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로우라고 편안하라고
선원앞 언덕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아 엘리베이터!’ 하고 생각이 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쓱- 5층으로 오르니 보살님들이 한창 등표를 붙이고 있었다.
“진달래빛 하고 하늘빛이예요.”
봉사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묵은 등을 일일이 내리고 종이를 떼어내고 물로 씻고 새로 종이를 붙여서 만든 올해의 문수선원 한지등은 분홍색과 푸른색으로만 은은히 제자리에 새롭게 걸려있었다.
나중에 올라오신 큰스님께서 “등표 많이 붙였네?” 하시면서
“혜명화도 하나 달라고 했는데 있더나?”하고 물으셨다.
“매달 말하지 않아도 법공양 하는 사람들이 많아. 내가 일일이 명단을 적어서 등에 달라고 했지.” 하셨다.
*
'가피를 주시는 분이 헷갈리지 않도록' 친지의 주소는 틀리지 않게 조심조심 다 옮겨 쓰고, '본인은 그래도 좀 간단하게' 주소를 염화실이라고만 써서 올해의 등을 두 개 신청했었다.
기쁜 마음으로 다시 등들을 올려다 보면서 ‘어떤 사람들이길래 저렇게 주소도 없이 이름만 산뜻하게 적었을까’ 심플한 등표들이 부러웠다. 물론 그중에 ‘혜명화’도 있었다.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길래 배운대로 하는가’싶었다.
큰스님께서 ‘그 혜명화가 이 혜명화’라고 하실 때 그런 모든 상념들이 생각나서 ‘아아’하고 웃으며 얼버무렸다.
오늘 법문에는 십회향법문을 설법하는 금강당보살을 응원하기 위해서 십만불찰미진수 금강당 부처님이 가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십만불찰 미진수 모두가 똑같은 이름을 가진 부처님들이었다.
*
“오늘부터 열권 반이나 되는 장대한 법문이 시작된다.”
하고 큰스님께서 십회향품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하실 때
“스님 모시고 왔어요.”
하고 지혜월 보살님이 비구니 스님과 들어오셨다.
큰스님이 반가와 하시면서
“스님 아젠틴이라는 약 알아? 삼배는 그만하고...이거 하루에 세 번씩 빠지지 말고 먹어. 요즘 심하제? 내가 아주 고생을 하니까 스님 생각이 나더라고.” 하시면서 알레르기 비염에 잘듣는 약을 주셨다.
“다른 계절도 조금씩 있는데 이 때가 제일 심해”
*
지금 화엄전에는 늦게 핀 매화가 조금 남아 피어있고, 범어사 오르는 길에 벚꽃이 한창이라고 하셨다.
*
용학스님이 모처럼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일습을 챙겨오셨다.
“법회 때도 계속 찍겠습니다. 여기서 찍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연결하면 바로 나옵니다.”
“무장무애 법계야 온 우주가 무장무애라 하지.”
하고 큰스님이 웃으셨다.
*
담앤북스에서 새로 출간하신 다른 스님의 책도 챙겨와서 큰스님께 드리고, 벌써 두 번째로 제작된 화엄경 사경집 열 권도 가져오셔서 스님들 앞에서 홍보를 했다.
*
큰스님께 인사를 오신 스님이 기도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시간은 자꾸 가고...”라고 아쉬워하시자 큰스님은 “여기 공부하러만 잘 오면 되지.” 하셨다.
이윽고 상강례
법회의 시작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제25권이 이렇게 손에 들어왔다. 십회향품 중에 세 번째 권이다.
오늘도 서문을 읽고 점안 의식을 대신하겠다. 천천히 마음을 담아서 읽자.
서문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이 일체 그릇을 능히 보시하느니라. 이른바 황금 그릇에 여러 가지 보배를 가득 담고, 백은 그릇에 여러 가지 기묘한 보배를 가득 담고, 유리 그릇에 갖가지 보배를 가득 담고, 파려 그릇에 한량없는 보배장엄거리를 가득 담고, 자거 그릇에 붉은 진주를 가득 담았느니라."
"마노 그릇에 산호와 마니주 보배를 가득 담고, 백옥 그릇에 아름다운 음식을 가득 담고, 전단 그릇에 하늘의 의복을 가득 담고, 금강 그릇에 여러 가지 묘한 향을 가득 담고, 무량무수한 가지각색 보배 그릇에 무량무수한 가지각색 보배를 가득 담았느니라."
"이와 같은 일체 보배 그릇을 혹 부처님께 보시하나니, 부처님의 복밭이 부사의함을 믿는 연고입니다. 보살께 보시하나니, 선지식을 만나기 어려움을 아는 연고입니다. 거룩한 스님께 보시하나니, 부처님 법이 세상에 오래 머물게 하는 연고입니다. 성문과 벽지불에게 보시하나니, 모든 성인에게 청정한 신심을 내는 연고입니다."
"부모에게 보시하나니, 존중하는 연고입니다. 스승에게 보시하나니, 항상 인도하사 성인의 가르침을 의지하여 공덕을 닦게 하는 연고입니다. 하열(下劣)하고 빈궁하고 외로운 이에게 보시하나니, 대자대비한 눈으로 중생들을 평등하게 보는 연고며 과거 미래 현재의 모든 보살의 보시바라밀다를 만족케 하려는 연고입니다."
"여러 가지 물건으로 모든 사람에게 보시하되, 마침내 모든 중생들을 버리지 아니하는 연고입니다."
2015년 4월 1일
신라 화엄종찰 금정산 범어사
如天 無比
또 한 권 점안할 책이 있다. 지난 번에 범어사 강주 용학스님이 『화엄경 약찬게 요해』를 책으로 만들어서 도표와 함께 다 같이 나누기도 했고, 법공양실에는 아직도 도표를 많이 쌓아 놓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양하고 보급하고 있는데, 어느 절 할 것 없이 어떤 기도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늘 외우는 기도가 ‘화엄경 약찬게’다.
