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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유로운 만남의 휴식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캄시
쌍춘년 유래가 어디에 있는거야 | ||||
어느 문헌에도 기록 없는 ‘졸속풍습’… 역술인·민속학자들 “근거 없는 풍속” 쌍춘년이 올해 처음 언급된 것은 해외 소식을 통해서다. 중국에서는 닭의 해(음력 기준)에 결혼하는 것을 꺼린다. 특히 지난해 음력에는 입춘인 2월 4일(양력 기준)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결혼하지 않았던 커플들이 올해 결혼식을 올리는 바람에 올해 봄 유명 연회식당마다 예약 만원 사태를 빚은 것. 이런 내용이 신문과 텔레비전의 해외 소식을 통해 보도되면서 한국에도 뒤늦게 ‘쌍춘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3월부터 시작된 쌍춘년 보도는 4월 들어 절정에 달했다. 이 보도는 바로 혼수업계에 훈풍을 가져다줬다.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의 이미경 브랜드전략팀장은 “2월 말부터 쌍춘년 이야기가 나오면서 서서히 시작되던 열풍이 점점 가속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쌍춘절에 더해 ‘내년 돼지띠에 아이를 낳는 것이 좋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올해 결혼해야 한다는 속설이 더욱 신빙성있는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쌍춘년 주장 역술인 마다 의견 달라 올해 음력은 2006년 1월 29일부터 2007년 2월 17일까지. 7월 윤달이 끼면서 385일이 된다. 쌍춘년을 주장하는 역술인들은 입춘인 올해 2월 4일(양력 기준)과 내년 2월 4일이 모두 올해 음력 안에 들어감을 쌍춘년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봄의 왕성한 기운을 상징하는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는 해인 만큼 결혼에는 더 없이 좋은 해라는 주장이다.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 회장은 “쌍춘년이 1922년·1982년 임술년 이후 몇십 년 만에 돌아왔다”면서 “올해 결혼을 하면 백년해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특히 병술년에 맞이하는 쌍춘년을 강조했다. 병술년과 입춘 2번, 윤7월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백 회장은 “올해 병술년의 병(丙)은 하늘의 태양을 의미하고 술(戌)은 옥토를 의미한다”면서 “하늘의 태양이 옥토를 비추니 청춘남녀가 짝을 맺으면 부부가 화합하고 훌륭한 자식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술인협회 강판석 부이사장 역시 “입춘이 두 번 있는 쌍춘년이 200년 만에 왔다”면서 “봄이 두 개라는 뜻으로 보면 왕성한 기운으로 결혼하기에 좋다는 의미가 된다”고 말했다. 신문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이들 역술인의 주장과는 달리, ‘쌍춘년’ 현상에 대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역술인도 많다. 김광일 철학원의 김광일 원장은 “쌍춘년이라고 해서 결혼 날짜를 잡으러 오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러나 쌍춘년은 근거가 없는 이론”이라고 잘라 말했다. 결혼하는 당사자의 사주에 따라 길년 길월 길일이 있지 누구에게나 다 좋은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개인의 행복과 불행은 자기 복에 따라 달라지지 어느 해를 택한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남덕역학연구원의 남덕 원장 역시 쌍춘년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남 원장은 “역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별로 의미가 없다”면서 “풍속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역학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주아카데미의 노해정 대표는 “우리나라 풍습이 아니라 중국에서 유래된 풍습으로, 올해 초에는 조용하다가 해외 소식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면서 “황사에 비유할 수 있는 문화적인 오염으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입춘이 양기가 움트는 시작을 의미하므로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가정에 불과하지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올해 쌍춘년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결혼을 예약하는 붐이 일었다. 화교 출신인 아세아연합신학대학 우심화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이데올로기가 완화되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되면서 옛날 서민들 사이에 잠복돼 근근이 내려오던 풍습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쌍춘년을 들었다. 우 교수는 “윤달이 끼면서 봄이 두 번 있는 해에 행운이 있을 거라는 관념이 중국인들 사이에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2004년도 쌍춘년은 그냥 지나가 노해정 대표는 쌍춘년이 최근에도 있었다는 예를 들었다. 2004년도 쌍춘년이었다는 것. 노 대표는 “이 해에도 입춘이 두 번 들어 올해와 같은 쌍춘년”이었다면서 “그런데 올해처럼 요란스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음력에 입춘이 두 번 들었지만 언론에는 ‘쌍춘년’이라는 표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우심화 교수는 “2004년에는 중국에서 쌍춘년이란 말이 나온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운산 회장은 “입춘이 두 번 들었다고 쌍춘년이라고 하지 않는다”면서 “올해 병술년의 쌍춘년이 특별히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갑신년 원숭이해였던 2004년의 경우 갑(甲)이 나무이고 신(申)이 금이므로 ‘나무가 금 밑에 살 수 없다’는 것이 백 회장의 주장. 쌍춘년이라 하더라도 영향이 적었다는 것이다.
