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북단에 있는 강원도 고성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이다. 동해안을 끼고 있는 최전방이어서 여러모로
중요한 지역지만, 동해안의 이미지는 이웃 강릉과 속초, 양양이 가져가 버렸고 최전방의 이미지는 철원, 연천, 화천, 양구, 인제
등에게 밀린다. 또한 경상남도에도 같은 이름의 지역이 있는데, 경남 고성의 인구가 더 많고 여기에는 없는 고성읍이 있어서 강원도
고성은 굉장히 어정쩡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사실 강원도 고성군은
엄밀히 말하면 고성이 아니다. 간성군이라고 불리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진짜 고성읍이 있던 원래의 고성 땅은 북한 또는 민통선
이북지역에 속해 있고 현재 사람이 사는 남한 고성군의 전역은 원래 1919년 이전에는 간성군이라 불렸던 곳이다.
그래서
이곳의 중심지가 고성읍이 아닌 간성읍이고, 군을 대표하는 버스터미널은 간성터미널이다. 군을 대표한다니 뭔가 그럴싸해 보이겠지만
일단 군과 읍의 이름이 다르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다, 분단으로 너무나 고립되어 버린 위치 탓에 외지 노선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으니, 고성 사람들은 간성터미널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속초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명색이 군의 대표 터미널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도 없이 길가에서 승객을 태우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사람들조차 속초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나가서 버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하고 빨라서 외면을 받는, 차마 웃지 못할 슬픈 현실을 지닌 버스터미널이다.
속초시내에서 30여분을 북으로 달리면
간성읍이 나온다. 고성군청이 있는 중심이면서 역사적으로도 간성군의 중심지였던 대표적인 읍내지만 규모는 작은 편이다. 인구가
7,600명에 불과해 이웃 거진읍과 비슷하고 최남단의 토성면에도 인구가 밀리는 수준이다. 그래서 편의시설이 비교적 부족한 편이기에
상당수의 고성 사람들은 속초로 나가서 일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고성군 전 지역에서는 속초로 가는 1번
버스가 여러 갈래의 지선을 두면서 실시간으로 운행을 하고 있다. 자신들의 지역을 돌아다니는 시내버스조차 사실상 속초의 하위
개념으로 운행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생활권이 완전히 속초에 종속된 바람에 간성읍은 군의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건 위 사진에서 보이는 버스터미널에서도 알 수 있다.
간판을 보면 큰 건물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규모가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보이는 것이 터미널 시설의 전부다. 즉, 이것을 제외하면 장거리 시외버스와 관련된 시설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정문마저도 일반 주차장 뒤에 있어 간판이 없다면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수준으로 상가의 모습이 뚜렷하다.
버스가 들어오는 장소는 건물 뒤쪽이 아닌 앞쪽에 있다. 사실상
2차선이 되어버린 좁은 도로와 주차장 사이에 조그마한 정류소가 하나 세워져 있는데 여기에서 모든 버스가 왔다 간다. 즉,
간성터미널은 이름만 버스터미널이지 주차하는 버스 한 대 없는 정류장일 뿐이다.
나름대로 읍내라고 버스 자체는 자주 들어오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버스는 속초에서 고성 각지로 연결되는 시내버스들이고, 이들은 잠깐 간성에서 승객을 태우거나 내려준 채 다시 제각각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마침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구형 로얄시티 버스가 잠깐 들어오더니, 노인 1명을 내려주고 곧바로 몸을
움직인다.
매표소가 있는 맞이방은 그럴싸한 버스터미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인지 서너 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한가롭게 시간을 떼우고 여기에 추가로 표를 사는 사람들이 더 들어온다.
여기는 단순히 버스터미널 대기실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상가로
들어가는 로비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다른 터미널에도 상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곳들은 상가가 버스터미널의 부속 시설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여기는 상가의 부속 시설로서 버스터미널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화살표 방향으로 따라가 보면 의원뿐만 아니라
여러 상점들과 마주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여기가 단순한 정류장임을 알려주는 증거는 또 하나가 있다.
