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3주일 설교(자선, 기부, 나눔)

[전노아]

오늘은 대림 3주일입니다. 이 대림 3주일의 주제는 자선을 베푸는 생활입니다. 자선입니다. 대림 첫 주는 깨어서 기다림(준비)이었고, 둘째 주는 회개와 세례였으며, 이번 주는 자선입니다. 자선이라 함은 남에게 베푸는 것을 말하죠. 오늘은 이 자선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봅니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얼마 전에 딸을 낳았는데, 그 기념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자신과 부인이 보유한 주식 99%를 기부했습니다. 액수로 4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52조원입니다.

그러면서 기부 이유를 딸에게 편지 형식으로 썼는데, 잠깐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모든 부모처럼 우리도 네가 우리의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성장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 세대의 모든 어린이에게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한마디로 내 딸만 잘 살면 안 되고, 내 딸이 사는 이 세상이 다 고루 잘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도덕적 책임을 느껴서 기부를 한다. 그런 소리입니다. 이 부부는 이미 지난 10년 간 16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습니다. 약 2조원입니다. 지금 그는 31세입니다. 이 연말에 맞추어서 참 기분 좋은 소식입니다.

우리나라 유한양행의 창업주인 유일한 선생님, 그도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기업에서 번 돈은 그 기업을 있게 해준 사회에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했지요. 지금도 그 회사의 이익은 사회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기독교인인데,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니 하느님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 말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록펠로나 강철왕 카네기 등도 역시 자신의 모든 재산을 기부한 자선가들입니다. 현금만이 자선의 대상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도 기부 대상입니다. 성냥을 발명한 존워커, 라듐의 제조방법을 발명한 퀴리는 그것을 특허로 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엑스레이를 발견한 뢴트겐도 상업적 응용을 거부했고 평생 가난하게 살다 죽었습니다.

헤밍웨이도 노벨상 상금을 자신이 거주하던 쿠바의 한 성당에 모두 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멋있는 말 한 마디를 남겠죠. “당신이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주었을 때이다.”

자선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며 세상을 살만한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사랑과 자선의 법칙은 수학의 법칙과는 정 반대입니다. 더 많은 것을 나누어줄수록 더 많은 것을 남기게 됩니다.

또한 자선은 자신에게 유익을 주는 힘이 있습니다.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뿐만 아니라 자선은 세상을 밝게 해주는 힘도 있습니다. 자선사업가를 영어로 rain maker라고도 합니다. 비를 만드는 사람, 메마른 대지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 동기가 어떻든 자선은 파괴적인 힘이 아니라 이렇게 창조적 힘으로 작용합니다.

성경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고 사도행전 20장 35절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바로 그 자선을 요한이 말하고 있습니다. 요한이 군중에게 하느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 얘기하니까 그들이 묻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이에 요한은 ‘속옷 두 벌 가진 사람은 한 벌은 없는 사람에게 주고, 먹을 것이 있는 사람도 이와 같이 남과 나누어 먹어야한다.’ 있으면 나누어주라는 소리입니다. 그래야 심판을 면할 것이다.

오늘은 그 자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주고 나누는 입장을 잠깐 바꾸어 생각해봅니다. 받는 쪽, 받아보셨습니까? 뭐든지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욕만 빼고는 무엇이든 다 받고 싶습니다. 한 번 여러분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에 올 때는 분명히 빈손으로 왔는데,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갖고 누리면서 삽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벌었다고는 하지만 거저 받은 겁니다. 그래서 갈 때는 도로 다 내놓고 가지 않습니까. 이런 것을 믿는 우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다 하느님의 것이고, 하느님이 거저 주신 것이고, 그러니 도로 거두어 가신다.’고 말입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하느님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받은 거죠. 거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만 나도 엄청 많이 받아서 그것을 누리고 삽니다. 과분하게 삽니다. 자선이란 내가 받은 거, 결국엔 다 놓고 갈 것, 그거 나누어주는 겁니다. 그것도 다 나누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쓸 것 다 빼고 그 나머지 중에서 조금 나누어주는 겁니다.

이 세상을 보면 약 30%의 사람들이 하루 필요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아프리카에는 반 이상이 식량 부족, 물 부족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1년에 남는 곡물만으로도 이 기아에 허덕이는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답니다. 그런데 그 곡물은 안타깝게도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바다에 내다버립니다.

아프리카에는 음식쓰레기란 말이 없습니다.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쓰레기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어디는 남아서 버리고 어디는 굶고 있습니다. 이런 거 생각하면 참 불공평하지요. 하느님이 일을 안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을 통해서 당신의 일을 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안 하면 하느님도 그 일을 할 재간이 없습니다.

어차피 전 세계의 식량은 다 먹고도 남습니다. 절대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나눔은 더욱 절실합니다. 나눔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 기본이고 최소한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최소한의 하느님의 일을,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하느님을 잘 믿고 있는 선진 서구의 살만한 국가들이 왜 안할까요? 이건 구조적인 문제죠. 틀의 문제입니다. 하느님의 의를 구하는 일이 자본이라는 맘몬이라는 신 앞에서 굴복한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공부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나중에 기회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도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내가 가진 무엇이든 베풀고 나눌 수 있습니다. 그것이 꼭 물질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느끼는 기쁨, 흥미, 관심, 연민, 동정심, 용서, 지식, 유머, 눈(각막)과 같은 장기기증, 시신 기증, 심지어는 흥분이나 분노와 같은 내 감정도 나눌 수 있습니다. 함께 분노해주고 함께 슬퍼해주는 일 등이 바로 그런 것이죠.

무엇을 그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베푼다는 것은 그 자체가 큰 기쁨이고 또 힘이 됩니다. 사실 물질은 그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은 물질은 그 자체로 부담입니다.

또한 나의 것을 베푼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나누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가도록 하는 것, 내가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고, 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고, 내가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온 것이죠.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기회를 나누어주는 것, 그런 기회가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제도와 체제를 바꾸도록 노력하는 거, 운동을 통해서, 또는 선거를 통해서 다 가능합니다. 모두 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러면 그 새로운 기회는 다른 사람뿐 아니라 결국 나 자신에게로 꼭 돌아옵니다. 그래서 베풀고 나누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더욱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나눔과 베품은 그래서 기적을 만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이 말하는 것,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어주어라. 남을 속이거나 협박하지 말라.’ 모두가 아주 기본적인 가르침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눔은 그리고 자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 복음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선, 베품, 나눔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기본이고 최소한의 할 일이다. 높은 산을 깎아 골짜기를 메우는 일과 같다. 그리고 거기에 마음을 담아야 한다. 그러므로 따뜻한 말 한 마디, 다정한 눈빛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선이 될 수 있다. 또 그 자선과 베품과 나눔은 기회와 희망을 나누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러분, 오늘부터 대림 3주간으로 들어섭니다. 이제 초도 하나 남았습니다. 이 주간의 주제인 쉬운 자선, 작은 베품, 조그만 나눔부터 실천해 보아야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기다리는 주님이 우리에게 오실 때 그 오심이 더 큰 영광과 해방과 정의와 자유, 위로, 평화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