그런데 이번에 『화엄경 약찬게 요해』가 세 번째 개정판으로 나왔다.
약찬게로서는 거의 90퍼센트 이상의 완결판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개 ‘화엄학 개론’이라고 하는 것들이 더러 있다. 화엄학을 중심으로 개론서를 써서 ‘화엄학 개론’이라고 말하는데, 이에 반해서 『화엄경 약찬게 요해』는 ‘화엄경개론’이다.
화엄학과 화엄경은 약간 다른 길이다.
약찬게를 우리가 신앙적으로 상당히 열심히 읽는 것은 사실인데 그냥 읽어서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약찬게는 그야말로 화엄경을 간략하게 편찬한 것이다. 속에는 수많은 뜻을 감추고 있다. 그것을 이 요해집에서 낱낱이 드러내서 밝혀서 썼다.
이 책을 가지고 사찰에서 스님들이 법회 교재용으로 사용하면 아주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사찰에서 한 시간 법회를 한다고 하면 몇 구절만 가지고도 이것을 참고해서 설명하면 참 좋은 법회교재가 되리라고 본다.
약찬게는 모든 신도들이 다 잘 알고, 외우는 게송이다. 사람들이 익히 아는 것이니까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나도 『반야심경』이나 『천수경』이나 『예불문』을 초기에 해설서로 냈는데 아직도 상당히 인기가 좋다. 왜 그런가 알아봤더니 이것은 불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항상 기도하고 외우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다 알고 있는 것을 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분석해서 각 사찰에서 설법을 해 준다면 아주 좋은 교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스님들에게 꼭 당부를 드린다.
기본적으로 누구나 다 외우고 있는 이 약찬게이고, 우리가 화엄경을 공부하고 있지만 용학스님의 해설서가 좀 더 깊고 넓고 높게 화엄경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고 좋은 사다리가 될 것이다. 이미 스님들의 강원에서 강의를 한 교재이기도 한데 이렇게 또 새롭게 나왔으니 여러 스님들도 꼭 잘 활용하시기 바란다.
大方廣佛華嚴經 卷第二十三 中
十廻向品 第二十五之一
*
십회향품(十廻向品)
*
부처님이 도솔천궁에 올라갔고, 시방세계 보살들이 모여서 부처님을 찬탄하는 도솔궁중게찬품까지를 장황하게 설했다. 그것이 십회향품의 서론에 해당한다. 서론만인데도 그 양이 80권 화엄경중 한 권 반이나 된다.
얼마나 훌륭한 법문을 하려고 그렇게 긴 서문을 이야기 한 것인가?
십회향품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화엄경 권수로는 23권의 연속이고, 이제 품은 바뀌어서 제25품인 십회향품을 오늘부터 공부할 차례다. 품의 순서는 제25의 1,2,3,4 해서 25의 11까지 넘어간다.
십회향품은 그 양이 열 권 반이나 된다.
*
불교의 수많은 용어 가운데 ‘보리심’이라는 말이 참 중요하고 좋은 말이며 값진 말이다. ‘발보리심, 보리심을 발한다’고 할 때의 보리심이다. 대승불교에서는 보리심을 빼면 이야기가 안된다. 우리나라 불교, 일본 불교에서도 많이 거론하는 용어이기는 하지만 특히 티벳 불교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는 말이 보리심이다.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들어보면 보리심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대부분 보리심을 지혜와 자비의 마음이라고 해석한다. 자비심, 지혜심 두 가지를 합해서 보리심 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번역하다 보면 뜻이 약간 분산된다.
그래서 보리심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이타심(利他心)이다. 남을 이롭게 하자는 말이다. 보리심을 발하는 것도 선근회향, 회향을 하자는 데 뜻이 있다. 회향이 곧 남을 이롭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보리심은 이타심이다’라고 설명하면 그 의미가 묵직하고 명확하고 두드러진다. 이타(利他)는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이다. 보리심, 이 이타심을 가르치기 때문에 티벳스님들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통이 아니다.
중국이 티벳을 침공해서 병합을 했는데, 지금까지도 혈기 넘치는 젊은 스님들이 데모를 하고 분신을 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스님들이 감옥에 많이 들어가고, 감옥에 가서 구타와 온갖 고문을 많이 당한다. 그런 고문을 당하다 나온 스님에게 어떤 기자가 물었다. “그렇게 독립운동을 하다가 심한 고문을 당했는데 참기가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감옥에서 어려운 점이 어떤 점이었습니까?”
그러자 그 스님이 대답하기를 “내가 고문을 당해서 몸이 찢어지고 피가 나고 뼈가 부러지고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나를 이렇게 구타하는 그 사람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길까봐 제일 두려웠습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놀라운 이야기다. 상대가 나를 죽도록 구타하는데, 내가 찢어지고 아프고 피 흘리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를 구타하는 그 사람이 미워질까봐 제일 두려웠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꼭 기억하시기 바란다. 그런 것이 이타심이고 자비심이다.
티벳스님들은 그런 말을 누구나 다 할 줄 알고 그렇게 생각할 줄 안다.
대단하다. 티벳 불교는 ‘보리심’이라는 한마디로써 표현할 수가 있다.
여기 십회향품도 그런 마음이다.
*
내가 ‘불교에서 한마디만 선택하라 하면 선근회향(善根廻向)이다’ 라는 말도 거침없이 한다.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것이 선근회향이다. 자기가 가진 것이 설사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 하찮은 것이나마 베풀 줄 아는 마음이 선근회향이다.
그것이 불교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마음이고 부처님이 궁극적으로 가르치고자 했던 마음이다. 이제 보려는 십회향품이 상당한 긴 경문인데 이 경문을 보면서 우리가 회향에 대한 마음을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一, 金剛幢菩薩의 三昧
爾時에 金剛幢菩薩이 承佛神力하사 入菩薩智光三昧하시니
그때 금강당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보살지광(菩薩智光)삼매에 들었다.
