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관련업체들이 집적되어 있는 도시는 없었을 것입니다. 후미진 지하실과 골방들에서 신라 금관을 제작했던 장인들의 후예답게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구슬들을 모아 보석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인들의 고령화, 예물문화의 퇴조, 정부지원정책의 부재 등으로 쇠퇴일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현장점검과 간담회, 그동안의 컨설팅으로 서울시는 이곳에 보석박물관과 국제비즈니스센터, 주얼리엑스포 등을 통해 주얼리 상가의 부활과 세계적인 보석타운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지난 3월 18일, 서울시장으로는 최초로 종로 귀금속단지를 방문해 약 3시간에 걸쳐 귀금속 제조 및 도 소매업체 등 유통시설들을 둘러보고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관련단체 및 업계관계자들을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눈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소감이다.
박 시장의 방문은 주얼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약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얼리 비즈니스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시가 현장실사 차원에서 시장이 직접 종로 귀금속단지를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펴보고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최근 경기침체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귀금속 업계에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수행은 서울시 경제진흥실 최동윤 실장을 비롯한 이정화 역사도심관리과장, 김재덕 특화팀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정원헌 단협 전임회장, 이황재 한주연 회장 등 서울시, 종로구, 업계 관계자 20여명이 함께 했으며, 박 시장의 업계시찰은 서울시가 지원시설 대상지로 매입해 둔 종로구 권농동 188-1번지에 있는 센터예정지에서 시작됐다.
박 시장은 원로세공인들이 함께 모여 일하고 있는 은일사(대표 허현구, 백순홍)를 방문해 원로세공인들이 일하는 모습과 환경을 둘러보고 좁은 골목길을 돌아 순금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진성공예(대표 김기섭)와 합금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컬트주얼리(대표 이장주), 보석연마업체 성화사(대표 송영회)를 방문했다. 그리고 한미보석감정원(원장 김영출), 합금제품 전문 업체인 주어링(대표 최점락), 백화점식 오픈매장인 티파니상가, 이누주얼리(대표 강승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곧바로 간담회 자리가 마련된 피카디리 8층 MJC보석전문학교 세미나실로 이동해 업계인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귀금속 업계인과의 간담회
오원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미리 지정된 업계의 패널들이 주얼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의견을 서울시에 건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이황재 한주연 회장은 종로 상가지역의 골목정비와 전선의 지중화 등 낙후된 산업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종로 귀금속단지의 생활안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종로귀금속생활안전협의회 이용주 회장은 종로귀금속단지가 치안수요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소개하고 파출소 설치에 박 시장이 적극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오상필 보석과 사람 대표는 보석 산업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사업이라 소개하고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종로 보석 산업단지는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소비세가 보석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반드시 개별소비세를 폐지하고, 종로를 대한민국 명품 귀금속 단지로 특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보석 산업을 양성화하고 관광산업으로 육성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렉스다이아몬드의 김원구 대표는 독일과 같은 마이스터 교육 시스템을 서울시에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귀금속 보석 산업은 교육을 통해 고급인력 양성은 물론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건의했다.
명광진주감정원의 장정우 대표는 주얼리의 문화가치 창출과 전통예술문화 계승을 위해 보석의 본질적인 의미를 강조했다.
정권천 대표는 세운 4구역 예지동 재개발 상인들의 현안에 관해 질의했다. 특히 재개발 사업에 있어 상인들의 입장이 배제되어 있다며 향후 일정과 관련해 서울시의 입장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유동수 귀금속유통협회장은 서울시내 산업에 대한 재정비와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서울시가 주관하고 후원하는 ‘주얼리 페스티벌’ 개최를 제안했다.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한 박원순 시장은 “종로 주얼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종로파일을 별도로 만들어 그동안 많은 회의를 진행해 왔다”고 밝히고 그 결과 서울시가 약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종로 주얼리비즈니스센터를 건립을 지원하게 된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앵커시설의 건물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어떤 컨텐츠를 넣어 산업을 지원할 것인가는 더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시의 지원뿐만이 아니라 업계 스스로가 소비자로부터 어떻게 신뢰를 만들고 쌓아 나갈 것인지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서울시장이 처음 방문한 오늘이 주얼리 산업발전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서울시장 간담회와 관련해 반석의 강구용 대표는 ‘종로 보석거리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밴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보내왔다.
1.장기적으로 전선지중화 사업을 서울시와 한전 관계자들을 만나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2.골목마다 어지럽게 달려있는 간판들을 규격화시켜 미관을 아름답게 만든다.
3.여행사와 관광공사 등과 협력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선다.
4.외국인 고개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보석 종류 등을 연구해 제품개발에 도움이 되도록 연구 용역을 주어 다양한 상품 개발에 힘쓴다.
5. 가까운 곳에 관광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확보한다.
6.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관광객의 편의를 도울 수 있는 통역을 배치한다.
7.서울시와 협력해 노상주차장 자리에 보석거리 활성화에 도움이 될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규격화된 노점상 거리를 만들어 볼거리, 살거리, 먹을거리 등을 입주시켜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각종 정비사업과 광고비 등으로 사용한다.
8. 건물이나 보도블럭 등에 보석거리라는 특성에 맞는 그림이나 문양 등으로 교체하거나 보강한다.
9. 골목마다 거리이름과 표지판 설치 등을 하여 일반인들도 쇼핑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정비한다.
10. 도소매를 완전 분리하여 도매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소매는 현금영수증을 발행해 투명한 양성화로 노력하며 사업자등록증에 아예 도소매를 없애고 도매면 도매 소매면 소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영업하도록 한다.
11. 은행이나 서울시와 협의하여 시설 현대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 저리 융자 등을 알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