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 2023년 1월 3일 ~ 4일. 능선따라 홀로.
백두대간에 겨울이 깊어가면 덕유산은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설국을 차리고 산 꾼들을 유혹한다.
심설 산행의 매력에 중독된 후 코로나 때문에 못 간 2년을 빼고는 겨울마다 덕유산을 갔는데 올 해는 두 번이나 기회가 생겼다.
작년 12월에 내린 폭설로 덕유산 종주가 금지되어 오다가 12월 28일에야 해제되었다.
조바심으로 연말연시를 보낸 후 1월 3일 삿갓재 대피소에 예약을 해 두고 서부 터미날 출발 함양 행 7시 버스에 혼자 올랐다.
부산(버스)ㅡ함양(택시) ㅡ영각사 ㅡ 남덕유 ㅡ삿갓재대피소ㅡ중봉 ㅡ 향적봉 ㅡ 설천봉 ㅡ 곤돌라 ㅡ
무주리조트(택시) ㅡ 거창(버스) ㅡ 부산.
입는 것, 먹을 것, 심지어 이부자리까지 내어주는 이 번 산행의 유일한 동반자.
남덕유 정상으로 올라가는 철 계단. 가장 힘든 구간이다.
남덕유 정상석 오른 쪽으로 펼쳐진 덕유산맥 20여 km.
덕유 능선 상에 삿갓봉, 무룡산, 중봉, 그리고 내일 도착할 북덕유가 보인다.
남덕유 정상 부근 바람이 잔잔한 곳에 앉아서 점심용 샌드위치를 펼치는데 작은 새 한마리가 찾아왔다.
손바닥 식탁에 올려 준 몇 조각을 다 먹고도 가지 않고 주위를 맴돈다. 나중에 후식으로 쵸클렛 한 조각을 울려 놓으니 후식까지 먹고서야 힘차게 날아갔다. 초라하지만 영원히 기억에 남을 행복한 오찬이었다.
삿갓봉에서 되돌아 본 남덕유. 헤어진 작은 새가 자꾸 생각난다. 오른 쪽은 서봉이다.
운영을 하지 못한 코로나 기간 동안 대피소를 새로 단장하여 한 사람이 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8시가 되면 소등이라 라면으로 저녁을 후딱 끓여 먹고 일찍 침낭속으로 들어갔다.
설국의 지하에 지내던 페르세포네가 향적봉의 잔설이 녹을 무렵 지상으로 나와 활동을 시작하면 덕유산에도 야생화가 피어나고 저 하얀 능선은 어느새 천상화원이 된다. 덕유평전의 원추리 밭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 때 다시 배낭을 꾸리리라 다짐해 본다.
최고봉 북덕유(향적봉)에 도착하니 정상석 앞에 인중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었다.
곤돌라에서 내려 30분 만 오르면 정상이다. 겨울 덕유산의 정상에 올라 감개가 무량한 사람들로 소란하다.
이틀을 말 없이 보행 수행하듯 묵음 수행하듯 정상에 오른 나는 등산객이고 , 곤돌라 타고 30분만에 온 저들은 유산객이다.
구름 위에는 선계, 구름 밑에는 속계! 선계와 속계를 오가는 곤돌라가 분주하다.
스틱스강의 나룻배를 타기 전에 과연 앞으로 몇 번이나 이 곤돌라를 타고 선계에 오를 수 있을까 생각하며 내려 왔다.
첫댓글 겨울 덕유 단독종주.
마음은 꿀떡같지만 젊은 산악인도 실행하기 쉽지 않은데....
마음 젊은 능선따라가 부럽네.
원추리꽃 한창일때 같이 가세
셀카라도 좀 찍지 ㅋㅋㅋ 욕 봤심다. 나가 시간을 낼 수가 있었다면......
덕유설경을 노니는 능선따라의 발걸음에 백설같은 마음이 보이네여.
능선따라 다니며 神仙같은 마음으로 神國을 다녀왔으니 神仙이 다 되었지 싶다.
나 또한 신선 꽁무니따라 다니며 神國을 구경할 날이 언제나 있으려나~
실오라기 같은 가는 희망을 부여잡고 한숨쉬며 기다려 볼 뿐, 가물가물 희미한 정경 이로다.
세월은 무심코 흘러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