*
금강당보살(金剛幢菩薩)의 삼매(三昧) : 금강당보살이 삼매에 들다
*
설주가 금강당 보살이다. 금강당보살의 삼매라
*
이시(爾時)에 : 그 때에
금강당보살(金剛幢菩薩)이 : 금강당보살이
승불신력(承佛神力)하사: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서
입보살지광삼매(入菩薩智光三昧)하시니 : 보살지광삼매에 들어갔다. 지광 삼매는 지혜로 빛나는 삼매다.
앞서 보리심을 ‘지혜와 자비’ 라고 했는데, 다른 말로 하면 ‘불심(佛心)’이라고도 말할 수가 있다. 지혜가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자비심이 나온다. 지혜가 있는 사람이 자기를 그렇게 죽도록 구타하는 사람도 미워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갈등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리심은 ‘부처의 마음’이다. 지혜로 빛나는 삼매야말로 한마디로 ‘불심’이다.
二, 加被
1, 金剛幢佛
入是三昧已에 十方各過十萬佛刹微塵數世界外하야 有十萬佛刹微塵數諸佛이 皆同一號호대 號金剛幢이라
이 삼매에 든 뒤에는 시방으로 각각 십만 세계의 티끌수 세계를 지나서 십만 세계의 티끌수 같은 부처님이 계시니, 명호는 다 같이 금강당불이다.
*
가피(加被): 부처님이 가피를 내리다
*
큰 법문을 설하기 위해서는 가피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음으로 부처님의 가피가 나온다.
*
금강당불(金剛幢佛): 미진수의 금강당 부처님이 계시다
*
입시삼매이(入是三昧已)에 : 금강당 보살이 이 삼매에 들어가고 나니
시방각과십만불찰미진수세계외(十方各過十萬佛刹微塵數世界外)하야 : 시방으로 각각 십만불찰미진수 세계 밖을 지나서
유십만불찰미진수제불(有十萬佛刹微塵數諸佛)이 : 십만불찰미진수 모든 부처님이 있었는데, 그 많고 많은 십만불찰미진수 부처님이 있었다.
개동일호(皆同一號)호대 : 그 분들의 이름이 한 가지로서 그 이름이
호금강당(號金剛幢)이라: 호가 금강당이다.
십회향품을 설하는 설주는 금강당보살이고 금강당 보살이 법을 잘 설할 수 있도록 뒤에서 가피해 주는 부처님은 금강당 부처님이다.
그것도 한 부처님이 아니라 십만불찰미진수 제불이다.
십만불찰미진수는 말하자면 이 지구 십만 개를 부셔서 작은 먼지를 냈을 때 그 작은 먼지 숫자와 같이 많고 많은 숫자다.
그렇게 많은 십만불찰 미진수 제불이 모두 한 이름인 금강당 부처님이다.
이것은 온 우주 법계의 먼지 하나에 이르기까지 두두물물 산천초목 모두가 다 금강당 보살을 위해서 가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강당 보살이 십회향품을 설하기 위해서 온 우주가 다 동원이 되었고, 이 십회향 법문은 온 우주가 다 명령을 내린 법문이라는 뜻이다.
온 우주가 다 동원이 됐고 온 우주가 다 같이 명령을 내린 가르침인 십회향품을 설하는 금강당 보살을 금강당부처님들이 찬탄한다.
2, 金剛幢菩薩 讚嘆
而現其前하사 咸稱讚言하사대 善哉善哉라 善男子야 乃能入此菩薩智光三昧로다 善男子여 此是十方各十萬佛刹微塵數諸佛神力으로 共加於汝며 亦是毘盧遮那如來의 往昔願力과 威神之力이며 及由汝智慧淸淨故며 諸菩薩善根增勝故로 令汝入是三昧하야 而演說法이니
미진수(微塵數)의 금강당 부처님이 모두 그 앞에 나타나서 함께 칭찬하였다.
"잘하는 일이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이 보살지광삼매에 들었도다.
선남자여, 이것은 시방으로 각각 십만 세계의 티끌수 부처님들이 신력으로 그대에게 가피하려는 것이며, 또한 비로자나 여래의 지난 옛 서원의 힘과 위신의 힘이며, 또 그대의 지혜가 청정한 연고며, 모든 보살의 선근이 더욱 수승한 연고로 그대로 하여금 이 삼매에 들어서 법을 연설케 하려는 것이니라."
*
금강당보살(金剛幢菩薩) 찬탄(讚嘆): 금강당 보살을 찬탄하다
*
이 과목은 ‘금강당 보살을 찬탄하다’ 라고 되어야 한다.
금강당 부처님이 금강당 보살을 찬탄하는 내용이다.
*
이현기전(而現其前)하사 : 금강당 부처님이 금강당 보살 앞에 나타나서
함칭찬언(咸稱讚言)하사대 : 다 같이 칭찬하되. 왜 다같이 라는 말이 나왔는가 하면 금강당 부처님은 한 분이 아니라 십만불찰미진수제불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 나타났다. 온 우주가 다 동원이 되어서, 저 먼지에서부터 우리 몸에 있는 온갖 백조 세포에 이르기까지 일체가 다 동원이 되어서 다 같이 금강당보살을 칭찬하는 것이다.
*
선재선재(善哉善哉)라 : 훌륭하고 훌륭하여라
선남자(善男子)야 : 선남자야
내능입차보살지광삼매(乃能入此菩薩智光三昧)로다 :이에 능히 이 보살지광삼매, 지혜로 빛나는 삼매에 들어갔구나
선남자(善男子)여 : 선남자여
차시방각십만불찰미진수제불신력(此是十方各十萬佛刹微塵數諸佛神力)으로 : 이 시방으로 각각 십만불찰미진수 제불 신력으로
공가어여(共加於汝)며: 다 같이 그대에게 가피를 내리노니
*
역시비로자나여래(亦是毘盧遮那如來)의 : 또한 비로자나 여래의
왕석원력(往昔願力)과 :지난날 오랜 세월 이전부터 세웠던 원력과
위신지력(威神之力)이며 :위신의 힘이다. 비로자나 여래는 우리의 참마음자리다.
