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뉘 하사관의 연대는 비탈진 철로 길에서 한참 전투 중 아었습니다 그들은 정면의 숲속에 밀집해 있는 프로이센 군의 표적이 되어 있었습니다 80 m 거리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것 입니다 장교가 ' 엎드려 " 하고 외치지만 명령에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용감한 군대는 선채로 군기( 부대의 상징인 깃발) 주위에 모여 있습니다 고개 숙인 보리 밭과 목장이 보이고 석양이 비추는 이 널직한 대지 에서 자욱한 연기에 휩싸여 연대의 병사들은 들판 한 가운데서 무서운 회로리 바람에 휩 싸인 가축떼 처럼 어쩔줄을 몰라해 함니다 이 비탈 위로 계절의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 입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오직 총소리 그리고 전장의 구석 구석 까지 오래 도록 울려 퍼지는 탄환 소리, 때때로 머리 위에 세워저 있던 깃발이 쏟아지는 총탄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 뿐 임니다 그러면 장엄 하리만큼 침착한 목소리가 총성과 부상자 들의 신음 소리를 억누르듯 울려 퍼짐니다 " 깃발을 ! 젊은이여 깃발을 올려라 " 그러자 곧 한사람의 장교가 붉은 안개 속에 떠 오르는 어렴풋한 그림자 처럼 달려 갔습니다 용맹 스런 군기는 또 다시 힘차게 전장에 나부 낌니다 스물 두번 이나 군기는 쓰러졌습니다 스물 두번째로 죽은 병사의 손을 떠나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는 깃대는 다른 사람의 손에 쥐어저 세워 졌습니다 태양이 서산 으로 뉘엿 뉘엿 넘어갈 무렵에 살아 남은 연대의 병사는 불과 소수 밖에 남지 않은 채로 조용히 퇴각 했습니다 이날 스물 세번째의 기수 오르뉘 라는 늙은 하사관의 손에 쥐어진 깃발은 한 조각의 누더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산 모양의 계급장 세개를 단 이 오르뉘 라는 늙은 하사관은 자신의 이름 정도 밖에 쓸줄 모르는 우직한 사람으로 하사관이 되는데 20 년이 걸렸습니다 등이 약간 굽고 동작이 느릴 뿐더러 말 끼지 더듬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수 에게 웅변 따위는 필요 하지 않았습니다 격전을 벌이던 그날밤 연대장은 오르뉘 에게 말 했습니다 " 깃 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네 인가 ? 좋아 ! 단단히 지켜 주게 그리고 비바람과 포화에 닳고 닳은 오르뉘의 초라한 군복 위에 소위의 금태를 달아 주었습니다 이것은 특별히 내 세울 것도 없는 오르뉘의 일생에 있어서 유일한 자랑 거리 였습니다 이로 인해 노병의 몸은 보란듯이 쭉 펴졌습니다 등을 구부리고 땅만 바라 보는데 익숙 했던 이 가련한 남자는 이때부터 지링 스러운 얼굴로 그 누더기 같은 깃발이 죽음과 반역과 패전에 꺽이지 않고 꼿꼿이 높이 들려저 펄럭이는 모습을 보기 위해 눈을 들었습니다 전투가 벌어 지던날 깃대를 가죽 포대에 단단히 넣어 두손으로 꼭 쥐고 있을때의 오르뉘 만큼 행복감에 젖어 있는 사람은 찿아 볼수 없었습니다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있슴니다 마치 목사 처럼 경건 하고 뭔가 성스러운 물건 이라도 들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탄환이 날아드는 생사의 갈림 길에서 이 아름다운 금빛 누더기 깃발을 꽉 움켜쥔 손과 ' 자, 내게서 빼앗아 갈수 있으면 빼앗아 봐 ! ' 라고 외치는듯 프로이센 인을 똑바로 처다보고 있는 분노에 찬 눈 동자 속에 오르뉘의 생명과 힘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빼앗을수 없었습니다 여러번의 격전 끝에 깃발은 찟어지고 떨어저 한층 너덜 너덜 해졌지만 기수는 언제나 오르뉘 였습니다 드디어 9월이 되었습니다 메츠 ( 프랑스 동부 로렌 지방의 중심 도시, 프랑스 남북 및 동서 교통로의 교차점 이며 독일과의 국경에도 가깝기 때문에 옛부터 상,공업 쪽으로나 군사적 