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우의 연기가 돋보인 ‘터널’. [사진 쇼박스]
400만 앞둔 영화 ‘터널’ 제작기
30년 전 폐쇄 옥천터널 두 달간 고쳐
아스팔트 까는 비용만 10억 들어
미술감독 “건설현장 소장 같았다”
하정우, 재난 상황처럼 즉흥 연기
주 촬영지는 1980년대부터 폐쇄된 충북 옥천터널이었다. 원래 섭외했던 곳이 취소되면서 급하게 찾은 옥천터널의 첫 인상은 “핵전쟁 이후에 20년간 방치된 느낌”(이동윤). 모든 스태프들이 두 달간 달라붙어 작업한 끝에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터널의 모습을 갖췄다. 미술팀은 터널 입구에 200m 아스팔트 도로도 깔았다. 순제작비 80억원 중 10억원이 길 닦고 터널 보수 하는데 들어갔을 정도다. 사고가 난 터널 내부는 안성 DIMA 종합촬영소에 세트를 지어 찍었다.
터널 밖 풍경만큼은 항공 촬영으로 시원하게 보여주자는 게 김태성 촬영감독의 생각이었다. 드론 배터리 때문에 한번에 촬영이 가능한 시간은 최대 4분. 그 안에 원하는 그림을 건져야 하는 ‘시간 싸움’이었다. 영화에는 수십 대의 드론이 동시에 터널로 진입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는 드론 동호회 회원들의 협조로 완성했다. 무너진 터널 안 자욱한 분진과 먼지의 정체는 ‘콩가루+숯가루+미숫가루’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만든 마법의 가루.
DA 300
재난과 구조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진은 해외 붕괴 사례 자료와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산 위에서 구조대원 오달수가 터널로 내려가려고 탄 캡슐 모양의 노란 통은 2010년 칠레 탄광 매몰사고 때 광부들을 구하기 위해 나사에서 제작한 구조 캡슐을 참고해서 만들었다. 이후경 미술 감독은 “미술감독이 아니라 건설 현장의 소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극중 통화 장면은 모두 실제로 통화를 하며 촬영했다. 해외에서 미국드라마 ‘센스8’을 찍고 있던 배두나는 새벽에 일어나 한국의 하정우와 통화하면서 연기를 맞췄다. 배두나의 촬영 땐 집에서 쉬던 하정우가 직접 전화를 받아 상대 연기를 했다.
하정우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강아지 탱이. 영화 속에서는 한 마리지만 사실은 곰탱이, 밤탱이 퍼그 형제가 돌아가며 촬영했다. 새끼 때부터 동물 전문 트레이너에게 훈련을 받으며 ‘터널’ 촬영을 준비했다. 촬영 시 갑작스러운 어둠이나 차체의 쇠 냄새 등에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어 실제로도 폐차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이은선·이지영 기자 har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