‘비로자나품’에서 우리가 생각해 봤듯이 이 우주의 시간과 동등한 멀고 먼 세계 이전부터 있었던 우리의 근본 마음자리가 곧 비로자나여래다. 그 비로자나 여래의 원력과 위신의 힘과 또 그뿐만이 아니다.
*
급유여지혜청정고(及由汝智慧淸淨故)며: 그리고 그대의 지혜가 아주 훌륭하고 뛰어나기 때문이다. 혼자 힘만 가지고는 안되고 부처님의 힘만 가지고도 안된다. 부처님의 힘과 또 거기에 내 힘이 서로 응하고 잘 맞아 떨어져야 큰 불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천수경 진언에도 ‘오방내외안위제신(五方內外安慰諸神)’이 있다. 오방내외 있는 모든 신들을 안위시키는 진언이다.
예를 들어서 사찰 앞에 길을 하나 내거나 건물을 하나 짓는다 하더라도 이웃에서 반대해서 들고 일어나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에 국회의원 빽이 있고, 대통령 빽이 있다고 해도 평소에 늘 본척만척 했던 가장 급수가 낮은 파출소 순경이나, 마지막으로 동사무소 서기가 도장을 안찍으면 일이 안되는 것이고 안돌아 가는 것이다. 이런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다.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이다 보니 지금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사찰에서 오방내외제신은 가장 가까운 부목, 공양주, 대중, 부전에서 부터 동네 사람들 모두를 말한다. 스님들 중에 불사해본 분들은 알 것이다. 윗자리까지는 다 해결해놨는데 밑에 와서 안돌아가는 일이 많다. 구청의 윗자리까지는 다 교섭이 됐는데 밑에 마지막으로 결제하는 사람이 안된다고 하면 일이 안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다 오방내외에 있는 모든 제신들에 해당된다.
그들을 잘 안위시켜야 된다. 천수경 풀이에 내가 그 설명을 해놓았다. 이런 이치가 다 우주의 원리다. 그런 것과 아울러서 본인의 지혜가 훌륭해야 된다. 십회향품을 설하는데 본인 지혜가 없어서는 안된다. 부처님이 아무리 가피를 내린다 하더라도 설하는 이의 지혜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제보살선근증승고(諸菩薩善根增勝故)로 : 모든 보살이 선근이 증승한 연고로, 뿐만 아니라 주위에 모든 보살들이 전부 지은 복이 많아야 된다. 선근이 많다는 것이 복을 많이 지어놓는 것을 말한다. 복은 짓지 않고 법만 가지고 따지고 눈 앞에 있는 일만 해결하려고 하면 절대 돌아갈 일이 아니다.
복을 많이 지어놓은 사람은 저절로 일이 잘 돌아간다.
무슨 불사를 하려면 사전에 10년 전부터 복을 지어놔야 된다. 10년 전부터 주변에 복을 넉넉히 지어놓으면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잘 돌아간다.
내가 이 시대에 가장 존경하는 스님이 대만의 성엄스님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대만 법고산사에서 발행한 『108자재어』를 쓴 스님이다. 그 글 뜻이 워낙 좋아서 내가 많이 보급을 하기도 했고, 지난 번에는 성엄스님의 자서전인 『눈 속의 발자국』 이라는 책도 스님들에게 공양했었다. 여러분들이 읽어보셨을 것이다. 그 성엄스님은 아주 생 땅에다가 그렇게 큰 사찰을 불사할 수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서 미리 주변에 많은 은혜를 베풀었다.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재난이 벌어지면 스님들이 가서 직접 재난구호를 하는 일들을 많이 했다.
그렇게 여러 해를 지나고 나서 불사를 하니까 이제는 서로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다. 구청에서도 와서 도와주려고 하고 시청에서 와서 도와주려고 하고 동에서 와서 도와주려고 한다. 이쪽에서 부탁하기도 전에 ‘무슨 어려움이 없느냐?’고 ‘불사하는데 법에 저촉되고 어려움이 없느냐’ 고 자기들이 먼저 와서 이야기 하더라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 불사는 그렇게 되어야, 순조롭게 제대로 되는 불사다.
그런 것이 원만한 불사다. 온갖 빽을 쓰고 일일이 거부당하고 해서는 힘들어서 못한다. 모든 보살들의 선근이 증승하는 연고로
영여입시삼매(令汝入是三昧)하야 : 그대로 하여금 이 삼매 이 보살 지광삼매에 들도록 했다.
이연설법(而演說法)이니 : 그리고 법을 연설하게 했다. 십회향 법문을 연설하게 했다.
3, 加被의 因由
(1) 加被의 所成
爲令諸菩薩로 得淸淨無畏故며 具無碍辯才故며 入無碍智地故며 住一切智大心故며 成就無盡善根故며 滿足無碍白法故며 入於普門法界故며 現一切佛神力故며 前際念智不斷故며 得一切佛護持諸根故며
“보살들로 하여금 청정하고 두려움 없음을 얻게 하려는 연고며, 걸림없는 변재를 갖추게 하려는 연고며, 걸림없는 지혜의 자리에 들어가게 하려는 연고며, 온갖 지혜라는 큰 마음에 머물게 하려는 연고며, 다함없는 선근을 성취하려는 연고며, 걸림없는 선한 법을 만족케 하려는 연고며, 넓은 문인 법계에 들게 하려는 연고며, 모든 부처님의 신력을 나타내는 연고며, 지난 시절을 생각하는 지혜가 끊이지 않게 하려는 연고며, 모든 부처님께서 여러 근(根)을 보호하심을 얻으려는 연고이니라."
