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Francis Bacon>(1561.1.22~1626.4.9)
영국의 철학자·정치가. 런던 출생. 르네상스 후의 근대철학, 특히 영국 고전경험론의 창시자이다. 엘리자베스 여왕 치하에서 국회의원이 되었고, 제임스 1세 치하에서는 사법장관과 기타 요직을 지내 ‘벨럼의 남작’, 이어서 ‘오르반즈의 자작’이 되었다. 1613년에 검찰총장, 18년에 대법관 등 날로 권세가 높아갔으나, 수뢰(收賂) 사건으로 의회의 탄핵을 받아 관직과 지위를 박탈당하고 정계에서 실각된 후 만년을 실의 속에 보내면서 연구와 저술에 전념하였다. 냉정하면서도 유연한 지성을 가진 현실파 인물이었으며, 근세 초기의 사상가답게 그 역시 천동설을 신봉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하여 반대하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적 사고를 완전히 불식하지 못한 전통적인 구(舊)사상의 영향하에 있던 사상가였다. 그러나 그의 기본적인 의도는 스콜라 철학의 불비·결함을 비판하고 새로운 경험론적 방법을 발견·제창하려는 데 있었다. 즉, 그는 우주 일체의 활동의 원인을, 특히 우리들 인간이 자유롭게 지배하고 명령할 수 있는 원인을 규명하려고 힘썼으며, 그러기 위해서 인류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지적 재산의 일람표를 작성하여 거기에 무엇이 결핍되었고 무엇을 보충하여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려고 하였다. 이것을 저서 《학문의 진보》에서 말하였지만, 처음에 《학문의 대혁신》 전 6부의 집필을 구상하여 그 계획을 대규모로 전개하려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간행된 것은 3부뿐이었고, 특히 제1부의 《학문의 진보:The Advancement of Learning》(1605)와 제2부의 《신기관(新機關:Novum Organum)》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서 《오르가논》에 대항하는 것)(20)이 중요하다. 그는 기억·상상·이성이라는 인간의 정신능력 구분에 따라서 학문을 역사·시학·철학으로 구분하였고, 다시 철학을 신학과 자연철학으로 나누었는데, 그의 최대의 관심과 공헌은 자연철학 분야에 있었고 과학방법론·귀납법 등의 논리 제창에 있었다. 그는 우선 인간 지성의 도리의 접근을 방해하는 편견으로서 4종의 이도라(idora:우상 또는 환영)를 지적하였는데, 그것은 ① 종족의 우상, ② 동굴의 우상, ③ 시장의 우상, ④ 극장의 우상 등이다. ①은 인류라는 종족에 대한 보편적인 선입관이고, ②는 개인적 편견으로서, 마치 동굴 속에 있듯이 자연의 빛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비유한 것이며, ③은 언어의 부적당한 사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시장에서 있지도 않은 풍설이 나도는 것과 같은 것이며, ④는 논증의 잘못된 규칙이나 철학의 그릇된 학설과 체계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으로서, 마치 무대 위에서 상연되는 가공의 이야기에 비유되는 것과 같은 것 등을 말한다. 이와 같은 편견을 일소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적 삼단논법은 지식의 확장에 소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실험과 관찰에 기본을 둔 귀납적 방법을 중시하였다. 즉, 그것만이 다수의 사례를 모아서 표나 목록을 만들어 사상(事象)의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였다. 베이컨이 말한 본질은 여전히 중세적 ‘형상(形相)’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자연법칙의 의미도 명확하지 못하며, 수학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자연 속의 보편적 법칙을 양적 관계로서 파악하는 수단을 동반하고 있지 않은 점에서 그 이론이 매우 불충분하였지만, 근대과학의 방법의 중요한 일면을 강조한 것만은 틀림없다. 바꾸어 말하면, 베이컨에 있어 ‘형상’의 탐구는 형이상학이었지만, 그 형이상학의 응용부문은 미신적 마술과 구별된 ‘자연적 마술’이었다. 여기에 르네상스적 마술이 근대과학의 공학적 기술로 전신(轉身)하려 한 전환점이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철학이 지향하는 것은 그와 같은 새로운 마술, 즉 발명·발견을 뜻하는 대로 성취시킬 수 있는 기계공학적 마술의 달성이었는데, 그는 이것을 《뉴 아틀란티스:The New Atlantis》(1627)라는 미완성의 유토피아 이야기에서 항공기·잠수함·인공의 비·합성금속 등의 과학적 발명을 실현하고 있는 이상국의 꿈을 묘사하여 나타냈다. 이와 같이, 과학의 진보에 장대한 꿈을 싣고 과학연구의 방법을 제창하였지만, 그 방법을 실제로 이루는 데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그의 철학 중에서 구현된 방법의 정신, 즉 미래를 예견한 광대한 전망적 정신과 그 지적 전망에 의하여 ‘인류의 왕국’을 확대하여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를 달성하려고 한 그의 장대한 포부는 그 후에 영국뿐만 아니라 널리 전 유럽의 근대철학에서 그를 선각자 속에 자리잡게 하였다. 베이컨의 실천철학은 그의 문필의 재능을 보인 《수필집》(1597)에서 비체계적으로 논술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기적 충동 외에 사랑이라는 지고(至高)한 덕으로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고 후자에 의한 실천적 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한 점에서 그 후 영국 고유의 사회적·실천적·공리주의적 윤리의 방향을 시사하였다. 저서에, 《학문의 권위와 진보》(1622) 《숲과 숲》(27) 등이 있다.