매표소가 복권을 파는 슈퍼 안에 있다는 점이다. 모든 정류장이 다른 업무와 같은 일을 겸하지는 않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버스터미널은 매표소와 가게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매표소 업무만 하기에도 빠듯한데다 굳이 같이 겸업을 할 만큼 수익이 심각하게
나쁜 곳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성은 규모가 작아서인지 표를 팔면서도 주전부리나 복권을 같이 팔고 있다. 사보지는
않았지만 밖에 나와 있는 아이스크림은 매표소에서 계산하는 게 더 편할 정도다.
뭐 이래뵈도 노선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화진포, 건봉사,
통일전망대, 청간정과 같은 유명 관광지를 끼고 22사단을 필두로 한 대규모의 군부대 역시 있기 때문에 꾸준한 고정 수요가 나오기
때문이다. 주로 서울, 강릉 및 부산 방면으로 가는 노선이 운행한다. 그러나 속초 이남 지역들보단 운행 횟수가 현저히
떨어지는데, 영동에서 가장 큰 도시인 강릉으로 가는 노선조차 부산, 대구방면 완행에 숟가락을 얹은 정도의 적은 횟수로 운행되고
있다. 심지어 오후 시간에는 무려 4시간 40분까지 배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서울로 가는 노선은 우등차량과 일반차량으로 나뉜다. 우등은 하루
6번, 일반은 하루 10번 운행한다. 둘 다 진부령을 넘어 원통, 인제의 44번 국도를 지나 경춘고속도로를 타는 루트로
운행하며, 차량에 따라 중간 정차의 횟수에서 차이가 있다. 동서울터미널 기준으로 검색하면 간성행 전차량이 원통 및 백담사에
정차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간성 출발은 둘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보면 상하행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강릉
경유 부산-대구행, 서울행을 제외하면 노선은 매우 적다. 춘천과 원주 방면으로 하루 2번의 차가 있다. 이런 동네에서 전주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이 놀라운데, 정작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선 안내가 되어있지 않고 원통에서 환승하라고 안내된 것을 보면 한 노선으로
운행하지는 않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간성터미널에는 있어야 될 꼭 필요한 노선만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 주민 못지 않게 군인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서울로 가는 노선은 잘 되어 있지만, 그 외의
도시로는 연결이 크게 좋다고는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7번 국도를 따라가는 국내 최장거리 시외버스는 부산, 대구까지 무려
7~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징성과 구간 수요 때문에 놔두는 노선이라 볼 수 있으며, 이외에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부실하기 때문에 수요가 한정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전통적인
중심지이자 지금도 군청이 있는 읍내를 지키고 있지만 주위의 복잡한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정거장의 운명을 타고난
간성터미널. 이름만 터미널이 아닌 전국 각지로 운행하는 어엿한 버스터미널로 도약하는 날이 과연 언제가 될까, 조금은 실망스럽고
놀라웠던 이곳에서 왠지 잊지 못할 것 같은 여운이 남는다.
첫댓글 공군은 원주공항(전투비행단?)같고, 군단 앞은 어디이죠?
ㅎㅎ 글쎄요. 위치 같아선 간척쯤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자세히는 잘 모르겠네요.
@Maximum 춘천2군단일까요? 아니면...
2군단 맞습니다.
대구갈거면 강릉시외터미널에서 대구북부행으로 환승하는게 나을까요
그게 낫겠죠?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5회(심야 1회 포함)이 양양, 강릉을 경유해서 갑니다. 시간이 맞으면, 속초를 경유하는 것도 좋고, 강릉(하루 10회)의 경우에는 운행횟수는 많으나, 강원도 고성 방면에서는 어차피 속초, 양양, 낙산, 주문진 등을 비롯하여 완행의 운행 비중이 많으니, 시간 손실 및 추가 요금 차이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공군이 아니고 횡성군 공근면 입니다.(춘천방향에서 횡성가기전)
오타 실수는 터미널에서 한 거군요.
졸지에 공근이 원주공항이 되버렸네요 ㅎㅎ
7번 국도를 달리는 근성노선 한 번 타보고 싶네요. ^^
없어지기 전에 꼭 타보고 싶은 노선입니다. :)
@Maximum 한편으로 7번국도 시외버스 근성노선이 없어진다면 동해중부선 개통하고 나서일까요?
