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이곳에 오신 ㅅ할머니는(90세) 고향이 전라북도라더니 말씀하시는 것이 영락없이 그쪽 사람 말투다.
“할머니, 반찬 더 드시겠어요?”
“괜찮여.”
“할머니, 물리치료 가시게요.”
“오늘은 나 못혀.”
하루는 아침 일찍 천혜관에 들렸을 때 어느 직원이 웃음 띤 얼굴로 이렇게 귀띔 해주었다.
“ㅅ할머니한테 재밌는 얘깃거리가 있다요.”
그렇지 않아도 ‘경로원이야기’소재가 궁한터라 반색을 하며 물었다.
“무슨 얘긴데요?”
“할머니가 날마다 일기를 쓰신데요. 글은 짧아도 재밌어요.”
‘아 참 그 연세에 대단하시구나.’
곧바로 할머니 방으로 향하였다.
“할머니, 죄송합니다만 저도 할머니 일기를 한번 보고 싶네요.”
“아, 그려.”
할머니는 똑부러지게 말하며 일기장을 선선히 내주었다. 며칠 분만 뽑아서 원문 그대로 옮겨보았다.
7. 3日 마태복음 테리전 보고 놀았음
어르신 한 분 오셨다
7. 8 月요일 구름 해
날마다 노는개 일이지 막내딸 와 놀다감
노인정(천혜경로원) 어르신하고 노는개 일이다
7. 14日 교회가야지
7. 16日 火요일 날마다 놀지 무엇해
오늘 여선생 와 율동이야 보고싶다 편하다
7. 20日 날마다 흐리다 구름구름구름
윤놀이다
7. 30日 火요일 날씨 구름 해
모욕도하고 이웃집(남의 방) 가 놀고 왔다
8. 1日 날씨 구름해
오늘은 놀다 새거리(간식) 빵3개(조각)씩 먹고 놀다 오후 새거리 옥수수 반조각 잘 받아먹었다
8. 6日 水요일 날마다 날마다 놀면서 자고 나서 테래전보고 날마다 놉니다. 고맙습니다
8. 15日 광복절날 광복절
8. 17日 土요일 아침밥먹고 일기쓰다
날마다 논다. 커피한잔 잠잔다. 점심밥먹어러 가야지
8. 20日 火요일 여자선생님들과 이야기했음
첫댓글 귀요미 울 어르신~~ㅎ
삶의 지혜를 늘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