*
가피(加被)의 인유(因由): 가피하는 까닭을 밝히다
*
가피(加被)의 소성(所成) : 이룰 것을 밝히다.
*
가피를 하는 까닭과 가피의 이루어진 바를 말한다.
*
위령제보살(爲令諸菩薩)로 : 모든 보살로 하여금
득청정무외고(得淸淨無畏故)며 : 청정무애를 얻는 연고다. 아주 훌륭한 두려움 없는 경계 청정무외함을 얻는 연고며
구무애변재고(具無碍辯才故)며 : 무애변재를 갖춘 연고다. 십회향품을 설하려면 무애변재가 있어야 된다. 무애변재를 갖춘 연고며
입무애지지고(入無碍智地故)며 : 무애지지에 들어간 연고다. 걸림 없는 지혜의 땅에 들어간 연고다. 지혜가 딸려서는 될 일이 아니다. 걸림 없는 지혜에 들어가야 된다.
*
주일체지대심고(住一切智大心故)며 : 일체 지혜의 큰마음에 머물고
성취무진선근고(成就無盡善根故)며 : 다함이 없는 선근을 성취해야 된다. 선근 공덕을 아주 조금 지어서는 안된다. 선근을 다함이 없도록 아주 넉넉하게 지어 놔야 된다. 무진선근을 성취한 연고며
만족무애백법고(滿足無碍白法故)며: 걸림없는 백법을 만족한 연고다. 백법이라고 하는 것은 백정법(白淨法)이라고도 하고 그냥 백법이라고도 하는데, 청정한 법을 말한다. 가장 훌륭한 법이며 최상의 법이다.
입어보문법계고(入於普門法界故)며 : 보문 법계에 들어간 연고다. 어디 안통하는 데가 있어서는 안된다. 안통하는 데가 없는 것이 보문법계다. 어느 구석이든지 어느 법이든지 다 통달해 있어야 된다.
*
현일체불신력고(現一切佛神力故)며: 일체 부처님의 신력을 나타낸 연고며. 때로는 부처님의 위신력도 나타내야 한다.
전제염지부단고(前際念智不斷故)며 : 과거를 기억하는 지혜가 끊어지지 않고 죽 계속되어야 한다. 전제염지라고 하는 것은 과거를 기억하는 지혜다.
득일체불호지제근고(得一切佛護持諸根故)며 : 모든 부처님이, 모든 감각기관들, 제근을 잘 보호함을 얻어야 된다. 부처님이 금강당보살에 대해서 모든 감각기관을 전부 지켜서 보호해 줘야 이 십회향 법문이 비로소 이루어질 수가 있다.
(2) 加被의 所作
以無量門으로 廣說衆法故며 聞悉解了하야 受持不忘故며 攝諸菩薩一切善根故며 成辨出世助道故며 不斷一切智智故며 開發大願故며 解釋實義故며 了知法界故며 令諸菩薩로 皆悉歡喜故며 修一切佛平等善根故며 護持一切如來種性故니 所謂演說諸菩薩十廻向이니라
“한량없는 문으로 여러 가지 법을 연설케 하려는 연고며, 듣고는 다 알아서 받아 가지고 잊지 않게 하려는 연고며, 보살들의 모든 선근을 거두어 들이려는 연고며, 세상을 뛰어나는 도를 이루게 하려는 연고며, 온갖 지혜를 끊기지 않게 하려는 연고며, 큰 서원을 개발하려는 연고며, 진실한 이치를 해석하려는 연고며, 법계를 깨달아 알려는 연고며, 모든 보살로 하여금 모두 환희하게 하려는 연고며, 모든 부처님의 평등한 선근을 닦게 하려는 연고며,
일체 여래의 종성(種性)을 두호(斗護)하려는 연고이니, 이른바 보살의 열 가지 회향을 연설하려는 것이니라."
*
가피(加被)의 소작(所作): 지을 것을 밝히다
*
이무량문(以無量門)으로 : 한량없는 문으로써
광설중법고(廣說衆法故)며 : 여러가지 법을 널리 설하는 연고며
문실해료(聞悉解了)하야 : 중법을 설하는데, 여러 가지 법을 듣고는 다 한다. 다 깨달아 알아야 된다.
수지불망고(受持不忘故)며 : 잘 지키고 가져서 잊어버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들으면 잊어버리기가 바쁘다. 그래서 스님들이나 혹 신도님들이 ‘법문도 많이 듣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 도대체 자꾸 까먹어서 안된다’‘까먹어서 공부할 신심이 안난다’는 호소를 많이 한다. 사실 잘 잊어버리기로 하면 내가 아마 제일 잘 잊어버릴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자주하는 법문이 <콩나물 법문>이다. 콩나물을 키울 때는 얼기설기한 그릇에다가 콩을 담아놓고서 물을 준다. 물은 줘도 줘도 다 빠져내려가 버린다. 아침에 주고 낮에 또 줘도 싹 빠져 나간다. 저녁에 또 한 번 줘도 다 빠져나간다. 그 이튿날 줘도 물이 다 빠져 나간다. 매일 물을 주는데도 물은 콩에 고인 곳도 없이 다 빠져내려가 버린다. 그런데 어느새 이틀 지나고 삼일이 지나면 콩에 움이 트기 시작하고 4일 5일 되면 훌쩍 자라서 일주일쯤 되면 먹을 만치 자란다.
신기하다. 물은 하나도 잠겨있지 않고 다 빠져나가도 콩나물은 잘 자란다.
그와 같이 우리가 이 화엄경을 읽고 듣고 보고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하나도 남아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지금 현재 우리 인식작용으로 알아보니 그런 것이다.
사실은 남아있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남아있다.
콩나물이 자라듯이 우리의 심성도 무럭무럭 이 훌륭한 법에 의해서 화엄경 공부와 더불어 나도 모르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콩나물이 아무리 들여다봐도 자라는 것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안보이는 사이에 무럭무럭 자란다. 그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것이 제8아뢰야식에 다 저장되어 있다.
