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비가 많이 오네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날구지 삼아 고소한 부침개 부쳐 놓고 보고 싶은 친구들과 소주 한 모금이나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싶은 것이 한국인의 일반적 정서이겠지요.
모처럼 화당에 늦게나마 참석했더니 그곳은 독지가들이 많은지 위스키가 풍년(?)이더군요. 그것도 어저께는 Scotland Highland에서 맥아(Malt)로만 만든 Single malt whisky가 나왔으니 위스키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위스키의 어원이 라틴어의 생명의 물(water of life)에서 나왔다고 들었는데 브랜디(과일주를 증류하여 숙성 시킨 것, 예를 들어 포도주를 증류한 코냑: 코냑 지방의 브랜디)도 불어로는 Eau de vie(오우 더 비-)라고 해 똑 같는 뜻을 같고 있다네요.
이런 생명의 물이 한국에서는 꽤 흔하지요. 일반적으로 6~7년 정도 참나무통에서 숙성 시킨 위스키를 Standard 위스키라 하여 영국인들이 주로 즐겨 마신다고 들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일단 12년 이상을 숙성 시킨 Premium급 위스키 정도를 마셔야 겨우 위스키 명함을 내밀 정도라 하네요.
12년 이상 숙성 시키면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데 사실은 Premium 위스키는 상당한 고급 위스키이고 그 이상을 마시는 것은 허영(Vanity)를 마시는 것이라고 하지요. 물론 숙성 기간이 길어지면 맛이 더 부드러워진다고 하고 깊은 맛이 더 나겠지요.
년식이 높은 위스키를 폭탄주로 마시면 위스키 고유의 풍미를 느낄 수 없어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지요. 예를 들어 Johnnie Walker Oldest(지금의 조니 워커 그린)이나 Ballentine 30 정도는 년식 면에서 대단한 술들입니다.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원액이 참나무통 안에서 웅크리고 앉아 호박색으로 익어가는 순정을 생각하면 위스키 맛이 더욱 가슴에 와 닿지 않나요. 이 위스키의 순정을 생각하며 목구멍을 후꾼 달구며 뱃속이 찌리리하게 알잔 스트레이트로 몇 잔 마시는 맛이 정말 위스키의 맛이지요. 술꾼들은 위스키를 혀에 가득 감듯이 한 동안 머금어 그 향취가 퍼져가는 느낌을 즐기기도 하지요.
작은 얼음 덩이에 끼얹듯이 살짝 부어 언더락스(on the rocks)로 홀짝홀짝 마셔도(Sipping) 괜찮지요.
위스키를 숙성(Maturation, Aging)시키는 용기인 참나무통은 위스키에 황금빛 색깔을 주고 맛과 향을 더욱 그윽하게 해준다는데 우리의 항아리 비슷하게 바깥 공기와 소통(일반적으로 MB가 조금 부족하다고 하데요)을 하기에 약 2~3%의 원액이 기화되어 우주의 어디론가 사라진다 하여 이것을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부른다지요.
사실 그 정도의 양은 하늘에 당연히 바쳐야 될 것 같으니 하나님의 사자인 천사들도 틈틈히 위스키 맛을 본다는 이야기지요. 이 참나무통(Oak)에 들어앉은 원액들은 매일 시세가 바뀌는 바 주식 같은 금융 상품처럼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위스키(영국에서는 Whisky, 아일랜드에서는 Whiskey)는 무슨 곡물로 만드느냐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누지요. 싹을 티운 보리(Malt, 맥아)로 만드는 것을 아시디시피 Malt whisky라 하고 옥수수, 귀리, 호밀 같은 기타 곡물로 만드는 것을 Grain whisky라 하지요.
楊總이 가끔 희사하는 미국의 켄터키주나 테네시주 위스키들이 옥수수(Corn)로 만든 Grain whiskey이지요.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에서 영어식 이름을 따온 켄터키주의 버번이라는 지역에서 만들었다는 버번 위스키가 우리에게 친숙하지요. 잭 다니엘스나 짐 빔 같은 것들인데 와일드 터키의 맛이 화끈하고 강렬하지요. 참나무통을 그을려 향을 더 강하게 하고 숯으로 걸른다 하지요. 캐나다 위스키는 호밀(Rye)을 많이 쓴다고 하네요.
