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양평 백병봉(424m)
남한강변 산 두루 살피는 눈부신 전망대
백병봉은 양평군 강상면과 강하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424m의 산이다. 한남정맥의 문수봉(403m)에서 갈라진 앵자지맥이 정개산 천덕봉을 지나 앵자봉(670m)에 이른다. 이곳에서 다시 세 방향으로 갈라진 산줄기 중 동북쪽으로 이어간 산줄기는 앵자지맥의 최고봉 양자산(710m)을 솟구친다. 그 양자산이 다시 북녘으로 산줄기를 이어가 팔당을 목전에 둔 남한강에 가라앉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일으킨 봉이 오늘 소개하는 백병봉이다.
양평에는 산꾼들이 즐겨찾는 산이 수두룩하다. 최고봉 용문산(1157m)을 비롯해 유명산, 청계산, 부용산, 정암산, 해협산, 양자산 등 사시사철 산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백병봉은 취재산행 동안 한 사람의 산꾼도 만나지 못한 숨어있는 산이다. 그러나 산행시간이 짧고 힘들지 않으며, 녹음차양이 하늘을 가린 호젓한 산길은 복더위 8월의 산행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하얀 바위가 병풍을 두른 듯한 산세의 이 산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백병봉으로, 양평군이 정수리에 세운 정상석에는 백병산으로 되어 있으나 지형도를 따라 백병봉으로 소개한다.
백병봉 산행의 최단코스 들머리는 양평군 강상면 명산리에 자리하는 대웅사. 백병봉 중턱에 자리한 널찍한 주차장에서 차를 내리면단출한 비구니 도량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법당 오른족으로 너럭바위가 자리한다. 해발 260m로 짐작되는 너럭바위에 오르면 시원하게 조망이 열린 동녘으로 묘한 산세의 추읍산(583m)이 성큼 다가든다.
<사람과산> 1998년 11월호에 내가 소개한 추읍산 정수리에는 다음과 같이 적힌 정상석이 있다. '일명 주읍산 칠읍산 내력. 용문산에 읍하고 있는 형상이라 추읍산이라 하였으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시 일본인 주사가 추읍 발음이 어렵자 주읍으로 표기하여 아직도 주읍산이라 명기되어 있어 본래의 이름을 되찾고자 하는 관념으로 추읍산이라 각자하였음. 칠읍산 내력. 산 정상에 서면 양근, 지평, 여주, 이천, 광주, 장호원 등 일곱 읍이 잘 보인다 함. 1997년 3월8일. 양평군 보통등산가들.'
용문산을 향해 읍(인사예법의 하나. 마주잡은 두 손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허리를 공손히 굽힘)한 자세로 추(종종걸음으로 나아감)하는 추읍산의 산세는 보면 볼수록 산이름 붙인 이의 안목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너럭바위 오른쪽으로 백병봉 산길이 이어진다. 옛 수렛길로 짐작되는 산길을 이어가니 뜻밖에도 여기저기에 당귀가 무더기로 자란다. 주인 없는 귀한 당귀가 길가에 밭을 이루다니? 조금 더 올라가니 해발 320m 지점의 길섶에 폐농막이 보인다. 지금부터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까지 당귀 등 약초를 재배했으리라. 비로소 당귀의 수수께끼가 풀린다. 왼쪽으로 굽어 도는 다소 희미해진 산길을 이어 양자산에서 뻗어내린 주능선에 올라선다. 쉬어가기 좋은 너럭바위가 자리한 능선에는 거대한 물박닥나무 한 그루가 터줏대감인양 시원한 그늘을 드리웠다.
오른쪽(북쪽)으로 능선길을 이어가니 밧줄지대가 나온다. 그렇게 가파른 경사도 아니건만 뜻밖에 설치한 밧줄을 잡아가며 오르자 '무선 간이기지국'이 자리한 백병봉 정수리다. 낡은 삼각점이 자리한 정수리에는 '백병산 423m 2001.5.3 양평군' 이라 표시된 정상석과 '병산리 등산로 입구 1.56km, 전수리 등산로 입구 2.2km'라 적힌 이정표가 자리한다.
정수리 북쪽 끝에 마당바위가 있다. 서너 명이 너끈히 앉아 쉴 수 있는 너럭바위에 올라서니 동쪽으로 절경의 조망이 펼쳐진다. 북한강과 만날 두물머리를 목전에 둔 남한강 유장의 흐름이며, 양평대교와 양근대교를 건너 배산임수의 멋진 터전 양평시가지를 한눈에 굽어본다. 어찌 그 뿐이랴! 그 너머 왼쪽으로 전설의 은행나무와 용문사가 자리하는 하늘 닿은 용문산정수리(1157m)와 한국의 마터호른 백운봉(941m)이 흰구름을 머리에 이고 솟구친다. 점입가경이라 했던가. 그 오른쪽으로 문제의 추읍산이 읍한 자세의 종종걸음으로 용문산을 향하고 있었으니...황홀무비!나는 사색의 늪으로 깊숙이 빠져든다. 추읍산이야말로 저승을 목전에 둔 늙은 산꾼 시인, 필자가 아니던가. 내 평생의 스승이요, 목표인 <삼국유사>의 일연스님(1206~1289), <자산어보>의 정약전(1758~1816), <대동여지도>의 김정호(?~1864) 세 분은 겨레의 스승이요, 내 마음의 용문산이다. 그 분들의 업적을 기리고 사모하며 방방곡곡 산을 오르내리며 천산시탑을 쌓고 있는 필자는 바로 추읍산 아니던가...