수지불망고다. 그것을 믿어야 된다. 내가 이걸 가져서 잊어버리지 않고 지니고 있다가 언젠가 어디에 선가 어떤 인연에 봉착했을 때 그것이 탁 튀어나올 수가 있다.
다 살아나오는 것이다.
섭제보살일체선근고(攝諸菩薩一切善根故)며 : 모든 보살의 모든 선근을 전부 다 섭수한 연고다. 다 지니고 있다.
*
성판출세조도고(成辨出世助道故)며 : 세상을 벗어나는 도를 돕는 법을 다 마련한 연고다. 성판은 마련했다는 말이다. 출세조도는 세상을 벗어나는 조도법이다.
부단일체지지고(不斷一切智智故)며 : 일체 지혜의 지혜를 끊지 않은 연고다. 지혜 중에서는 지지(智智)를 제일로 친다. 일체 지혜의 지혜, 평등한 이치를 알고 차별한 이치를 다 꿰뚫어 아는 것이 지지다. 그런 지혜를 끊지 않는 연고다.
우리 보통 세속적인 관점으로는 차별만을 안다. 사람이 차별한 것만 알고 서로 다른 것만 알지 평등한 이치가 그 안에 어마어마하게 도사리고 있는 데도 그 평등한 것은 잘 모른다.
그러나 차별 없는 참사람이 우리의 본마음이다. 우리는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차별만을 안다. 일체지지라고 하는 것은 그런 평등한 입장과 차별하는 입장을 다 잘 아는 지혜다.
개발대원고(開發大願故)며 : 큰 서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큰 서원. 큰 서원을 발하는 내용들이 뒤에 많이 나온다.
해석실의고(解釋實義故)며 : 진실한 이치를 실다운 이치를 해석한다. 실다운 이치를 해석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으로 자기가 아는 내용만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실다운 뜻, 실다운 이치를 해석할 줄 아는 것이 다. 경을 강설하든지 법을 설하든지 한사람을 앉혀놓고 불법을 이야기 한다 하더라도 실의를 해석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
*
요지법계고(了知法界故)며 : 법계를 진리의 세계를 요지하는 연고며
영제보살(令諸菩薩)로 : 모든 보살로 하여금
개실환희고(皆悉歡喜故)며 : 다 모두 환희하게 하는 연고며
수일체불평등선근고(修一切佛平等善根故)며 : 일체 부처님과 평등한 선근을 닦는 연고다.
보살, 또는 수행자가 어디까지 선근을 닦아야 되는가? 부처님하고 평등하게 부처님과 똑같은 선근을 닦아야 한다. 이것은 얼마나 대단한 욕심인가?
그러나 우리도 궁극에는 그래야 된다. 부처님이 아무리 선근을 많이 닦은 분이라 하더라도 나또한 그 정도의 선근을 닦고 말리라 하는 마음을 가져야 된다.
호지일체여래종성고(護持一切如來種性故)니 : 일체 여래종성을 호지하는 연고다.
우리 발원문에 ‘삼보를 잇사올제’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을 몰라서 ‘뵙사올제’라고 고쳐놓으니까 뒷사람들이 보고 전부 ‘삼보를 뵙사올제’라고 발원문을 엉터리로 읽고 있다.
삼보를 잇는다는 것은 삼보의 종성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치문(緇門) 원문에는 ‘소륭삼보(紹隆三寶) 삼보를 이어간다’라고 되어 있다. 삼보의 종자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여러분들 법당에 있는 발원문에 ‘삼보를 뵙사올제’라고 되어 있는 것이 있는지 꼭 찾아보고 ‘잇사올제’로 바로잡아 놓기를 바란다. 소륭은 잇는다는 말이다.
여래의 종송을 호지하는 연고니
소위연설제보살십회향(所謂演說諸菩薩十廻向)이니라 : 소위 그래서 뭘 하자고 하는 것인가? 보살의 십회향 법문을 연설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열 가지의 까닭을 이야기 하는 것을 최종결론으로 종합해서 말하자면 모든 보살의 십회향을 연설하는 일이다.
4, 加被의 相
(1) 語加
佛子야 汝當承佛威神之力하야 而演此法이니 得佛護念故며 安住佛家故며 增益出世功德故며 得陀羅尼光明故며 入無障碍佛法故며 大光普照法界故며 集無過失淨法故며 住廣大智境界故며 得無障碍法光故니라
“불자여, 그대는 마땅히 부처님 위신의 힘을 받들어 이 법을 연설할 것이니, 부처님의 호념을 얻은 연고며, 부처의 가문에 편안히 머문 연고며, 출세간의 공덕을 더하는 연고며, 다라니의 광명을 얻은 연고며, 장애 없는 불법(佛法)에 들어간 연고며, 큰 광명으로 법계를 널리 비추는 연고며, 허물없는 깨끗한 법을 모은 연고며, 광대한 지혜의 경계에 머문 연고며,장애 없는 법의 광명을 얻은 연고니라.”
*
가피(加被)의 상(相): 가피의 상을 보이다
*
가피의 상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처음에는 어가, 의가, 신가 그렇게 세 가지 신구의 삼업(身口意三業)을 낱낱이 나눠서 가피하는 내용이다.
*
어가(語加): 말의 가피를 밝히다
*
불자(佛子)야 : 불자야
여당승불위신지력(汝當承佛威神之力)하야: 그대는 마땅히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서
이연차법(而演此法)이니 : 이 법을 연설할지니. 여기까지는 아직 금강당 부처님이 금강당 보살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다. 이 법을 연설할지니, 왜 연설하는가?