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 하고 있었음 , 보통 전쟁때는 이곳 에서 프랑스 군이 프로이센 군에게 포위되어 대 격전이 벌어 졌음) 의 군대는 적에게 둘러 쌓여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도 모른체 식량은 떨어지고 모두들 사기를 잃어 새워둔 총 곁에서 열병과 피로로 죽어 갔습니다 지휘관도 병사도 신을 믿을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직 오르뉘 만은 계속 신앙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르뉘 에게는 너덜 너덜한 삼색기 (프랑스 국기로 빨강, 하양, 라랑색) 가 모든것을 대신해 줄수 있고 깃발이 있는한 여전히 아무것도 잃지 않는 것처럼 생각 되었습니다 그러나 싸움은 이미 끝났으므로 연대장은 깃발을
메츠 가까이에 있는 자신의 집에 놓아 두었습니다 오르뉘 에게 있어서 그것은 어린 아이를 남에게 맡긴 어머니의 심정과도 같은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깃발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쓸쓸 해서 견딜수 없게 될 때면 쏜살 같이 깃발이 있는 곳으로 달려 갔습니다 그리고 깃발이 늘 같은 장소에 조용히 기대어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가슴 속이 용기와 기쁨 으로 가득 차서 돌아 왔던 것 입니다 저 프로이센 참호 위로 크게 펄럭이는 삼색 기를 손에 들고 행진하는 전투의 꿈을 축축한 천막으로 가지고 돌아오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젠느 원수의 명령은 이 모든 꿈을 산산히 깨트리고 말았 습니다
어느날 오르뉘가 눈을 떠 보니 온 진영이 술렁 거리고 있었습니다 흥분한 병사들이 여기 저기 모여 울분을 터트리며 모두들 마을을 향해 주먹을 휘두 르고 바젠느 원수에 대해 몹시 화가 나 있는것 같았습니다 " 저 놈을 죽여라 ! 총살 시켜 - - - " 병사들이 외첬습니다 장교들은 말이 없었 습니다 부끄러운듯 고개를 떨구고 한쪽으로 걷고 있었 습니다 정말 굴욕적인 일 이었습니다
이제 막 완전 무장한 건강한 15 만 병사 들에게 싸우지 말고 무조건 적에게 항복 하라는 원수의 명령서가 낭독 되었던 것 입니다 " 그럼, 깃발은 ? " 하고 오르뉘가 창백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깃발은 총이나 그 밖에 부대에 남아 있는 것들과 함께 적의 손에 넘어가 있었 습니다 모든 것이 다 - - - " 비, 빌어먹을 ! " 가련한 오르뉘는 더듬 거리며 말 했습니자 " 난, 절대로 그 놈들 에게 넘겨 줄수 없어 " 그리고 오르뉘는 마을쪽 으로 달리기 시작 했습니다 마을 에서도 역시 큰 소동이 벌어 지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소리 높혀 아우성 치고 울부짖었 습니다 오르뉘 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 나 한테서 깃발을 빼앗아 가겠다고 ? 그게 가능 할것 같으냐 ? 그럴 권리가 어디 있어 ! 프로이센 놈들에겐 어울리는 물건 이나 주면 되는 거야 ! 하지만 그 깃발은 내 거야 내 명예라구 아무도 손댈수 없어 " 달리면서 더듬 더듬 말이 끊어 졌습니다 그러나 오르뉘는 실제로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깃발을 찿아 연대 안으로 가지고 와 그의 뒤를 따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프로이센군 진영 으로 뛰어 들려는 생각 이었 습니다 오르뉘가 도착하자 안에서는 아무도 들여 보내 주지 않았 습니다 연대장은 화가 나서 아무도 만나려고 하지 않는것 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르뉘는 그들의 뜻을 받아 들일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초를 밀어 젖히고 소리 첬습니다 " 나는 내 깃발을 찿아 내야 겠어 내 깃발을 - - - " 드디어 창문 하나가 열렸습니다 " 오르뉘, 자넨가 ? "
