리며 살아가겠지요
큰골로 내달린 감빛 설렘은 붉은 단심 어이할수 없이 나부끼는 잎새들사이.. 계곡물만 간간히 추임새를 넣고 깊은 가을 속으로
접어듭니다
선녀탕을 지나서니 한바탕 몸서리친 단풍의 향기가 잣아들쯤 묵객의 중얼거림은 이내 바람소리에 묻혀버린 채 기억할수 없는
수 많은 단어들이 뇌리에서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아홉마리용이 살았다는 구룡소는는 8마리용이 달아나고 눈이 먼 용이 후에 승천 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으며 아직도 소에는
동전을 던져 놓으면 소원을 이룬다고 해서 강바닥에 수많은 동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고즈녁한 산사의 흔적은 사라지고 대중과 함깨하는 절집으로 변모해가는 구룡사를 지나서면 아름드리 금강송(황장목) 숲길에 호
젓함은 긴여정의 피로를 씻을 만큼의 아름다움으로 우리 가까이에 머물며 또 다시 머무는날 더 귀한 추억으로 그날을 기억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