하산길에 접어든다. 북쪽 내림길에도 밧줄이 마련되어 있다. 세 번의 밧ㅈ불지대를 지나자 느긋한 능선내림길이 이어진다. 잎갈나무가 숲차양을 드리운 능선에는 더러더러 백병봉이란 이름에 걸맞은 하얀 너럭바위가 쉬어가라고 말을 걸어온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산꽃이 피고 지는 이 능선길. 풀 향기 꽃 내음이 산길에 가득하고, 짙은 녹음은 산꾼들의 혈관에 초록빛 피가 콸콸콸 흐르게 한다. 너럭바위에 앉아 쉬기도 하고, 청모바위를 머리에 쓰기도 하며 산길을 내려간다. 정수리를 출발 후 첫 번째 이정표 삼거리에서 병산리 방향의 내림길은 희미하다. 이윽고 두번째와 세번째의 이정표를 지나 전신철탑이 자리한 시멘트포장길에 내려선다.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후다닥' 고라니 한마리가 길을 가로질러 올라간다. 뒤이어 당도하는 날머리 88번 도로변에는 등산안내도가 자리한다. 더더욱 날머리에 자리한 '숲속칼국수'에서는 백병봉의 아름다운 산심을 고스란히 간직한 주인가족의 정갈한 음식솜씨에 알들한 뒤풀이도 가능하였으니.
*산행길잡이
병산리 대웅사주차장-(30분)-주능선-(20분)-백병봉 정수리-(50분)-이정표 삼거리-(30분)-전수리 88번 도로변 등산안내도
백병봉 들머리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878-50번지에 자리하는 비구니 사찰 대웅사다. 법당 오른쪽(북쪽)으로 비포장길을 이어가면 길 오른쪽의 폐농가를 만난다. 다시 왼쪽으로 굽어도는 산길을 이어 대웅사를 굽어보는 지점에서 다소 희미한 산길을 헤쳐 오르면 물박달 거목이 자리한 주능선을 만난다. 이곳에서 오른쪽(북쪽) 능선길을 느긋이 이어가면 밧줄지대를 만나고 뒤이어 무선간이기지국이 자리한 백병봉 정수리에 도달한다.
하산은 북녘으로 밧줄이 준비된 능선길을 내려가면 숲그늘이 이어지고 다시 밧줄지대를 만난다. 잎갈나무 조림지를 이어 노송전망대를 만나고, 은방울꽃 군락지대를 지나면 첫 이정표 삼거리(전수리 등산로 입구 1.32km, 병산리 등산로 입구 0.55km)에 이른다. 두번째 이정표(전수리 등산로 입구 0.85km, 백병산 정상 1.4km)와 세번째 이정표(전수리 등산로 입구 0.5km, 백병산 정상 1.75km)를 지나면 포장길에 내려서고 뒤이어 등산안내도가 자리한 전수리 88번 도로에 이른다.
장거리 산행을 원하는 산꾼은 강하며 성덕리에서 양자산(710m)을 오르고(1.94km), 북쪽 능선길을 길게 이으면(7.83km) 백병봉에 닿는다. 신화리에서 주능선에 이르고(2.28km), 북쪽 능선을 이어 백병산에 이르는 중간거리 코스의 산행도 가능하다.
*교통
용산역 출발의 중앙선 또는 동서울터미널의 시외버스로 양평까지 간다. 양평역전택시(031-774-8808) 등을 이용해 대웅사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요금 7.500원. 승용차로는 양평군청 부근에서 양근대교(남한강)를 건너서 우회전, 광주 퇴촌 방향으로 500~600m 직진, 병산2리 도로표지판을 보면서 병산저수지 방면으로 좌회전, 병산저수지를 지나서 100m쯤 가면 왼쪽에 병산2리 마을회관이 있고 마을회관 앞에서 오른쪽으로 대웅사 진입로가 있다.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 대웅사 부근에는 식당과 숙박시설이 없다. 날머리 전수리 등산안내도 옆에 음식이 정갈한 숲속칼국수(031-771-1739, 010-7301-3119), 광주집 등 식당이 있으며 시실리모텔을 비롯한 숙박업소도 여럿 있다.
글쓴이:김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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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