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클리스터스, 왕관 재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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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제이다와 함께 US오픈 우승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클리스터스. 아래는 생애 첫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준우승을 거둔 보즈니아키, 두 선수의 결승전 플레이 모습, 그리고 남편 브라이언 린치와 감격의 키스를 하고 있는 클리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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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클리스터스(벨기에)가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뉴욕의 밤을 지배했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20분경에 아사애시스타디움에서 시작된 2009년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클리스터스가 캐롤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를 7-5 6-3으로 꺾고 자신의 두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컵에 입맞췄다.
와일드카드로는 최초로 US오픈 결승에 오른 클리스터스는 2005년 자신의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거머쥔 뒤 4년 만에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아주 성공적인 복귀를 달성했다. 그랜드슬램 출전은 2007년 호주오픈(4강 진출)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2003년 세계랭킹 1위도 접수했던 클리스터스는 2007년에 미국 농구선수 출신인 브라이언 린치와 결혼해 그해 5월까지 선수로 뛰다 은퇴를 선언했고 2008년 2월에 딸 제이다를 낳았다.
2001년 프랑스오픈에서 처음 그랜드슬램 결승에 진출했고 2년 뒤 프랑스오픈과 US오픈 준우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2004년 부상 때문에 유일하게 출전했던 호주오픈서 다시 준우승, 그리고 2005년 US오픈에서 드디어 첫 우승을 손에 넣었다.
이듬해 호주부터 윔블던까지 연속 4강에서 쓴맛을 봤고 부상 때문에 US오픈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뉴욕에서 생애 두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들어올린 것이다.
클리스터스는 시상식에서 "엄마가 돼서 그랜드슬램 우승을 거둔 게 내게 무엇보다 큰 의미이다. 또 4년 전 우승했던 자리라 긴장감이 덜 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떨렸다"며 "캐롤라인은 너무나 대단한 선수이며 최고 정상에 설 자격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덧붙여 "딸 제이다도 뉴욕을 좋아한다"며 "운동과 가정 일을 동시에 하기는 좀 힘들지만 동시에 가족이 복귀하는 데 있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가족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또한 덴마크인으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 결승에 오른 보즈니아키는 "5년 전 홍콩에서 킴과 연습한 적이 있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와 그랜드슬램 결승전을 치러 너무 영광이다"라고 전했다. 또 준우승 소감을 덴마크어로 크게 말하는 당돌함까지 선보였다.
9번시드로 출전한 보즈니아키는 1990년생 어린 나이이지만 현재 6개의 투어 타이틀을 기록 중이며 이번 그랜드슬램 첫 결승 진출로 최고랭킹을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은퇴했다가 돌아온 클리스터스의 우승과 더불어 십대 돌풍의 주역인 보즈니아키 역시 춘추전국시대인 현 세계여자테니스의 현실적인 답안이 될 수 있겠다.
결승전 상보 클리스터스의 서브로 시작된 1세트, 내리 2게임을 챙기며 앞서간 이는 클리스터스였으나 보즈니아키 역시 브레이크를 두 번 성공하며 3게임을 만회했다.
그리고 여섯 번째 게임에서는 브레이크 위기를 3번 넘기고 게임을 지켜내 4-2를 만들었다. 두 선수 모두 에러가 없고 코트 커버력이 좋기로 유명한 만큼 듀스 접전이 계속 펼쳐졌다.
서로 지켜내며 4-3 0:30 상황, 베이스라인과 네트를 오가며 27번의 랠리를 펼친 끝에 클리스터스의 백핸드가 네트에 박히며 15:30. 그리고 15:40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보즈니아키의 더블폴트로 4-4가 되었다.
허나 보즈니아키는 상대 서비스게임 0:40에서 듀스까지 따라붙었고 클리스터스의 연속 백핸드 범실로 어드밴티지를 얻었다. 마침내 보즈니아키가 신들린 로브로 게임 뺏어오기를 성공시켜 5-4.
클리스터스가 다시 브레이크를 해내 승부는 5-5가 되었다. 초반부터 두 여인의 숨 막히는 대결이 뉴욕은 물론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관중석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클리스터스의 딸 제이다가 엄마에게 보이지 않는 힘을 실어주고 있었고, 덴마크에서 건너온 보즈니아키의 가족들 역시 어린 소녀의 신화를 기원하고 있다.
클리스터스가 게임을 지킨 데 이어 세트포인트를 먼저 맞았다. 그리고 클리스터스가 포핸드로 보낸 공을 보즈니아키가 네트를 넘기지 못하면서 1세트를 56분 만에 7-5로 선취해냈다.
2세트 서로 지켜 2-2. 클리스터스가 게임을 지켜낸 데 이어 러브게임으로 브레이크에 성공하면서 4-2를 만들었다. 클리스터스의 특기인 다리찢기 기술이 선보이자 팬들의 환호도 커져만 갔다.
클리스터스는 어려운 각으로 들어온 공을 무리 없이 다 받아내면서 되려 더 받기 힘든 공을 보내 보즈니아키의 고개를 설레설레 절게 만들었다.

보즈니아키는 (나이가 어려 겁이 없는지) 아무리 랭킹이 높은 상대와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 편인데 원조 여전사인 클리스터스의 패싱샷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어느덧 클리스터스의 서비스게임 방어로 5-2, 클리스터스는 첫 서브가 안 좋은 상대에 맞춰 서비스리턴 에이스로 포인트를 쌓아갔고 멋진 백핸드 위닝샷으로 듀스를 만들었다. 허나 보즈니아키의 스매시로 어드밴티지, 서브포인트로 게임을 지켜 3-5까지 만들었다.
마침내 클리스터스의 서빙포더매치, 챔피언십포인트가 다가오자 남편 린치가 물을 마시는 횟수도 늘어만 가는 반면 되려 클리스터스의 표정은 더욱 침착해져 갔다.
30:30에서 클리스터스의 포핸드가 위닝샷이 되며 챔피언십포인트, 패싱샷으로 보즈니아키를 오른쪽으로 몰아낸 뒤 시원한 스매시를 성공시키며 2009년 US오픈을 접수하는 데 성공했다.

시상식을 기다리면서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클리스터스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있을까. 얼른 남편에게 달려가기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그녀가 달렸다. 그리고는 코치들과 포옹한 뒤 남편과 입을 맞췄다. 지켜보는 보즈니아키의 표정은 슬픔보다는 부러움이 묻어났다.
이번 클리스터스의 우승은 US오픈 역사에 최초로 기록될 와일드카드가 챔피언이 된 역사를 만들었다. 더욱이 랭킹도 없는 상태에서 2005년 우승 후 처음 출전한 US오픈의 여왕으로 다시 거듭난 것은 분명 대사건이다.
2005년에 이은 4년 만의 타이틀 재접수였다. 클리스터스가 돌아왔다.
**와일드카드 클리스터스의 우승길 결승 캐롤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 7-5 6-3 준결승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6-4 7-5 8강 리 나(중국) 6-2 6-4 16강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6-0 0-6 6-4 3회전 키얼스틴 플립켄즈(벨기에) 6-0 6-2 2회전 마리온 바톨리(프랑스) 5-7 6-1 6-2 1회전 빅토리야 쿠투조바(우크라이나) 6-1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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