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현대 대전략 시리즈를 소설화한 것입니다. *현실과 역사적 진실을 중시하는 만큼 현실성이 없거나 역사적 왜곡이 강한 시나리오는 철저히 배제하였으며, 특정한 국가나 조직을 비하할 생각은 일절 없음을 밝혀둡니다. *소설상의 내용연결 및 논리상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가상조직이나 단체를 넣었으며, 이 또한 현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 소설은 파워꼬레아, 조아라, 워포그넷, 유용원의 군사세계, 디코에서만 연재됩니다. *연재 주기는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 간격으로 1편씩 연재됩니다. -------------------------------------------------------------------------------------------------- 9월 6일 PM 7:01 프랑스, 브레스트 북서쪽 110km 지점 프랑스 항공모함 리슐리외
"호크아이와 라팔 전투기들이 모두 격추당했습니다!" 오퍼레이터가 비명 섞인 목소리로 보고했다. 함대 전방과 후방을 초계 중이던 라팔 2개 편대와 호크아이를 비롯해 이를 호위하던 라팔 4대, 그리고 영국공군을 막기 위해 출격했던 라팔 20여대가 모두 격추당했다. 싣고 있던 함재기들을 모두 잃은 것이다. "어서 돌아가야 합니다! 곧 적 전투기들이 우릴 공격하기 위해 몰려올 겁니다!" "돌아가다니? 대체 어디로 돌아간단 말인가?" 함장의 건의에 죠르쥬가 화를 버럭 내며 소리쳤다. 브레스트는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유일한 해군기지인 만큼, NATO와 UNSA가 이를 내버려둘 리 만무했다. 당장 순항미사일로 공격하거나 전투기들을 동원해 폭격하여 무력화시킬 게 뻔했다. 그리고 루아브르와 칼레와 같은 민간항구들은 항구 내, 외곽을 기뢰로 봉쇄한 상태라 입항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툴롱으로 갈 수도 없었다. 한 마디로 리슐리외 전단은 집 잃은 새 신세나 마찬가지였다.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친 죠르쥬는 뭔가를 결심하고는 입을 열었다. "작전참모." "예, 전단장님!" "상공에서 비행중인 대잠헬기들을 모두 후방으로 빼게! 그리고 전 함에 대공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적의 대함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라고 하게!" "예? 하지만 전단장님, 현재 전력으로 적의 대함미사일 공격을 막는 것은..." 작전참모가 뭐라 반문하려 하자 죠르쥬가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대령! 우리의 임무는 목숨을 바쳐서 적으로부터 이 바다를 지켜내는 것이지 도중에 임무를 포기하고 살아 돌아가는 게 아닐세! 어차피 우린 돌아가지 못하고, 설사 돌아가도 죽는 것은 마찬가지야! 그 차이는 고작 하루, 이틀뿐이란 말일세! 그런 이상,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최후까지 싸우다 죽는 것 밖에는 없네! 내 말 알아듣겠나?" 죠르쥬의 말을 들은 작전참모를 비롯한 함 내 지휘관들이 동의하듯이 일제히 침묵했다. 죠르쥬의 말은 사실이었다. 전투기의 엄호를 받지 못하는 리슐리외 전단은 미, 영국 해군에게는 만만한 먹잇감에 불과했다. 브레스트로 돌아가기도 전에 미, 영국 전투기들의 대함미사일 공격을 받아 전멸당할 수가 있었다. 설사 브레스트로 무사히 돌아간다 해도 다시는 바다로 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리슐리외 전단은 항구 내에 묶인 채 미, 영국 전투기들의 표적이 될 뿐이었다. 이래저래 죽는 것은 마찬가지인 상황인 이상 끝까지 싸우다 죽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해군은 함정이나 잠수함과 삶과 죽음을 함께한다. 해군은 거의 대부분의 기간을 함정이나 잠수함 안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특히, 육군과 공군이 유품을 기지에 남겨두는 것과는 달리 해군은 물건들을 모두 함 내에 보관한다. 즉, 함정과 잠수함은 바로 해군의 보금자리임과 동시에 무덤이나 마찬가지의 존재인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세상이 뒤집힌다 해도 변하지 않는 해군의 숙명이었다. "함대 진형을 대공방어진으로 변경한다!" 죠르쥬가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작전참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전기를 들어 죠르쥬의 명령을 전 함선들에게 하달했다. 잠시 후, 슈발리에 폴과 FREMM 1, 2번함이 리슐리외를 중심으로 대공 방어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9월 6일 PM 7:10 프랑스, 브레스트 서쪽 200km 지점
어둠이 질게 깔린 밤하늘을 배경으로 2쌍의 불빛들이 무수히 날아가고 있었다. 바로 제너럴 R.포드에서 출격한 F/A-18E 슈퍼 호넷들이었다. 2개 비행대대로 구성된 슈퍼 호넷들 앞으로 푸른색과 붉은색 빛들이 깜박이며 날아가고 있었다. 전후좌우에서 깜박이는 각 불빛 간의 간격은 슈퍼 호넷보다 2배 이상으로 넓었고 좌우 사이에는 긴 호스 같은 것과 막대기 같은 것이 각각 2개, 1개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끝에는 슈퍼 호넷 전투기 3대가 날아가고 있었고, 이러한 집단이 3개나 더 있었다. 이들은 바로 영국공군 소속 KC-30 공중급유기들로 슈퍼 호넷에 대한 연료보급을 하는 중이었다. 공중초계중인 라팔과 호크아이에 대한 미, 영 해군의 F-35 전투기들의 공격으로 인한 장시간 체공비행으로 연료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공중급유를 시작한지 몇 분이 흐른 뒤, 드디어 마지막 슈퍼 호넷들이 공중급유를 끝마쳤다. 공중급유가 끝나자 KC-30 급유기들은 공역을 이탈해 영국 본토로 돌아간 반면, 슈퍼 호넷은 기수를 영국해협 쪽으로 돌렸다. 이들 각 기체마다 양 주익에 하푼 공대함 미사일 4발을 달고 있었다.
