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글자를 알려준다고 한글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한글을 가르치는 데도 순서와 원칙이 있다. 일단 아이와 함께 하는 생활 속에서 가장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그리고 어떤 식으로 한글을 알게 해주면 되는지 기본적인 사항을 알고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 새 아이는 스스로 한글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 많은 사물을 경험하게 한다 사물에 대한 풍부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알맞은 한글 학습법의 첫걸음이다. 아이에게 처음 세상의 사물을 보여줄 때는, 아이를 안고 정확하고 분명한 말로 풍부한 표현들을 써 가며 이야기해 준다. 이럴 때 아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애정과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어머 저 파란 하늘 좀 봐, 하얀 구름이 둥실 두둥실 떠가네." 하는 식으로. 사물에 대한 이름을 아이에게 들려줄 때에는 정확한 발음으로 반복해서 들려준다. 외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을 위해 친절을 베풀 때처럼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 준다. 예를 들면, 시계를 보여 주면서 "뻐꾹, 뻐꾹, 뻐꾸기 시계가 12시를 알리네. 이제 점심을 먹어야겠네. 시계, 시계." 하면서 강조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각 사물의 이름을 말할 때, 아이를 안고 흔들거나 리듬있게 말해주면 훨씬 좋아한다. 또, 여행이나 동물원, 시장에 데리고 갈 때마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가 아는 사물의 양이 많아질수록 사물에 대한 통찰력도 생기고 한글 학습도 그만큼 쉬워진다. 아이가 한창 지적인 호기심이 강하고 받아들일 능력이 있을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좋아하는 사물을 문자와 함께 보여준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탐구하고 흥미 있어 한다. 아이에게 "따르릉 전화는 어디 있지?"라든가 "냠냠냠, 맛있는 우유는 어디 있을까?"라고 말하면서 시선을 그쪽으로 향하게 하거나 손으로 가리키게 한다. 아이는 자기가 관심 갖고 좋아하는 사물이라면 아무리 많은 사물과 섞여 있어도 쉽게 구별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주변에서 쉽게 반복적으로 볼 수 있는 문자를 중심으로 가르치면 추상 세계인 문자라도 아이는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일단 아이가 문자를 자신의 세계 속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아이의 흥미가 깨지지 않는 한 무리없이 한글을 익힐 수 있다. 아이 이름을 써서 보여주거나 집안 물건들 이름을 적어 붙여 놓고 반복해서 읽어 주는 것도 아이들이 글자에 쉽게 친숙해지게 하는 방법이다. 또,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물건들에 적혀 있는 글자를 이용해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인 읽기 지도 방법이다. 길을 걸으면서 간판에 적혀 있는 문자나 멈춰 있는 자동차 번호판에 쓰여 있는 글자나 숫자도 읽어 준다.
◆ 하나의 사물에는 하나의 문자가 있다 아이에게 하나의 사물에는 하나의 문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자를 얘기할 때는 사물에 대한 이미지를 전제하고 아이에게 얘기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는 사물에 대한 다른 모습으로 문자를 받아들이고, 각각의 사물에는 다른 모습이 있듯이 문자도 서로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때 아이가 조금 혼동하거나 틀리게 말해도 상관없다. 일단 아이가 글자를 통해서 사물의 모습을 느낄 수 있으면 되고, 문자를 가지고 놀려고 하기만 하면 일단은 성공한 것이다. 즉, 꽃을 알고 있는 아이가 '꽃'이라는 문자를 볼 때, 꽃에 대한 고유한 느낌을 떠올릴 수 있으면 된다. 따라서 문자의 쉽고 어려움의 차이는 글자의 복잡성이나 길이에 따른 차이가 아니고, 얼마나 그 사물에 대해서 알고 있고 좋아하고 있으며 풍부한 느낌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사물 학습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이 문자 학습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 스스로 깨닫게 한다 통찰력을 기르는 한글 교육은 글자를 외워서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서로 비교해서 스스로의 느낌으로 한글의 법칙을 깨닫는 것이다. 특히, 두뇌를 계발시키는 한글 교수법은 상상력을 높여 주는 교수법으로, 궁극적인 목적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데 있다. 아이가 주체적인 느낌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고 그 사물에 대응되어 있는 문자들간의 관련성을 깨닫게 되면, 아이는 문자 세계의 법칙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어떤 문제에 부딪치더라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두뇌 구조를 갖게 된다. 이러한 능력을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하는 한글 읽기 학습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두뇌 시스템을 갖추는 데 있다. 통찰력은 사물과 사물의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차이점과 동일성을 발견하는 능력을 통해서 얻어진다. 한글 법칙을 깨닫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보아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며, 이때 어머니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기다리면서 문자 환경을 단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다.
◆ 패턴으로 읽게 한다 패턴으로 읽는다는 것은 글자를 하나 하나씩 떼어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사물에 대한 하나의 느낌을 전제로 하여 하나의 덩어리로 읽는 것을 말한다. 즉, 글자를 낱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단어로 가르치는 방식을 말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패턴 인식 능력이 뛰어나고 또, 아이들이 생각하는 우뇌 방식을 존중한 방법이다. 만약 아이에게 한글을, 글자 하나 하나 따로 떼어 읽으라고 한다면 아이는 아무런 느낌이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금방 싫증을 내게 된다. 한글을 익히는 목적은 단순히 글자를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두뇌 계발을 위한 한 방법이므로, 아이가 글을 읽을 때 영상 이미지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 시를 읽어 주는 것도 한글 학습에 아주 좋다. 시를 분석하고 언어 하나 하나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주 읽어 줘 아이가 자연스럽게 느낌을 갖게 하면 된다. 특히, 음률이 반복되는 시를 아이는 좋아한다. 재미있는 의성어나 반복되는 어귀는 아이의 흥미를 돋구기 때문이다.
◆ 낱 글자가 아니라 덩어리 문자로 읽게 한다 그러므로 아이의 느낌이 존중되기 위해서는 낱 글자가 아닌 덩어리 문자로 한글을 가르쳐야 한다. 그 다음은 아이가 통찰하면서 분석해 들어간다. 이것은 온전히 아이의 몫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유행가를 통째로 잘 외우는 것도 패턴 인식 능력이며, 흔히 바둑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패턴 인식 능력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글을 패턴 학습으로 익힐 경우, 비슷한 글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즉, 부동산을 부엉이라고 읽기도 한다. 아이는 '부엉이'라는 글자의 이미지를 머릿속의 영상과 함께 결부시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특히 '부'라는 형태('부'자가 아니다.)에 관심이 좀 더 집중되어 있을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여전히 아이 머릿속에 있는 그림은 부엉이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부동산을 보고도 아이는 부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 틀렸다고 말하거나 부엉이의 '부'자라고 낱 글자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우선 아이의 머릿속에 살아 있는 이미지를 존중해서 "그래, 잘 하는구나, 부동산이네." 하면서 부엉이와 부동산을 같이 보여준다. 그러면서 부엉이에 대한 느낌을 강화시켜주고, 동시에 부동산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렇다고 일일이 비교해 가면서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아이의 느낌에 맡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가지는 느낌에 대해서 긍정적인 강화(칭찬)를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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