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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당선자가 31일 오전 전남 순천시 역전시장을 자전거로 돌며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순천/박종식 기자 aanki@hani.co.kr> |
31일 전남 여수공항에서 순천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운전하던 강호식(가명·69)씨는 7·30 재보선에서 칠십 평생 처음 ‘1번’을 찍었다고 했다. “순천 경기가 바닥이여. 힘있는 이정현이는 머 한가지라도 똑부러지게 할 거 같응게 눈 딱 감고 찍은 거제.” 그의 말은 엄살이 아닌 듯했다. 여름휴가 시즌 절정기인데도 공항에서 순천을 향하는 버스 안에는 기자 혼자였다.
한 시간 동안 순천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렸다던 택시기사 강하원(62)씨도 “먹고사는 데 당이 무슨 소용이냐”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민주당’이라면 이름도 몰라도 찍어줬는데, 순천에는 결국 아무것도 안 생겼다”며 박근혜 대통령 측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순천대 의대와 대기업 유치 등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고 호소한 이 당선의 선거 전략이, 민생을 등한시한 새정치민주연합에 실망해 있던 순천 주민의 마음속 ‘지역 장벽’을 허문 듯했다. ‘26년 만의 호남 지역구도 타파’라는 중앙정치의 호들갑과 달리, 순천 주민들이 이 당선자의 승리를 “뜻밖의 결과가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공무원 허아무개씨)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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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각 지역 당선자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최고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선거운동을 할 때처럼 새벽 3시부터 대중목욕탕, 순천역, 전통시장 등을 훑으며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내일부터는 각종 단체를 찾아가고 제 공약도 구체적으로 정리하겠다. 서울에는 다음주에나 올라가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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