9월 6일 PM 7:25 북동쪽 82km 지점 미 해군 버지니아 급 공격원잠 하와이
"함장님! 공격 위치에 도착했습니다." "알았다!" 칼의 보고에 대니얼이 대답하고는 리슐리외 전단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잠망경을 작동시켰다. 잠시 후, 잠망경 내에 바다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항모 리슐리외의 모습이 보였다. 잠망경을 좌측과 우측으로 돌리자 옆에서 리슐리외를 호위하는 FREMM 급 호위함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조그마한 불빛들이 천천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속도로 보니 대잠헬기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대잠헬기들이 이쪽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저놈들 왜 저러지?" "왜 그러십니까, 함장님?" "대잠헬기 말이야. 놈들의 대잠헬기들이 모두 이쪽 방향으로 오고 있는 것 같지 않나?" "예?" 칼이 놀라 묻자 대니얼이 망원경을 넘겨주었다. 잠시 후, 잠망경을 보던 칼이 눈을 떼고 말했다. "틀림없습니다. 대잠헬기들이 전부 이쪽 방향으로 오고 있습니다." "젠장! 급속잠항! 심도 100! 소나팀! 놈들의 함대진형을 확인하라!" "네!" 대니얼이 잠망경을 내리는 동시에 명령하자 소나장이 대답했다. 급속장함과정을 실시한 하와이함이 수중으로 내려온 후, 전술 디스플레이 화면에 리슐리외 전단의 모습이 나왔다. 리슐리외 전단은 항모를 중심으로 호위함들이 V자를 뒤집어놓은 역 V자형 진형을 취하고 있었다. "역시 그랬군!" 디스플레이 화면을 본 대니얼이 말했다. 대니얼은 그제야 왜 대잠헬기들이 서둘러 귀함했는지 알 수 있었다. 대공미사일 발사를 위해 공역을 비운 것이다. "대공 방어진을 형성하다니, 대체 저놈들이 뭘 하려는 겁니까?" "저놈들은 지금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네." "예?" 대니얼의 말에 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놈들은 함재기들을 몽땅 잃은 이상 브레스트로 돌아가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어. 돌아가는 도중 우리와 영국 해군 전투기들의 밥이 될 수도 있고, 돌아간다 해도 우리 연합군 전투기들과 순항미사일의 공격으로 해군기지와 함께 박살이 날 테니까.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셈이지. 그런 이상 이왕 죽을 바에 차라리 끝까지 싸우다 죽길 선택한 거야." "한마디로 최후의 발악을 해보겠다, 이거로군요." "그렇지!" 대니얼의 말에 칼이 맞장구를 쳤다. 어찌되었든 프랑스의 대잠헬기가 모두 착함한 이상 리슐리외 전단은 잠수함을 탐지,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이것은 한마디로 리슐리외 전단이 잠수함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공격의 막을 열어야 할 때였다. "어뢰는 준비됐나?" "네, 4발 모두 장전되어있습니다." 대니얼의 물음에 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와이 함에서 어뢰공격을 시작하는 것을 신호로 접근 중인 슈퍼 호넷 2개 대대가 일제히 대함미사일을 퍼부을 것이다. 칼의 대답을 들은 대니얼은 즉각 잠망경을 내리고는 사격통제장교를 보며 명령했다. "좋아! 그럼 공격을 시작해볼까? 사통반! 어뢰에 데이터를 입력해라! 목표는 전방의 프랑스 항모다!" "알겠습니다!" 대니얼의 말에 사격통제장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사통반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사통반 요원들은 컴퓨터로 Mk48 ADCAP 어뢰 4발에 리슐리외에 대한 데이터가 입력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사격통제장교가 대니얼에게 보고했다. "데이터 입력 완료! 발사준비 완료했습니다." "좋아! 1, 3번을 먼저 발사하고 3초 후, 2, 4번을 발사한다. 발사가 끝나면 어뢰발사관을 폐쇄하고 최대심도로 잠항함과 동시에 최대속도로 이 해역을 빠져나간다! 어뢰 발사관 전부 열어!" "알겠습니다! 어뢰 발사관 전문 개방!" 칼이 대니얼의 명령을 복창하자 하와이 함의 선수에 있는 4문의 어뢰발사관 덮개가 일제히 열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발사관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몇 초 후, 어뢰 발사관 개방과 충수가 끝나자 칼이 대니얼에게 보고했다. "어뢰 발사관 전문 개방 완료! 발사관 충수 완료! 발사준비 완료!" "1, 3번 발사!" "발사!" 사격통제장교가 대니얼의 명령을 복창하면서 발사 스위치를 눌렀고, 동시에 Mk48 ADCAP 어뢰 2발이 어뢰 발사관을 빠져나와 컴컴한 바다 속으로 돌진했다. 3초 후, 나머지 2발의 어뢰도 발사관을 빠져나왔다. 총 4발의 Mk48 ADCAP 어뢰는 마치 상어가 먹이를 향해 돌진하듯이 속도를 높이면서 리슐리외를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