동굴의 우상 洞窟-偶像
F.베이컨이 플라톤의 《국가론(國家論)》 제7권 중 소크라테스가 말한 비유(比喩)에서 인용한 용어.
개인적인 특성 때문에 인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편견을 가지는데, 동굴에 얽매었던 인간처럼 넓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사람의 지각(知覺)이나 경험과 비교함으로써 정정된다고 한다
우상
이 정의는 본래의 한자(漢字)를 풀이한 것이며, 그리스어의 에이돌론(eidolon:복수형 eidola), 라틴어의 이돌룸(idolum:복수형 idola)의 역어(譯語)에는 철학적·종교적으로 특수한 의미가 있다. 에이돌론은 원래 모습·영상(影像) 등을 뜻하는데, 철학사상(哲學史上) 지각하고 인식하는 인간과 실재하는 대상과의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가 개재하는 상(像)으로 생각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자(原子論者)의 말에 의하면, 대상에서 작은 상인 에이돌라가 박리되어 감각기관으로 들어가서 혼(魂)의 원자와 만남으로써 인식이 성립된다고 한다. 또한 F.베이컨은 진리의 인식을 방해하는 것으로서 선입적 유견(先入的謬見)인 이돌라(우상)의 제거를 요구하고, 종족(種族)의 이돌라(인간의 본성 속에 잠재하는 선입관), 동굴의 이돌라(개개의 인간에 부수된 선입관), 시장(市場)의 이돌라(사회생활을 통하여 생겨나는 선입관), 극장의 이돌라(학파나 체계에 부수된 선입관)를 열거하였다. 종교적으로는 물질적인 것(石·骨·像 등)에 신(神)이 깃들어 있다든지, 신성(神性)이 깃들여 있다고 믿고 거기에 예배하는 것을 우상숭배(偶像崇拜:idolatria)라고 한다. 최근의 민속학에 의하면 우상숭배는 종교의 제1단계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퇴화된 것이며, 진정한 신관(神觀)을 상실할 때에는 반드시 우상숭배에 빠진다고 한다.
베이컨의 4가지 우상
베이컨은 과학의 이런 잘못됨과 타락을 분석해서 그 원인으로서 네 가지의 폐단을 지적하고 이것을 네 개의 ' 우상 '(idol)들---종족(tribe), 동굴(cave), 시장(market place), 극장(theatre)의 우상들---이라고 불렀다. 먼저 종족의 우상은 한 종족 전체, 즉 전체 인류에 공통된 폐단으로서 인간의 감각의 불완전성, 인간의 이성(reason)의 한계, 인간의 감정과 욕망의 영향 등에 의해서 인간에게 본유적으로 존재하는 폐단을 가리킨다. 다음에 동굴의 우상은 평생을 동굴 속에서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밝은 바깥 세상에 나왔을 때 드러내게 될 판단이나 사고의 잘못에 비유한 폐단으로서 각각의 개인에 특유한 주관과 선입견에 의한 폐단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런 폐단은 개인의 자질이나, 그의 생애에 있어서의 교육이나 습관 또는 다른 우연한 환경 등에 의해서 생겨나게 된다. 시장의 우상은 인간이 사용하는 부호, 특히 언어로부터 나오는 폐단이다. 인간은 실제 사물들에 일정한 단어와 이름을 붙여서 사용하는데, 잘못되고 적합치 못한 언어의 사용이 실제 사물들의 이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극장의 우상은 학문의 체계나 학파로부터 생기는 폐단이다. 즉 극장에서 연극 배우들이 공연 때마다 연극 대본을 그대로 읽는 것처럼, 자연현상을 그대로 보지 않고 하나의 학문체계나 학파에 억지로 맞춰서 살리려 할 때 생기는 폐단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은 이 네 가지 우상 모두의 폐단에 젖어 있으며, 연금술과 마술은 주로 동굴의 우상, 그리고 원자론자들의 주장은 주로 극장의 우상에 물들었다고 생각했다.
베이컨(Bacon)의 우상
1) 종족의 우상 : 인간 종족 전체의 공통적 성질에 의해 생기는 오류.
2) 동굴의 우상 : 개인적 편견에서 오는 오류.
3) 시장의 우상 : 언어를 사용하여 실재를 가술 하려는 데에서 오는 우상.
4) 극장의 우상 : 전설, 교의 등 이른바 전통적인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오류.
베이컨의 우상론
베이컨은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 1620)에서 낡은 우상(idola)의 파괴 및 낡은 스콜라식 삼단 논법을 비판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 등 네 개의 우상에 사로잡혀 있으며, 종래의 철학은 이들 우상 밑에서 형식적인 삼단논법을 구사하여, 추상적 사변에 탐닉하고 있다 하여 그가 새로이 제창한 것은 '실험'에 의한 개개의 사례의 비교 및 고찰에서 자연의 일반 법칙을 찾아내는 방법, 즉 과학적 귀납법을 제시했다.
그가 말한 우상은 다음의 4가지이다. ① 종족의 우상-인류의 모든 종족에게 고유한 것으로서 사람을 오류에로 이끄는 위험한 충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② 동굴의 우상-어느 정도 각 개인의 특수성에서 오는 오류에로의 특별한 경험을 말한다. ③ 시장의 우상-우리가 언어에 의하여 기만당하기 쉬운 경향을 말한다. ④ 극장의 우상-사람의 판단을 잘못되게 하고 사람을 편파적으로 만들게 하는 역사적 전통에 대한 충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