" 녜, 연대장님, 전 - - -" " 군 기는 전부 병기고 안에 있다 거기 가면 돼, 영수증을 줄테니 - - - " " 영수증 이라뇨, 영수증 따위가 어떻다는 말씀 입니까 ? " " 각하의 명령 이다 " " 하지만 연대장님- - -" " 조용히 해 - - - " 그리고 창문은 다시 닫혔습니다 오르뉘는 쓰러질것만 같았습니다 " 영수증, 영수증 - - -" 오르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말만을 되풀이 하고 있었 습니다
그리고 겨우 걸음을 떼었습니다 군기가 병기고 에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되 찿아 야만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병기고 입구는 광장에 대기 중인 프로이센 운송차를 통과 시키기 위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오르뉘는 안으로 들어 가자 마자 몸서리를
첬습니다 다른 기수 들도 모두 그곳에 있었습니다 오륙십명쯤 되는 장교들이 묵묵히 비통한 모습에 잠겨 있었습니다 모자도 쓰지 않고 빗속에 늘어선 사람들을 보니 장례식 광경이 연상 되었습니다 한쪽 구석에 바젠느 군의 군기가 진흙 투성이의 돌 바닥 위에 뒤죽 박죽이 되어 쌓여 있었습니다 갈가리 찧긴 화려한 비단조각 , 너덜 너덜한 황금빛 술, 여기 저기 흉하게 페인 깃대 등 - - 이 영광 스러운 군 기가 모두 땅에 내동댕이 처져 비와 진흙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보다 더 참혹한 광경이 어디 또 있을까 ? 담당 관리가 그것을 하나씩 집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연대의 이름이 불릴때 마다 기수가 영수증을 받으로 나갔습니다 두 사람의 프로이센 장교가 굳은 얼굴로 군 기가 쌓이는 것을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아,아 명예로운 군기여 ! 그대는 아름다운 것이 더렵혀 졌다는 수치심을 안고 모두가 각자 조금씩 프랑스의 일부분을 간직 한체 사라지고 마는것 이겠지요 ! 기나긴 陳衆(진중)중에
받은 햇살이 빛 바랜 군기의 주름 사이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대는 총탄에 뚫려 조준된 깃발 아래서 우연히 죽어간 낮선 병사의
추억을 간직 하고 있겠지요 - - " 오르뉘 ! 자네 차례야 , 부르고 있잔아 ! 영수증을 받아 오게 - - - " 괴연 영수증 이었다
깃발은 오르뉘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틀림 없는 그의 깃발 입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상처가 많은 - - - 오랫만에 깃발을 보니 오르뉘는 지금도 그 격전의 언덕에 있는것 같았습니다 탄환이 소리를 내고 연대장이 ' 이봐, 깃발을 - - - '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르뉘는 스물두명의 전우가 땅에 쓰러진뒤 스물세번 째로 들어주는 사람 없이 비틀 거리고 있던 그 가련한 깃발로 달려가 그것을 꽉 쥐고 높이 올렸습니다 아, 그날 ! 나는 죽기 까지 이 깃발을 지키려고 맹세 했던 것 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 - - 이런 생각을 하자 피가 거꾸로 솟았습니다 오르뉘는 자기도 모르게 그만 프로이센 장교에게 달려 들아 소중한 깃발을 빼앗아 두 손에 꽉 쥐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똑바로 높이 처들고 ' 깃발을 - - - ' 이라고 외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목구멍 속에서 막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손이 떨리고 깃대가 미끄러저 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항복한 마을 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이 지친 공가, 죽은 듯한 공기 속에 깃발은 이미 펄럭 일수 없었습니다 명예로운 것은 이미 아무것도 살아 있을수 없었던 것 입니다 그리고 오르뉘는 쓰러저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