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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광주전남작가 회원을 찾아서’ 대담원고
대담 진행: 박관서 시인, 대담 배석: 이원화 소설가(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
김선희 영상작가 채록
대담 일시: 2013년 11월 21일 오후 4-6시, 장소: 광주전남 작가회의 사무실
본 대담은 광주전남작가회의 기관지를 간행함에 있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회원을 찾아 그의 문학세계를 짚어보고 소개함과 동시에 공동의 고민을 통하여 지역문학의 활로를 찾아보고자 진행합니다.
이번에는 지난 2009년도에 비교적 늦깎이로 문단에 나와 시낭송모임 비타포엠 회장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의사시인 김완 회원을 찾아보았습니다.
문 1. 안녕하세요? 현재 김완 시인이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답: 1982년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내과 전문의를 취득, 1989년 군에서 제대한 이후 지금까지 광주보훈병원 순환기내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심장혈관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주로 고혈압, 심장판막질환, 심부전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부정맥, 말초동맥질환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수련병원으로서 전공의들을 지도하고 교육하는 <지도전문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문 2. 금년 김남주문학제를 주관한 시낭송모임 비타포엠의 회장을 맡고 계신데요, 비타포엠을 비롯하여 광주전남작가회의를 중심으로 현재 김완 시인이 펼치고 있는 문단활동을 소개해주십시오?
답: 시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결성된 비타-포엠 시낭송회의 2008년 창립부터 이사로 참여하였습니다. 현재는 신덕룡, 고재종 시인의 뒤를 이어 3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광주전남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모든 작가회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동인 활동으로는 광주고 문예부를 중심으로 하는 <늘푸른아카시아>와, <시와시학>, <의사시인회> 동인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문 3. 현재 광주보훈병원의 심장혈관센터장 등으로 의료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뒤늦게 문학을 하게 된 계기와 어떤 문학수업 과정을 거쳤는지요?
답: 어릴 때부터 문학적인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랐던 것 같습니다. 제가 3남1녀 중의 막내인데 10살 차인 큰형은 대학시절부터 여러 차례 소설로 신춘문예에 도전하였고, 둘째 형은 시집을 3권낸 시인, 수필가입니다. 저도 고등학교시절 광주고등학교 문예부 활동을 하였습니다. 대학시절에는 서클 1년 선배인 나해철 시인이 있었고, 대학 학보사나 교지에 시를 투고해 여러 차례 실리기도 하였습니다. 한동안 전공분야와 생활전선에 몰두하여 문학을 잊고 살다가 40대를 넘긴 2000년도에 광고문예부 활동을 함께했던 선후배들이 모여 <늘푸른아카시아>란 모임을 결성하고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함으로서 문학을 다시 생활의 중심에 두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 모임에는 이상렬, 정승윤, 나종영, 김동하, 오명현, 조봉익, 임채우, 김선응, 김형근, 김완, 이방연, 김형수, 김민휴 시인, 양원옥, 백성우 소설가, 수필로는 현재 에세이스트 발행인인 김종완, 박석구, 유기웅 등 여러 사람이 속해 있습니다. 그 후 광주대학교 이은봉 교수님이 주관하는 공부하는 독서모임에 들어가서 여러 시인들과 친교하면서 문학수업을 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 4. 첫시집『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에서 사물에 대한 견결한 주시와 따뜻한 접물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인식을 확보하고 또한 이를 통하여 세계와 삶을 통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이성적 감수성을 포괄하면서 밀고 나아가는 힘으로써 또는 온 몸으로써의 시적세계의 창출이 욕심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차후의 다양한 시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모색하고 있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자신의 첫시집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문학세계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답: 첫 시집에는 풍경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 사이에 대하여 쓴 시들이 많이 포함되었습니다. 시란 풍경과 사람 사이에 교감이 일어날 때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풍경만으로 시가 되지 않습니다. 풍경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세상이 어우러져 공명共鳴을 불러일으킬 때, 좋은 시는 태어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색色이나 말言이 세상을 향해 和而不同 할 때 비로소 그림이나 시가 안으로 곰삭아가면서 우리에게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그림이 되고 시가 될 수 있습니다. 풍경 속에는 사람과 교감하는 들숨과 날숨이 있고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란 세상의 질문에 대한 풍경이며 풍경이란 저에게는 의식과 같은 것입니다. 앞으로도 위에서 언급한 것에 바탕을 두면서 능력이 된다면 개인적인 감정만을 토로하는 시가 아닌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 고통 받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희망을 줄 수 있는 시, 시대의 아픔과 역사를 담는 시를 써보려고 합니다. 하하~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지요?
문 5. 첫 시집에서는 주로 흐르는 물의 양태와 바닷가 포구라는 공간을 시의 태생지로 삼은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이채로웠습니다. 시집해설에서 김재홍 교수는 이를 ‘물의 현상학’이라는 표현으로 분석했던데요. 아무래도 중년의 나이에 이른 삶의 원숙함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처럼 물의 흐름과 바닷가 포구를 특히 즐겨 시적 소재로 삼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답: 어릴 적부터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만, 첫 시집에 물, 바닷가, 포구에 대한 몇 편의 시가 포함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보다는 제가 여행 다녀온 곳에 대한 자연스런 제 시적 소재로 선택되어 제 정서를 노래했다고 생각합니다.