‘돼지띠 아이를 낳는 게 좋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역술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노해정 대표는 “돼지가 복과 다산을 상징해 어른들이 좋아하는 띠지만 쌍춘년과 따로 봐야 할 뿐더러 내년 돼지띠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광일 원장 역시 “돼지띠가 복이 있고 좋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쌍춘년의 의미를 강조하는 백운산 회장도 “쌍춘년은 결혼에 대한 의미이지 내년의 돼지띠 아이 출생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쌍춘년 논란’에서는 역리학적 근거와 민간 속설과의 관계를 잘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달에 이사나 이장을 하면 좋다는 이야기처럼 어떤 역리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기보다는 민간에서 전해내려오는 것이니만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판석 부이사장은 “쌍춘년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를 두고 근거를 대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강 부이사장은 “음양오행설 등이 중국에서 들어온 것처럼 많은 풍속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중국에서 쌍춘년을 길년으로 여기는데 한국에서도 길년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역사전문가는 “풍속은 풍속대로 봐야 한다”면서 “봄의 기운이 많이 넘치는 해에 결혼하면 좋다는 이야기는 예전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풍속 그 자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백운산 회장은 “중국 당나라 때부터 쌍춘년 풍습이 시작됐다”면서 “우리나라는 고려 말기에 시작됐으며 조선 초·중기에는 뜸했다가 숙종 때부터 쌍춘년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쌍춘년이 기록된 문헌에 대해서는 “역사책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야화 형식으로 전해진다”는 것이 백 회장의 설명이다. 백 회장은 “주역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역학계에서는 쌍춘년을 인정할 뿐더러 쌍춘년에 결혼한 부부들의 이혼율이 다른 해에 비해 적었다는 통계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통계인지, 어디에 실린 통계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찾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기형적 붐” 쌍춘년을 부정하는 노해정 대표는 “윤달에 수의를 짓고 이장을 하는 것은 공(空)달이니까 나쁜 액이 없다는 세시풍속에 따른 것이지만 쌍춘년이라는 것은 세시풍속에도 없는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비판했다. 역술의 근원인 명리학과 민간 속설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방대학원 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김영배 교수는 “명리학은 사주·주역을 중심으로 자연법칙에 따라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속설 또는 미신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속설은 옛날부터 민중들이 위안을 삼기 위해 만든 것으로 자연법칙을 근거로 한 주역 등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쌍춘년이란 것은 역리학 원전에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쌍춘년·윤달 같은 민간 속설은 크게 신뢰할 것이 되지 못하므로 정통한 명리학자는 이런 것이 아닌 사주·주역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민속 전문가 역시 쌍춘년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동대 민속학과 김명자 교수는 “최근 쌍춘년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문헌을 찾아보았으나 쌍춘년이라는 용어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달이 결혼하기에 좋은 달이라는 사실은 동국세시기에 나오지만 쌍춘년이라는 표현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쌍춘년이라고 하면서 발렌타인 데이나 빼빼로 데이처럼 장삿속에 휩쓸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 임형진 연구관은 “이전에 쌍춘년이란 것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알기로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기형적인 붐으로 무슨 무슨 `데이’처럼 상업적으로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