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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평양> 양영희, 다큐멘터리, 일본, 107분, 2006년
조총련에서 열심히 민족운동을 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양영희씨의 가족사를 통해 민족의 아픔과 세대의 화해를 따뜻이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무엇보다도 이 다큐의 장점은 인간적이라는 점이다. 남과 북, 그 어떤 이념에 치우지지 않고 북에 사는 가족과 일본에사는 가족을 인간의 정을 통해 하나로 묶어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북과 남 모두를 넘어서고 있다.
= 줄거리 =
“안녕!” 헤어짐이 아닌 만남의 인사이고 싶습니다. 나는 ‘재일 교포의 메카’로 불리 우는 도시,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빠 셋의 귀여운 막내 여동생으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15살에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오셨고 해방을 맞은 후 정세에 따라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하셨습니다. 그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첫 눈에 반해 열렬히 프로포즈하여 결혼에 성공하셨다고 하는데, 평소 엄격한 성격의 아버지도 이 얘기가 나올 때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시곤 합니다. 부모님은 결혼 후 함께 열정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셨고, 오빠들이 청소년이 되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조국’인 북한으로 보낼 결심을 하셨습니다. 오빠들이 떠나던 날. 6살이었던 나는 ‘귀국’의 의미도 모른 채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는 오빠들을 태운 배가 사라진 후에도 한참 동안 자리에 서서 먼 바다를 바라보셨습니다. 나는 당시 어머니의 마음을 죽을 때까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후 평양의 실정을 들은 어머니는 오빠들에게 물자를 보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린 조카가 난방이 안된 학교에서 동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이런 짓은 어미 밖에 못해준다”고 웃으시면서 겨울마다 큰 상자에 일회용 손난로를 가득 담아 보내주고 계십니다. 고집쟁이 아버지와 딸. 그들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오빠들과 달리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나는 자연히 아버지와 갈등이 깊었고, 심지어 대화조차 안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버지의 인생을 카메라에 담아 볼 것을 결심했고 10년간 렌즈를 통해 아버지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은 점차 변해 갔습니다. 머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삶이 가슴으로 다가오며, 미움은 그리움으로, 갈등은 사랑으로 변해갔습니다. 어느 날 오빠들을 북한으로 보낸 것이 후회 되냐고 묻는 나에게 아버지는 진솔한 답변을 해 주셨고 난 앞으로 아버지와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곧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되고, 나는 아버지와 좀더 일찍 대화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 (다움에서)
= 영화에 대해 =
感… 가장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가장 공감되는 이야기! 양영희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조총련’이 운영하는 학교와 가정에서 ‘조국’인 북한에 충성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 왔다. 하지만 평양으로 ‘귀국’한 오빠들을 만나러 북한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조국의 현실이 이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깝고도 먼 두 나라, 북한과 일본을 오가며 그녀는 자신의 가족이 품고 있었던 특별한 이야기를 담담히 카메라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디어 평양>은 어른이 된 딸의 목소리와 시선을 따라 한 가족의 특별한 사연과 사랑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가족 다큐멘터리의 맥을 잇고 있지만, 그 어떤 가족 영화보다도 인물간의 거리는 좁아지고 그에 따라 생생한 감정의 호흡과 진솔한 감성이 전달되는 영화이다. 양영희 감독의 가족은 우리와 같은 핏줄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처럼은 살 수 없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이 세상 모든 가정에 존재하는 희로애락의 정서를 촘촘히 엮어냄으로써 얻어지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에, 가족 안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와 공명하며 깊은 감동을 안겨 줄 것이다.
愛… 미움이 그리움으로, 갈등이 사랑으로 변해간다! 20대에는 대화하는 것은 고사하고 아버지와 함께 밥 먹는 것 조차 싫었다고 하는 양영희 감독. 양영희 감독은 온통 북한과 관계된 대화만 하는 부모님과 늘 이질감을 느껴왔다고 한다. 부모님들이 ‘조총련’의 간부인데다가 세 아들이 모두 평양에서 가정을 이루고 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평양에 있는 조카들의 모습을 찍어 부모님께 보여드릴 목적으로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기에 영화 곳곳에는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흔적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곧 그녀는 논픽션의 매력을 알아가면서 서서히 촬영의 강도를 높여 나갔고, 본격적으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기 시작한지 10년 후 드디어 <디어 평양>을 완성해 낸다. 영화에는, 감독이기 이전에 한 명의 딸로서 아버지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양영희 감독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절대 ‘조선’국적을 버리지 말라고 하던 아버지가 ‘한국’국적으로 바꿀 것을 허락하자 양영희 감독은 많이 놀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버지의 뜨거운 신념에 앞서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아버지는 뜨거운 신념을 지닌 사상가 혹은 활동가였지만 그 보다 먼저 자신의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평범한 가장이었던 것이다. 오빠들을 북한으로 보낸 것이 후회스럽지 않냐는 솔직한 딸의 질문에, 똑같이 마음을 열고 솔직한 답을 들려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하며 양영희 감독은 카메라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眞… 다큐멘터리의 비상! 실재하기에 가장 아름답다! 12년에 걸쳐 제작된 비전향 장기수들을 다룬 실사 <송환>(2004, 김동원), 1966년 북한의 월드컵 8강 진출기 <천리마 축구단>(2005, 다니엘 고든), 북한 최고의 행사인 전승기념일 매스 게임에 참여하게 된 여중생 현순이와 송연이의 아기자기한 이야기 <어떤 나라>(2005, 다니엘 고든)는 모두 북한과 관계된 다큐멘터리들로, 다큐멘터리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 내 주목 받았던 작품들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은 일본에 실재하는 재일 교포 가정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슴 벅찬 감동을 전해주고, 무엇보다 실제적인 북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기에 위의 수작들의 의미 있는 호평과 주목을 이어갈 작품으로 여겨진다. 또한 <디어 평양>에 내재되어 있는 갈등의 한 축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적 틀 안에서 자란 것이기에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특별히 다가온다. 양영희 감독의 아버지는 세 아들이 북한으로 귀국하기 전에 가족사진을 찍은 이후로 다시 한번 모두 모여 가족 사진을 찍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간직해 왔다. 그래서 가족은 4년 늦은 아버지의 진갑 잔치를 평양의 ‘옥류관’에서 열기로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양영희 감독의 카메라는 2004년의 평양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 낸다. 우리가 그 동안 TV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거대한 김일성 황금동상이나 추체 사상 탑, 매스 게임과 평양 거리의 풍경은 단순히 도식화된 북한의 이미지로서가 아니라, 현실적 입체감을 띄고 친밀하게 관객을 찾아간다. 그것은 생활인으로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오빠들의 가정이 더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조금 더 불편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곳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같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곳인 것이다.
力… 세계가 함께 눈물 흘린 감동 스토리! <디어 평양>은 2006년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월드 시네마 심사위원 특별상’과 베를린 국제 영화제 ‘최우수 아시아 영화상’을 거머쥐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이외에도 야마가타 다큐멘터리 영화제 ‘특별상’, 싱가폴 Asian Festival of 1st films ‘최우수 다큐멘터리 감독상’, 바르셀로나 아시아 영화제 ‘최우수 디지털 시네마상’ 등을 수상하며 우리의 역사와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가 전세계인과 공감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수상 결과는 <디어 평양>이 근대 한국 역사와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바탕으로 한 재일 한국인들의 회한과 고뇌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는 화면을 통해 다가오는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사랑과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정서가 전세계인들에게 진솔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디어 평양>은 그 누구보다도 바로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큰 감동을 전할 것이다. - (다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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