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회 겨울 단합 산행으로 오봉산을 택했다.
오봉산은 득량역쯤에서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산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 회장은 칼바위가 있는 산이란다.
18명의 회원 중 7명이 희망하더니, 마지막 참가자는 6명이다.
혼자 가도 상관없지만, 준비하는데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김밥을 여섯 줄 사고 나서니 약속 장소인 삼영예식장 앞엔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제 회장은 나보다 먼저 나오시어 안에서 기다리시고
손 교장님도 시각에 맞춰 온다.
조금 지나자 박춘하 선생을 태운 최은희 선생이 오자 출발한다.
화순읍에 들러 권성일을 태우고 귤을 산다.
이양에서 화령을 넘어 복내를 지난다.
손교장의 고향을 지나 율어 가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겸백북교(현 학생의 집) 쪽으로 운전한다.
바위를 드러낸 보성강이 물결을 빛낸다.
득량남초 앞을 지나 기남 마을로 들어선다.
저수지 위에 주차장을 마련 해두었고, 이정표도 정비했다.
용추폭포 쪽으로 오른다.
처가 가족들과 여름 피서를 했던 곳을 지나 산허리를 감은 비스듬한
산길을 지그재그로 오른다.
쌀쌀한 기온에 서릿발이 서 있고,
물이 흐르는 양 쪽에 바위들이 우람하다.
마치 백두산 아래 장백폭포 오르는 협곡을 줄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산 위 하늘은 파랗다.
용추 폭포 쪽에 이르자 정성들여 쌓은 돌탑들이 나타난다.
구들로 쓰이기 좋은 납작한 돌들이 지천이다.
언젠가 외가 동네 사람들이 절구통을 한다고 돌을 떼어
왔던 곳이 이 곳이었나보다고 상상한다. 남자들이 돌을 떼어내고
목도로 아래로 끌고 내려갔을 것을 생각하니
내가 나이 많이 먹은 사람처럼 보인다. ㅎㅎ
많은 돌을 모아 하얀 탑을 만들었다.
용추 폭포는 3단으로 물이 흐르고 주변은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었다. 사진을 찍느라 지체한다.
경사길을 오른다. 제 회장은 여전히 걸음이 빠르다.
박 선생님과 최 선생님은 아름다움에 이야기에 걸음이 느리다.
능선 길에 다달아 간식을 꺼낸다.
회장님은 커피를 가져 오셨고, 권성일도 따뜻한 물을 큰 통 가져왔다.
김밥을 펼치고 귤을 까 먹는다.
산에서 먹는 맛은 좋다.
햇볕은 온화하고 용추폭포의 물을 만들어낸 산 허리는 작으나
펑퍼짐하다.
다시 오른다.
오르막도 아니다. 바다가 보인다. 득량도인지 고흥 반도인지
헷갈리지만 고흥만 앞이다. 바다 위로 기다란 종이 쪽처럼
아무렇게나 바다로 흘러나온 땅들이 멋진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등학교 때 상열이랑 지게를 지고 나락을 져 날랐던 밭과
하얀 비닐 하우스와 작은 뻘과 은빛 바닷물결 그리고 파란 바다와
하늘 오래 전부터 사랑해 왔으면서 찾지 않고 있었던 떠돌이였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본다.
능선은 바위가 몇 군데 나타나지만 산성처럼 위는 솟았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고 돌아 칼바위가 내려다 보이는 목을 넘어
바위 위에서 또 쉰다. 청암 동네가 또렷하다. 비봉초등학교는
나무를 두르고 텅 빈 운동장을 데리고 서 있다.
바다와 고흥반도의 땅 덩이와 그 위의 하늘이 다 그만한 파란색으로
이쁘다.
칼 바위로 내려간다.
멀리서 매부리마냥 서쪽하늘을 향해 서 있는 것만 보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기세가 세차다.
잇대밭을 지나 돌문을 지나 바위 사이로 들어가
제회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바다로 통한다는 굴과
최영과 이성계의 무력 겨루기 등
내려오는 길도 탑이 많다.
누가 쌓았을까, 안내가 없다. 승려도 아닌 듯하고 무속인일까
행정기관에서 쌓았을까, 누구의 예술 행위인가?
첫댓글 칼바위의 99개의 굴을 생각하고 도읍이 되지 못한 이야기를 잊지 않고 지냈는데, 다시 사랑방에서 칼바위를 다녀온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로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