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문재인 사이, 흥미로운 새누리의 ‘양동작전’
오주르디 2012.09.21 07:02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이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박근혜 후보가 누구와 붙었을 때 더 유리할 지 복잡한 셈법을 동원해 이리 저리 주판알을 튕기는 모양이다.
야권 두 후보 지지율, 지나치게 요동치더니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매우 흥미롭다.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지나치게 요동치고 있다. 8월 초만 해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에 비해 15% 이상 앞서 있었다.
그러더니 9월에 들어서면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안 후보의 지지율은 급락을 거듭했다. 9월 10일에는 격차가 2.6%(리얼미터)로 줄더니 17일 조사에는 문 후보가 41.9%(리얼미터)로 안 후보를 5%포인트 앞질렀다. 같은 날 모노리서치 여론조사의 경우 문 후보가 48.6%를 기록하며 31.8%의 안 후보를 16.8%나 앞서기도 했다.
문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보수언론들은 “문재인ㆍ안철수 후보 단일화는 묻지마식 야합”이라면서도, “안철수 보다 문재인으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높다(<조선일보> 9.18)”고 못박았다.
<조선일보/9.18>
새누리와 박 캠프 “문재인이 더 어렵다”
이와 비슷한 기사가 속속 등장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18일 ‘새누리, 문재인이 상대하기 어렵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박 후보 캠프가 문 후보와 안 후보를 놓고 분석한 결과라며 “안 원장 보다는 문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설 때 더 큰 파워를 지니고 대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의 측근인 김재원 의원은 KBS에 출연(18일)해 “문 후보로도 충분히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안 원장은 금방 세력을 잃고 문 후보 쪽으로 흡수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일보 9.18>
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언론에 “야권단일 후보로 안 원장이 나왔을 경우 후보와 조직이 따로 놀 가능성이 크다”며 “박 후보로서는 (안 원장을) 쉬운 카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로 단일화 됐을 경우 야권 조직이 하나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안 원장이 내리막에 접어들었다’고 단정 짓고 “안 원장 검증이 시작되면 지지율은 더 떨어져 유권자들이 ‘(안 원장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포기하는 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철수가 쉬운 상대’ 기사화함께 문재인 부각
‘안철수가 더 쉬운 상대’라는 기사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할 무렵, 조중동은 물론 KBS, MBC 등 공중파 방송들이 일제히 문 후보를 조명하는 보도기사를 내보냈다. 문 후보가 야당 후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파격적이었다.
<조선일보/9.18>
현충원에서 월남전 전사자 고 김광민 하사의 비석 앞에 무릎 꿇고 않아 있는 시진은 거의 모든 보수신문에 게재됐고, 18~19일에는 문 후보가 수해현장 돕는 화면이 종편을 포함한 모든 방송에 톱기사로 등장했다. KBS는 거의 모든 뉴스시간에 문 후보가 구슬땀을 흘리며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을 내보냈다.
<KBS/9.18>
<MBC/9.18>
<동아일보>는 수해현장을 돕기 위해 경북 성주군을 방문한 문 후보를 수행 취재하면서 문 후보의 동정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지역주민과 함께 설거지를 하고.....복구 작업을 마친 후에는 산사태로 사망한 이모 씨의 빈소를 찾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중앙일보/9.18>
<채널A/9.18>
안철수에게는 “검증 위해 국감 증인 세우겠다”
반면, 안 후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공세를 펴겠다고 별렸다. 새누리당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파악한 안 원장의 의혹만 20가지가 넘는다”며 “안 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세우자는 게 당내 분위기”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검증 계획도 얘기했다. 검증 거리를 국회 각 상임위에 배분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안철수연구소 투자과정 뇌물 의혹은 정무위에서, 재벌 회장 구명 탄원서와 브이소사이어티 활동은 지식경제위에서 다루는 방식이 될 거라고 부언했다.
문 후보에게는 다소 느슨하게, 안 후보에게는 강하게 나가겠다는 속내였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 캠프가 왜 이러는 걸까? 이런 계책을 통해 무엇을 얻으녀는 걸까? 급작스런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때를 맞춰 문 후보에게 친절(?)하게 나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상대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면 더욱 경계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양동작전', 단서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문재인, 안철수 지지율
단서를 제공해 준 건 모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황당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층 가운데 무려 55.8%가 문 후보를 선택한 반면, 안 후보를 선택한 새누리당 지지층은 불과 15.3%에 그쳤다. 무당파와 민주당 지지자에서도 안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는데, 유독 새누리당 지지자에서만 크게 뒤졌다. 괴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더 진보적이다. 보수층에서 문 후보보다 안 후보의 지지가 훨씬 높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건만, 왜 이런 터무니 없는 결과가 나왔을까?
이런 식의 설문조사가 진행된 때문이 아닐까?
조사원: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후보 중에서 누구를 선호하십니까?
대답: 박근혜입니다.
조사원: 그럼 안철수, 문재인 중에서는 누구를 선호하십니까?
대답: 문재인? 안철수? (이 대목에서 생각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질문 자체에 모순이 있다. 박 후보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야권 후보 둘 중에 누굴 더 선호하느냐는 질문은 애당초 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질문을 받은 보수지지자는 대답을 어떻게 했을까?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지지 심리 발동
박 후보 지지 심리가 발동해 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대답을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대답자 중 일부라도 말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쪽을 선호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문 후보와 안 후보 중에서 문 후보를 압도적으로 선호했다는 걸 보면, 이런 식의 역선택이 있었던 게 확실해 보인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최근의 기현상의 이유가 웬만큼 드러난 셈이다. 여권이 박 후보의 라이벌로 안 후보가 아닌 문 후보가 되도록 하기 위한 의도로 모종의 계책을 쓴 모양이다.
두 야권후보 동시 약화 목적의 ‘양동작전’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속내를 들키게 된다. ‘문 후보가 더 어렵다’던 조선일보의 19일자 발행분 행간에서 ‘사실은 안 원장이 상대하기 더 어렵다’고 실토한 몇 줄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새누리당에는 ‘문 후보가 안 원장보다는 상대하기 쉽다’는 사람이 더 많은 편이다. 당 관계자는 ‘문 후보는 실패한 친노(親盧) 진영의 후보라는 점이 결정적 약점’이라며 ‘문 후보 빼고 노무현 정권 인사 상당수가 감옥에 가지 않았느냐’고 했다.”
대선 가도에 안 후보가 합류하면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 캠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야권 후보 두 사람 모두를 약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계책이 준비되고 있는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