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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은영 제공 |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12월 전국에서 열리는 중, 호떡을 들고 거리로 나온 이도 있었다. 왕십리 '삼맛호오떡' 사장인 이종만(32)·이은영(28) 씨는 무려 천 장의 호떡을 (반죽하고 누르고 포장하여) 2차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직접 나눠줬다! 그다음 집회에선 '호떡 나눔'을 이어받은 교회 식구들과 함께 다시 팔백 장의 호떡을 시민들 손에 전달했다. 겨울을 맞아 더욱 바빠진 호떡집 사장 오누이를 전화 통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두 차례나 호떡을 공짜로 나눠주었다고 들었어요.
종만: 첫 집회를 뉴스로 보면서, 보통의 시민들이 나와서 목소리를 내는 걸 보고 우리도 평화적이면서도 우리만의 시위 방법을 생각했어요. 우리 둘 다 학교도 조용히 다녔고, 사회적 이슈에 관심은 갖고 있어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데는 소극적인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가만히 있는 게 죄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고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치더라고요.
― 그래서 호떡을?
은영: 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가장 우리다운, 호떡 나누기를 결심했어요. 가게를 운영한 지 3년이 됐거든요. 그동안 사회적 기부에 대해서 고민하고 마음은 있으면서도 여의치가 않아서 가게 이름으로 활동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는 이 시대를 사는 청년으로서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 어마어마한 양인데, 안 아깝던가요? 마음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건 어려운 일일 텐데….
물론 가게 운영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옳은 일에 목소리를 내다가 가장 소중한 목숨을 잃는 분도 있고, 세월호 유가족처럼 씻을 수 없는 애통함으로 생업마저 제쳐놓고 호소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이렇게 큰 촛불의 물결에 이렇게 작은 움직임으로 참여하면서, 거기에 들어가는 돈이 큰 고민거리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시민운동에 동참한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비용보다는 오히려 몸이 힘들었죠! 시위 당일도 영업을 하면서, 나눔 호떡을 만들고 포장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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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은영 제공 |
― 혹시 ‘마케팅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없던가요?
종만: 가게 홍보가 목적이라면 망한 전략이에요. 호떡 500개 나눠주는 데 5분밖에 안 걸렸거든요.(웃음) 겨우 시민 오백 분에게 드린 건데, 비용은 50만 원이 넘으니 완전 손해죠. 그 자리에 있는 분들에게 ‘우리도 그곳에 함께 있다’는 기분을 드리고 싶어서 호떡을 날랐어요. 추운 날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 곁에서 ‘잘하고 계시다’고, ‘여러분 행동에 우리도 동의한다’고 응원하면 큰 힘이 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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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청년들도 촛불집회 호떡 나눔에 참여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
― 그게 촛불 시민의 힘을 북돋는 ‘응원의 호떡’이었군요.
그런데 좋은 뜻으로 하는 일이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아무렇게나 드리면 오히려 받고도 불안할 수 있으니까, 우리 가게 정식 포장을 했지요. 그래야 문제가 생겨도 책임질 수 있고요.
― 호떡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요.
시작은 동생이 주도한 ‘호떡 리어카’였어요. 동생도 저도 지금처럼 전업으로 할 생각은 아니었고, 그냥 도전정신으로 시작한 리어카였고요. 그런데 길거리에서 ‘대박’을 맞고, 시장 골목에서 주목받으면서 항의도 시샘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된 바에야 이왕이면 정식으로 가게를 내보기로 하고 2차로 도전했죠. 그땐 각자 하던 일이 있었는데, 둘 다 예술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가 사업에 뛰어든 셈이죠. 차차 알음알음 소문이 나고, 어쩌다 텔레비전에도 소개가 되고, 백화점이나 페스티벌에서 브랜드 섭외 요청이 들어오더라고요. 조금씩 사업을 키워나가다가 3년이 되고, 작은 가맹점도 하나 있는 브랜드가 되었네요. 갈 길은 많고 가능성도 많지만, 대단한 목표보다는 지금을 즐기면서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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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은영 제공 |
― ‘호떡 재벌’이 되고 싶진 않아요?
은영: 돈을 많이 벌면 물론 좋죠.(웃음)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맞추면서 가고 싶어요. 예전에 백화점에서 행사 섭외가 끊이지 않던 때가 있었어요. 40일 이상을 쉬지 않고 달려서 돈은 많이 벌었는데, 허무해지고, 삶의 의미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역시 행복의 조건 중 돈이 우선은 아니더라고요. 돈 되는 일을 찾아가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더 즐기려 노력해요. 무엇보다 돈을 버는 데 신앙인으로서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 안 그래도 교회 식구들도 촛불집회 호떡 나눔에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처음 호떡 나눔을 한 후에 교회 청년 공동체에서 연락이 왔어요. 후원도 하고 동참하고 싶다고요. 우리가 거리에 ‘함께 있다’는 느낌을 드리려고 한 기획인데, 교회 공동체에서 온 연락이 우리 호떡집에도 ‘함께 있다’는 메시지로 전해져서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기꺼이 같이하기로 했죠.
― 두 번째 호떡 나눔 땐 체력 소모를 좀 덜었겠는데요?
청년들이 직접 메시지를 담은 스티커를 준비해서 호떡 포장지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한쪽에서는 호떡을 만들면 다른 한쪽에서는 포장을 했어요. 그리고 광장으로 흩어졌지요. 초대교회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교회가 우리 시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정의를 고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공동체로서 교회와 함께 실천할 수 있어서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 날씨가 추워서 더 바빠졌을 텐데, ‘삼맛호오떡’의 다음 발걸음이 기대되네요.
맞아요. 날씨 추워지면서 더 바빠졌는데, 조만간 연말 푸드 페스티벌에 참가할 계획이라서 스케줄이랑 체력을 관리하고 있어요. 시간 쪼개서 운동도 하고, 틈틈이 각자 진행하던 미술 작업이나 음악 작업들도 하고 있고요. 그래도 늘 퇴근하고 밤이면 뉴스와 시사 프로들을 정주행해요. 요즘처럼 뉴스 보는 데 시간 쏟은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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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믿음의 원리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참 멋진 청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