@안동 동해선이 완전히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근성노선은 없어질 가능성이 낮습니다. 현재 강릉-제진 구간은 복원할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고, 강릉 이남 구간도 죄다 터널로 질러가서 읍소재지나 항구가 아니면 역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거든요. 버스가 유일하게 커버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없앴다간 난리가 나겠죠. 다만 동해선과 별개로 근성노선 자체는 없어질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적절한 구간에서 커트해서 거진-강릉, 삼척-포항 이런 식으로 나뉘지 않을까 싶네요.
동해상사 시내버스로 사진 속에 등장한 차량은 로얄시티보다 길이가 짧은 로얄미디 차량입니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수정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창문 갯수나 길이로 봐서 로얄시티처럼 보였는데 미디였나 보군요...
전주행은 환승 연결이 되는가봅니다. 원통에서 갈아타지만 간성에서 승차권을 구입하고 원통에서 버스를 갈아타는게 아닌가 예상해봅니다. 군인들이 많다보니 편리성을 주는것 같습니다. 특이하면서도 좋은 제도인것 같습니다
그런것 같습니다. 속초와 원통 시간표를 대조해보니 간성 출발 노선이 아니라 원통까지만 운행하고 갈아타는 패턴이지만 표 구입이 가능하게 해놓은 것 같습니다. 좋은 제도인데 헷갈리지 않게
안내만 잘 해줫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ㅎ
한적할 때 7번 국도를 따라서 훌쩍 떠나 보고픈 곳입니다! 고성군? 간성군? 혹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잃어 버린 역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7번 국도를 따라서 여행하는 것이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 언제쯤 해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잊고 살았던 역사들이 알고 보면 우리네 삶 곳곳에 뿌리를 내리 경우가 많지요. ㅎㅎ
고성에 다녀 가셨네요~ㅎㅎ 반갑습니다
강원 고성군도 대한민국처럼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군 입니다..휴전선 이북에도 북고성이라 불리는 고성군이 있죠..
접적지역이라 군부대가 많아 군인과 그 면회객이 상당히 많고 22사단 신병훈련소가 있어 왕래객이 많습니다. 또한 화진포, 통일전망대, 김일성별장, 이승만별장 등과 같은 안보관광지와 다들 속초로 잘못 알고 계시는 미시령(터널기준 서쪽은 인제), 대명델피노 리조트, 울산바위도 고성 관할지역이며 관광지로서 관광객이 항상 많이들 찾는 지역입니다.
간성은 대진이나 거진에서 출발하는 노선이 대부분이고 일부가 속초에서 진부령 경유 노선이 정차합니다. 대진 출발 동서울 무정차 노선은 매일 오전은 예매를 못하면 탈 수 없을 정도로 꽉 찹니다.. 휴가, 외박 군인들 때문이죠..반대로 동서울에서 간성 노선은 오후 귀대하는 군인들로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그래서 금강고속도 저 노선 우습게 보지 못한다네요 ㅎㅎ 반면 속초 강릉 대구 부산 노선은 거진 출발로 매 3인 이하 승차하는 노선으로 맥시멈 님 말씀대로 거의 형식적인 노선이지만 군인들이 이용하여 승객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하네요..
맥시멈님 터미널 기행 왕 팬이며 전국 터미널 추가기행 기대할게요~^^
동서울 간성 노선이 매일 매진되는 노선이었군요. 참 의외입니다. 역시 군인들의 힘이 무섭다는 걸 다시 느끼네요. 거진-대구 부산 노선은 반대로 그 정도로 승객이 적은줄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정류장을 다 들리는 완행노선이기 때문이겠죠? 아무튼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
@Maximum 28인승 우등은 꽉 차지만 일반완행은 한 50%가 정확하겠네요~~ㅎㅎ
군인 훈련이나 비상기간은 텅텅 빕니다~
맥시멈님 기행보면 마치 제가 전국 기행한거 같은 느낌이라 너무 좋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