*
득불호념고(得佛護念故)며 : 불호념을 얻는 연고며. 부처님이 보호해서 항상 생각해 주는 것을 얻는 연고며
안주불가고(安住佛家故)며 : 불가에 안주하는 연고다. 불가 얼마나 좋은 말인가. 우리 모두 불가에 산다. 불가에 안주하는 연고며
증익출세공덕고(增益出世功德故)며 : 세상을 벗어나는 출세간의 공덕을 더욱 더 더하게 하는 연고며
득다라니광명고(得陀羅尼光明故)며 : 다라니 광명을 얻는 연고다. 총지광명이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연고다.
*
입무장애불법고(入無障碍佛法故)며 : 장애 없는 불법에 들어가는 연고며
대광보조법계고(大光普照法界故)며 : 큰 광명이 법계를 널리 비춘다. 지혜의 광명이 온 우주 법계를 또는 진리의 세계를 두루두루 다 빠짐없이 비추는 연고며
집무과실정법고(集無過失淨法故)며: 과실이 없는 청정한 법을 모으는 연고며
주광대지경계고(住廣大智境界故)며 : 광대한 지혜의 경계에 머무는 연고며
득무장애법광고(得無障碍法光故)니라 : 장애없는 법의 광명을 얻는 연고니라. 여기까지가 말로 하는 가피다.
(2) 意加
爾時에 諸佛이 卽與金剛幢菩薩無量智慧하시며 與無留碍辯하시며 與分別句義善方便하시며 與無碍法光明하시며 與如來平等身하시며 與無量差別淨音聲하시며 與菩薩不思議善觀察三昧하시며 與不可沮壞一切善根廻向智하시며 與觀察一切法成就巧方便하시며 與一切處說一切法無斷辯하시니 何以故오 入此三昧善根力故니라
이때 여러 부처님이 금강당보살에게 한량없는 지혜를 주고, 걸림없는 변재를 주고, 글귀와 뜻을 분별하는 좋은 방편을 주고, 걸림없는 법의 광명을 주고, 여래의 평등한 몸을 주고, 한량없이 차별하고 깨끗한 음성을 주고, 보살의 부사의하게 잘 관찰하는 삼매를 주고, 파괴할 수 없는 모든 선근으로 회향하는 지혜를 주고, 모든 법을 관찰하여 성취하는 공교한 방편을 주고, 모든 곳에서 온갖 법을 연설하는 끊임없는 변재를 주었으니, 그것은 이 삼매에 들어간 선근이기 때문이다.
*
의가(意加) : 뜻의 가피를 보이다
*
속으로 생각해서 주는 가피라는 뜻이다.
*
이시(爾時)에: 그 때에
제불(諸佛)이 : 여러 부처님이
즉여금강당보살무량지혜(卽與金剛幢菩薩無量智慧)하시며 : 곧 주었다. 주었다는 ‘즉여’라는 말이 앞으로 계속 나온다. 금강당 보살에게 한량없는 지혜를 주시며
여무유애변(與無留碍辯)하시며: 유애가 없는 변재를 준다. 여러가지 변재가 있는데 한 가지만 주어서 어느 쪽은 이야기를 잘하는데 어느 것은 막히고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유애가 없는 변재. 무엇이든지 머물거나 걸림이 없는 변재를 준다. 그래야 십회향 법문을 잘 펼칠 수 있다. 뒤에 육회향에 들어가면 62조인가 하는 보시를 이야기를 하는데 끝도 없이 보시가 펼쳐진다. 그런 것들이 다 무유애변재다.
여분별구의선방편(與分別句義善方便)하시며 : 구의를 분별하는 좋은 방편을 준다.
화엄경에는 참 많고 많은 명구들이 많다. 그런 것의 속뜻을 잘 후벼 파고 천착하고 분석하고 우리 현실과 연관시켜 가면서 설명하는 것이 분별구다. 그런 좋은 방편을 주시며
*
여무애법광명(與無碍法光明)하시며 : 걸림없는 법의 광명을 주시며
여여래평등신(與如來平等身)하시며 : 여래와 평등한 몸을 주시며
여무량차별정음성(與無量差別淨音聲)하시며 : 한량없는 차별 청정한 음성을 주신다.
내가 이 구절을 보면서 부처님의 좋은 말씀은 정말 여러 나라 말로 변역이 되거나 해서 전해져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한량없는 차별 청정한 음성을 준다. 어떤 나라 말을 하는 사람에게든지 다 대화가 되는 음성 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옛날에는 외국과 별로 거래가 없었지만, 요즘은 뻔질나게 외국 여행을 가는데 외국 여행을 가다보면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외국어다. 그래서 여행할 때는 ‘돌아가면 반드시 외국어는 할 거다’ 해놓고 한국 공항에 내리면 그때부터는 잊어버린다.
불법을 널리 전하는 데는 ‘무량차별음성’ 같은 것이 참 중요하다.
성엄스님 이야기를 앞에서 했는데 성엄스님의 평생 ‘수행의 사리’라고 내가 말하는 것이 『108자재어』다. 이 책을 법고산사에서는 20개 국어로 번역을 했다. 그렇게 번역한 책을 쌓아놓고 그나라 언어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오면 그나라 언어로 된 책을 준다.
한국 사람이 가니까 한국어로 된 책을 주고 일본 사람이 가면 일본어로 된 책을 주고 영어권에 있는 사람이 가면 영어로 된 책을 주고, 불어 독어 스페인어는 말할 것도 없다.
법고산사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108자재어가 20개 국어 번역된 것이 다 떠 있다. 내가 그것을 보고 알지 어떻게 알겠는가.
아무튼 그런 정도로 적극적으로 법을 편다.
법고산사에 있는 스님들이 그 20여국 나라 말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든지 그나라 말을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108자재어』를 전부 번역을 해서 책을 출판하고 쌓아놓고 준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법을 전하는 것이다.
*
법을 전하는데 아주 절박한 심정으로 전한다고 할 때 내가 자주 드는 예가 있다.
