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태양이 대지를 달구면서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 들고 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는 차량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도심의 찌는 듯한 무더위를 생각하면 벌써 열기가 느껴진다.
나는 머리까지 멍청해지는, 피할 수 없이 뜨거운 여름의 강렬한 햇빛을 좋아한다. 대체로 게으른 사람은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들어 게으름을 한껏 핑계할 수 있는 한여름을 싫어하지 못한다.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 이미 세워 놓은 계획도 다음으로 미뤄야 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나무 밑에 누워 있는 거리의 노숙자들도 한가하고 부러워 보일 때가 있으며, 혹시 그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걷고 있는 우리를 비웃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페인에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에는 모든 상점이 일제히 문을 닫고 낮잠을 자는 시간이 있다. 활기에 찼던 거리가 태양 아래 수면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내게는 퍽 감동적이었다.
요즘 도시의 사람들은 더위가 오면 화생방을 치르듯 건물 안으로 숨어 들어간다. 그들이 들어간 건물에는 대체로 ‘냉방중’ 혹은 ‘에어컨 가동중’이라는 파란 스티커가 문에 붙어 있고 건물마다 문이 꼭 닫혀 있다.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와 리듬에 대하여 지나치게 보호되고 자연적인 에너지의 흐름으로부터 차단되어 있다.
사막의 부족 중에는 40도의 기온 차이를 맨몸으로 견디어 내는 종족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옷을 입는 대신에 진흙과 기름을 몸에 바르고 낮에는 바위의 그늘 아래서, 밤에는 동굴 같은 곳에서 추위와 더위를 피한다고 한다. 그들이 과연 미개한 것일까.
어떤 면에서 우리가 누리는 과학과 지나치게 상품화되어 있는 물질적 풍요는 참을성 없는 인성과 허약한 육체를 유전시키며 때로는 우리의 노동력을 착취하기도 한다.
자연인으로 이 땅에 왔다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은 선사들의 말씀처럼 추위가 오면 추위 속으로, 더위가 오면 더위 속으로 몸을 숨기면서 자연의 변화를 잘 이해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면서 스스로가 체력적으로 영적으로 강해지는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