문 6. 또한 시집에서 아무래도 시인 자신의 직업인 병원과 의료체험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시에서의 일상성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긍정적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김완 시인의 입장에서 앞으로 더욱 심도 깊게 추구해 들어가야 할 문학의 한 갈래라고 생각됩니다. 이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답: 우선 문학과 의학은 그 궁극적 목적에서 일맥상통합니다. 의학의 목적이 인간의 육체적 질병을 직접적으로 치유하는 것이라면, 문학 또한 인간의 영혼의 질병을 치유하는 것을 자신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문학은 의학처럼 인간의 육체적 질병을 ‘직접적으로’ 치유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린 환자나 교통사고를 당해 위급하게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에게 세익스피어나 푸슈킨의 시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환자에게 당장 그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문학은 상처와 질병으로 인한 직접적인 통증을 완화시킬 수는 없지만 비인간화된 영혼에 구원의 빛을 던질 수는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문학의 ‘간접성’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위대한 문학가(=시인이나 소설가)는 메스를 들지 않는 훌륭한 의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서홍관 시인의 「3분 45초」같은 시처럼 의료 제도의 잘못된 점, 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시로 만드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 7. 우리들은 흔히 ‘아비 없는 문학’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헤롤드 볼륨 같은 학자는 후배시인이 선배시인의 시적영향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모두 여섯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개인의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창출하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탄생의 과정에서는 어떤 모태를 갖기 마련입니다. 김완 시인의 경우는 어떤 선배시인 또는 작품세계를 모태로 가졌는지, 그 연유와 진행과정을 말씀해주십시오.
답: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당시 고등학교로는 유일하게 합법적 서클이였던 ‘광주고등학교 문예부’ 시절은 전후세대의 영향을 지독히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전쟁 후의 암담한 허무와 피폐된 정신의 어두운 언어들이 우리에게 밀려왔고, 교과서에 실린 서정주의 서정적 시를 위시하여 고교 선배인 박봉우, 이성부, 조태일 시인들의 시를 많이 읽었습니다. 특히 이성부 시인의 시집은 빠지지 않고 사서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대학 예과시절에는 김수영, 마종기, 황동규, 정현종, T.S. 엘리엇 등의 시를 많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문 8. 시대가 많이 어둡습니다. 민족, 민중문학의 추구와 민주주의적 가치 회복을 위한 오랜 투쟁의 전통을 지닌 광주전남작가회의의 일원으로써 현 시국에 대하여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문학적 투쟁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답: 요즈음 정보기관과 군의 정치적 중립 등과 같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들마저 과거로 퇴행하기 시작하면서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 거꾸로 돌리기의 일환으로 새마을 운동,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전교조의 법외 노조화 시도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스스로 자문해봅니다. 이 시대의 시인의 일 그것을 무엇일까? 하고 말입니다. 강정평화대행진, 저항의 글쓰기, 강정마을 10만권 책 프로젝트, 문학인 시국선언, 촛불 문학제 등 사안별로 적극적인 목소리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정의로운 시민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쟁투와 저항, 단지 이것만이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않겠습니까? 자유의 댓가는 영원한 감시와 견제라는 서양의 오래된 공화주의적 격언처럼 말입니다.
문 9. 잘 아시다시피 문학은 끊임없는 자기변혁과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의 혁신적 기제입니다. 우리 작가회의 선배들 역시 이에 충실한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문학의 내적 실천에 버금가는 문학외적 변혁을 위한 노력을 위하여 우리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앞으로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답: 회원들이 창작의 현장에서 각자 자신의 문학을 치열하게 갱신해갈 때 개인은 물론 광주전남작가회의 역시 진정한 역량을 갖춘 단체로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하나의 통일체로 인식하고 온고溫故함으로써 새로운 미래(新)를 지향(知)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옛것 속에는 새로운 것을 위한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변화를 가로막은 완고한 장애도 함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역사가 주는 교훈입니다.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모든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지혜와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한다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더욱 발전하고 도약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문 10. 벌써 연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금년에 이룬 문학적 성취와 내년의 목표는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요?
답: 문학적으로 역량이 미흡함에도 이 지역 많은 문학인들과 문학 애호가들이 결성한 비타-포엠 시낭송회의 회장을 맡아 1년간 열심히 활동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비타-포엠 시낭송회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시인의사회 일원으로 첫 사화집『닥터 K』이 나와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비타-포엠 회장 임기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과 학회가 없는 올 겨울에는 그동안 모아둔 시를 정리하여 내년 봄쯤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 기타. 문학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 문우, 가족관계, 에피소드 등등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해 주십시오. 질문이 좀 딱딱해서 죄송합니다. 아마, 오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이의 영향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박관서 배상.
첫댓글 이제 너의 중심이 작가들의 중심으로 다가선 것 같다. 축하한다.
석구형, 고맙습니다.
김완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뜨거운 빛을 뿜어내며 떠오르는 빛의 덩어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
백 작가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신지요? 나라가 희망이 보여야 하는데 답답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