어떤 죄인이 사형선고를 받고 내일은 사형 집행을 할 판이다. 살려면 오늘 저녁에 도망가는 수밖에 없는데 도망갈 길이 없다. 마침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까 화장실 똥통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었다. 그 죄인은 살기 위해서 화장실 밑으로 수십 미터를 헤엄쳐서 도망을 갔다. 부처님이 법을 전하는데 있어서도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법을 편다.
또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항해를 하다가 폭풍을 만나서 파선이 됐다. 판자조각 하나를 겨우 의지해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잃어버리고 뭔가 하나 의지할 것이 있어서 타고 보니 같이 배를 탔던 친구의 시체다.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의 시체를 타고라도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그 시체를 타고 헤엄쳐서라도 뭍으로 살아나오는 그와 같은 심정으로 부처님은 법을 전한다.
그와 같은 심정으로 법을 편다. 불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포교니 전법활동을 그런 절박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절에서 20개 국어 하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전부 품값을 다 들이면서 번역을 하고 책을 쓰고 다 무상으로 보시를 하는 것이다. 정말 이런 것을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일이다. ‘무량차별한 청정한 음성을 준다’ 라는 구절에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
*
여보살불사의선관찰삼매(與菩薩不思議善觀察三昧)하시며 : 보살의 불가사의한 불가사의 하게 잘 관찰하는 삼매를 주시며
여불가저괴일체선근회향지(與不可沮壞一切善根廻向智)하시며: 또 불가저괴하는 일체 선근으로 회향하는 지혜를 주시며, 무너뜨릴 수 없는 일체 선근이다. 선을 조금만 지어놓으면 금방 무너지고 없어지는데 선근을 워낙 견고하고 확실하게 잘 지어 놓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여관찰일체법성취교방편(與觀察一切法成就巧方便)하시며 : 일체법을 관찰해서 아주 뛰어난 방편, 교방편은 뛰어난 방편을 성취하는 것을 주며
여일체처설일체법무단변(與一切處說一切法無斷辯)하시니 : 일체처에서 일체법을 설하는데 끊어짐이 없는 변재를 주며, 끊어짐이 없는 변재를 주시니
*
하이고(何以故)오 : 왜냐
입차삼매선근력고(入此三昧善根力故)니라: 이 삼매에 들어간 선근의 힘인 까닭이니라.
이 삼매에 들어간 선근의 힘이다.
오늘 용학강주스님이 약찬게 해설을 다시 개정해서 우리에게 공양을 올렸다.
나 역시 책을 많이 내는 편인데 나라고 해서 특별히 글을 쓰는 창작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책만 무작정 읽었다. 글쓰는 방법에 대한 책도 있는 대로 다 사다가 혼자 읽고서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부터 실천했다.
예를 들어서 화엄경을 공부하다가 ‘아 참 좋은 구절이다’ 싶은 내용들을 만나면 그런 명구를 하나 하나 적고 그것을 모아서 자기 나름대로 자기가 받은 감동들을 메모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해서 명구집을 네 권이나 냈다.
예를 들어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면 일체유심조를 자기 나름대로 느낀 바, 깨달은 바대로 설명하는 것이다. 또 덧붙이고 싶으면 덧붙이면서 경전을 해설하는 훈련을 자꾸 쌓아야 된다. 그런 일들을 전부 한 구절부터 하는 것이다.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主而生其心)이라고 하는 한 구절에도 이야기 거리가 있다. 육조스님의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육조스님의 일화도 적고, 자기가 알고 있는 대로 갖다 붙이기도 하고 자꾸 정리하는 방법, 습관을 들여야 된다. 정리하는 습관을 자꾸 들이면 어느새 책이 한 권이 되고 두 권이 된다. 별 것 아니다.
불사를 잘하는 스님들은 뚝딱하면 법당 한 채를 짓고 집 한 채를 짓고 절 하나를 짓는다. 그래서 전국에 절이 몇 개나 된다.
옛날에 만공스님이 뚝딱하면 집 한 채를 짓고 뚝딱하면 집한 채 짓는다고 했다.
요즘도 그런 스님들이 있다. 불사에 문리가 나면 그렇고, 또 책 쓰는데 문리난 사람들은 뚝딱하면 책 한 권이다. 이것을 안해 보면 상당히 생소하고 힘든 일 같은데 한 구절만 설명해나가다 보면 그 다음에 두 구절이 되고 두 구절이 세 구절이 되고 세 구절이 네 구절이 되고 그렇게 해서 책 한 권이 되는 것이다.
일단 책을 한 권 내면 두 권이 되고 얼마든지 더 많은 책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 있는 스님들이 모두 그런 일들을 해야 한다. 자기가 감동 받은 좋은 법문의 말씀, 경전의 말씀을 모아서 크게 소문나게는 안한다 하더라도 최소한도 자기사찰에서만이라도 그것을 가지고 강의를 하고 또 보급을 해서 법을 나누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 된다. 참 중요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금강당 부처님께서 금강당 보살에게 일러주는 말씀이다.
(3) 身加
爾時에 諸佛이 各以右手로 摩金剛幢菩薩頂하신대
그때 여러 부처님들은 각각 오른손으로 금강당보살의 정수리를 만지시었다.
*
신가(身加): 몸의 가피를 보이다
*
이시(爾時)에: 그 때에
제불(諸佛)이 : 모든 부처님이
각이우수(各以右手)로 : 각각 오른 손으로. 왜 모든 부처님이냐? 십만불찰 미진수세계와 같은 모든 부처님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십만 불찰 미진수 세계와 같은 그 숫자의 모든 부처님이 각각 오른손으로
마금강당보살정(摩金剛幢菩薩頂)하신대: 금강당 보살의 이마를 어루만지시니라. 이것이 신가다. 인정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어린아이를 보면 머리를 쓰다듬듯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
첫댓글 善根廻向...고맙습니다 _()()()_
고맙습니다._()()()_
_()()()_
온 우주가 무장무애라....
혜명화 님!! 수고 하셨습니다.._()()()_
()()()
고맙습니다_()()()_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