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큐 그레이더(커피 품질 감별사),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등 내로라하는 커피 전문가들이 유통업체와 손을 잡았다. 대형마트, 식품 제조사, 커피 전문점 등 다양한 기업들이 커피 전문가들과 함께 차별화된 커피를 내놓고 있다.
제품 유형도 다양하다. 원두(홀빈/분쇄) 커피, 드립백 형태의 PB(자체 브랜드) 제품, 완제품 상태로 판매하는 RTD(Ready to Drink) 커피까지 거의 모든 유형의 커피 제품을 개발하는데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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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1세대 바리스타로 불리는 박이추 선생. 현재 강릉시 사천면, 연곡면, 교동 세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 홈페이지 캡처
◆ 이마트, 안암동 ‘보헤미안’ 출신 서필훈 대표 손 잡아… “1년에 수십회 찾아가 설득”
이마트 (158,000원▲ 1,000 0.64%)는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와 손을 잡았다. 서 대표는 2008년 한국인 최초로 큐 그레이더 자격을 따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커피 전문가다. 2012년부터 2년 연속 ‘월드 로스터스 컵’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2013년엔 최고의 커피 생두를 뽑는 국제 대회 ‘컵 오브 엑셀런스’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서 대표는 모교인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후문 앞 커피하우스 ‘보헤미안’에서 일하며 커피 제조법을 배웠다. 보헤미안은 한국 바리스타 1세대인 박이추 선생의 수제자 최영숙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커피 마니아들에겐 잘 알려져 있다. 서 대표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커피 업계에 뛰어든 지 4년만인 2009년 10월에 커피리브레를 창업, 현재 직영점 네 곳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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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가 2012 월드 로스터스 컵 대회에서 우승한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홈페이지 캡처
이마트와 서 대표의 협업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생두 품질 관리 등을 우려해 서 대표가 대량 생산을 꺼렸다. 하지만 이마트 측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하정엽 이마트 피코크 개발팀 바이어가 1년 동안 수십회에 걸쳐 서 대표를 만나 설득했다.
피코크 담당 임원인 김일환 상무도 직접 나섰다. 제품 출시를 결정하기 전 서 대표를 만나 이마트의 스페셜티 커피(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 평가에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최상위 등급 커피) 사업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홍대 맛집 초마짬뽕과 최초로 손 잡고 출시한 ‘피코크 초마짬뽕’, 삼청동 명물 큰기와집과 함께 만든 ‘피코크 큰기와집 간장게장’ 등 품질 관리에 성공한 협업 사례를 들어 서 대표를 설득했고, 결국 그의 마음을 돌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9일 “생두에 대한 커피리브레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하반기에 출시하는 홀빈 형태 생두의 경우 유통기한을 6개월로 정했다”며 “보통 원두의 유통기한을 1~2년으로 삼는 것과 달리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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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마트가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와 손잡고 출시한 ‘피코크 크래프트 커피’. / 이마트 제공
지난 7일 출시한 ‘피코크 크래프트 커피’가 협업의 첫 결과물이다. 이마트와 서 대표는 우선 드립백 형태(4800원, 9g*5개입)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 과테말라 산 안토니오 챠기테, 시그니처 블렌드 3종을 내놨다.
이마트는 전 세계 농장에서 서 대표가 직거래한 최상급 생두를 사용하고, 하반기엔 커피리브레와 함께 피코크 크래프트 커피만을 위한 공동 산지도 개발하기로 했다.
◆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콜드브루 전문가, 커피 박사까지
국내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한국맥널티 (17,800원▼ 450 -2.47%)는 지난 3월 ‘2011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알레안드로 맨데스와 손잡고 ‘알레안드로의 커피여행(200g, 홀빈커피)’ 4종을 출시했다. 엘살바도르 출신인 알레안드로 맨데스는 당시 미국과 유럽 출신 바리스타들이 휩쓸던 월드 바리스타 대회에서 남미 출신 최초로 1위를 차지해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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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맥널티와 협업한 2011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알레안드로 맨데스. / 홈페이지 캡처
알레안드로의 커피여행은 알레안드로가 직접 추천한 레시피로 블렌딩한 제품이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커피를 블렌딩해 마일드한(순한) 단맛을 낸 ‘남미 커피여행’,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의 원두를 블렌딩한 ‘중미 커피여행’, 에티오피아와 케냐 커피를 블렌딩한 ‘아프리카 커피여행’,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원두를 활용한 ‘아시아 커피여행’까지 각 대륙에서 생산하는 원두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야쿠르트 역시 올해 3월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찰스 바빈스키와 함께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 제품을 선보였다. 찰스 바빈스키는 2015년 미국 대회 우승자로, 세계 대회에선 2위에 올랐다. 찬물에서 3~12시간 커피를 추출하는 콜드브루 전문가로 알려졌다.
코카콜라사는 세계적인 커피 전문가 션 스테이만 박사와 손잡고 지난 8월 캔 커피 ‘조지아 고티카 마스터스 라떼’를 내놨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 기술위원인 션 스테이만 박사가 개발 과정에 참여해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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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아쿠르트는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찰스 바빈스키와 손잡고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를 선보였다. / 홈페이지 캡처
션 스테이만 박사는 하와이 대학에서 ‘커피 재배 및 향미 평가’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SCAA 기술위원 외에 데이라이트 마인드(Daylight Mind) 커피연구소 최고과학임원(Chief Science Officer), 코페아 커피 컨설팅 CEO를 맡고 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커피 향을 더해 소비자들이 풍부하면서 깊은 라떼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커피 시장 확대가 원인…“고급화 마케팅”
유통업체들이 커피 전문가들과 잇따라 손을 잡는 것은 국내 커피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국내 20세 이상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41잔에 이른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 간 성인 인구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1.3%였는데,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증가율은 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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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추정치. / 한국관세무역개발원
2006년 이후 최근 7년간 비알콜 음료점 종사자수는 5만6020명에서 13만4686명으로 140%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체 도소매업 내 종사자수 비중 역시 2.3%에서 4.7%로 늘었다.
매일유업 (35,800원▲ 350 0.99%)의 자회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폴바셋의 경우 고급 커피 마케팅을 펼치며 출범한지 3년만인 2011년에 연매출 97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작년엔 4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태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폴바셋은 올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3분기엔 음료 제품 라인업 확대로 흑자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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