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6) - 역답사(영동역/심천역/이원역)
경부선은 주로 경상도 지역을 지나지만 경상도로 진입하기 전 충북 지역을 통과한다. 충북의 아랫 지역인 옥천과 영동을 만나는 것이다. 영동은 과거 ‘월류봉’이나 ‘양산8경 금강둘레길’을 답사하기 위해 방문했었다. 오늘은 영동의 중심 지역으로 들어간다.
1. 충북 영동 -<영동역/심천역>
영동역 앞은 제법 분주하고 활기찬 거리였다. 역 앞을 나오자 멀리 산 위에 서있는 정자가 매력적인 모습으로 반기고 있었다. 영동 관광지도를 참고하여 영동의 대표적인 인물인 난계 박연의 흔적을 보러 이동했다. 난계 선생은 영동 심천면과 관계있는 인물로 그 지역에 그와 관련된 대표적인 유적들이 집결되어 있었다. 방향은 ‘심천역’으로 잡았다.
영동시장을 지나 <반계로>에 들어선다. 잠시 하천을 따라 걷던 길은 국도를 따라 이어진다. 멀리 새봄을 맞은 산과 들의 젊고 싱싱한 기운이 걷는 기분을 돋구어 주었다. 아직은 선선한 바람과 함께 봄의 기운을 즐긴다. 심천면에 들어서자 곳곳에 비닐하우스의 군집을 관찰할 수 있다. 논과 밭보다는 특용작물이 이곳에 주된 농업형태인 듯싶다. 특별한 건물이 없는 농촌 지역의 최근 랜드마크는 학교이다. 다양한 색과 형태로 새롭게 단장한 학교 건물은 이제 아름다운 건축물의 모습으로 마을의 모습을 변모시키고 있다. 특히 지방의 학교들은 넓은 운동장과 건물의 비율을 통해 여유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심천면, 특히 심천리은 매우 고요한 마을이다. 면사무소를 비롯해 여러 공공시설이 모여있는 장소임에도 마치 산 속처럼 조용하다. 지나는 사람도 없고 개짓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따뜻한 햇빛과 싱싱한 바람만이 마을 사이를 움직이고 있다. 심천역 앞에 만들어진 공원들도 비워진 모습으로 한적하게 시간을 흘리고 있었다. 하루에 몇 차례 운행하는 역에선 표도 판매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간이역’의 모습이었다. 그러한 <심천역>의 얼굴이 유독 평화스러웠다.
2. 옥천, <이원역>
‘이원역’에는 오후 5시가 가까워서 도착했다. 이원역 앞을 지나 막연하게 방향을 잡아 국도를 걷기 시작했다. 국도 옆에는 온통 묘원과 농원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거리의 이름도 ‘묘목로’였다. 얼마전 비가 내려 벚꽃은 시들었지만, 농원에서 재배하고 있는 꽃과 나무들이 대신 거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꽃길만 걸으세요.’(?)에 아주 적당한 길인 것같다.
답사 후 확인해보니 이곳은 전국 묘목의 70% 이상이 재배되는 한국 최대의 묘목 생산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역은 작지만 주변 풍경은 하나의 단일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역 안에는 작은 북카페가 만들어져 있었다. 얼마 전 방영한 MBC의 <간이역>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북카페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역무원은 보이지 않고 표는 팔지 않는 외로운 역, 일부로 찾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간이역의 모습은 비록 고독하지만 열차가 제공한 고립시키지 않는 연결성때문에 특별한 삶의 희망으로 다가온다. 어떤 존재도 연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며,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첫댓글 - 간이역이라는 낱말 속에서부터 친근감이.... 멀어지는 아쉬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