이 두 종류의 위스키가 재료와 증류 방법이 다르기에 맛과 향이 당연히 다르지요, 일단 Single malt쪽이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고 맛과 향이 무겁고 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순전히 개인의 기호로 위스키 종류를 선택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즐겨 마시는 위스키들은 대개 이 두 종류의 위스키를 년식 별(보통 여러 Vintage가 혼합 된다 함)로 적절한 비율로 섞은(Blending) 것들이고 년식은 최저 숙성년도를 말하는 것이라네요, 예를 들어 17년짜리라 하면 17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 원액들이 혼합 된 것이지요. 이 혼합 비율은 전적으로 그 회사의 Master blender의 권한으로 위스키의 독특한 맛과 향을 결정한다 하더군요.
우리가 흔히 17년産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17년짜리가 맞고 17년産(Vintage)이라고 하면 1917년에 증류(Distillation)된 위스키를 말하는 것이 되겠지요.
증류란 기화 장치를 이용해서 모주에서 원액을 추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이 증류된 원액을 숙성시키기 위해 참나무통속에 집어 넣는 거지요. 영국법에 위스키는 3년 이상 숙성 시켜야 하고 95도 이하로 증류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위스키 하면 일단 스카치(스코틀랜드 위스키)가 제일 유명한데 사실 스카치는 음침한 스코틀랜드의 기후와 히스꽃이 바람에 나부끼는 황량한 벌판(Highland)의 산물이지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생각나지요.
왜냐하면 스카치의 3대 주원료는 보리, 물, 이탄(토탄, Peat)이기 때문입니다.
역시 술맛은 물맛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코틀랜드는 물 맛이 아주 좋은 곳이라 하고 이중 이탄은 히스꽃이 탄화된 일종의 석탄으로 연기가 많이 나고 특유의 향이 있기에 맥아를 건조할 때 쓰인다 합니다.
즉 보리를 물에 불려 싹을 티운 것을 갈기(Milling) 전에 말리거나 약간 태우는데 이때 이탄을 쓴다는 것이지요. 제조 과정을 개관해 보면 이 말린 맥아를 갈고 녹말이 당화되도록 물에 섞어서 걸쭉하게 끓인(Mashing) 다음 효모(Yeast)를 섞어 알콜이 생성 되도록 하는 것이지요. 여기까지는 Hop만 안 들어갔지 맥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母酒(Crude liquor)는 약 6~7%의 알콜 돗수를 가지게 된다 하네요.
이 모주를 증류(Distillation)하여 원액을 얻고 그 원액을 참나무통에 넣어 숙성(Aging) 시키면 숙성 기간에 따라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 숙성된 위스키들을 자기 회사만의 비밀로 섞어서(Blending) 병입(Bottling)을 하면 비로서 맛과 향이 제 각각 독특한 생명의 물이 되어 우리 술상에 오르는 것이지요.
Blending을 한 다음에 바로 병입을 하지 않고 다시 참나무통에 넣어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재숙성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Marriage(Marrying)라 부른다지요. 이 기간은 숙성 년도에 포함 시키지 않는다 하는데 남녀가 계약 동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되겠네요. 동거 기간은 결혼 기간은 아니지요.
비오는 날 위스키 생각도 나고 화요일 병 라벨(Label)의 영어를 읽고 해석하느라 애쓴 楊總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몇 마디 적어보는데 위의 이야기가 반드시 맞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으니 그저 그런가 보다 하시기를......1997년에 증류를 하고 2009년에 병입을 한 것은 12년짜리 위스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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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흐유 이 많은 상식이 머리속에서 나오는건가 ? 대단허우
화요일 양총과 위스키 관련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것을 기억해서....오늘 양총이 버번 위스키 한 병 안 가져 오나?
재미 있는 정보 잘 보고 갑니다.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