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4월 12일 수요일 맑음
오늘은 바쁜 날.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기쁜 날, 26분회 창립 총회에 참석하러 대전 가는 날이다.
장모님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모처럼 만이다.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섯밭으로 향했다. 하나라도 더 따야지. 이제 버섯도 저물어 간다.
1/3 자루 정도를 따서 건조기에 넣고 돌렸다.
“건조기에 넣으면 빛깔이 좋아져”하신 장모님의 말씀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밤나무 접붙일 준비를 세밀히 점검했다. 접도, 비닐테이프, 본드 등 하나하나를 챙기며 작년의 실패를 거울삼아 필승을 다짐해 본다.
작년에는 경험 부족으로 접순 준비에 실패를 했었다. 접순을 땅에 묻었는데, 접순이 마르고 병이 와서 98%가 죽었었다. 올 해는 냉장실에 보관을 했는데, 접순이 싱싱하여 희망을 품어 본다.
그래도 작년의 실패 덕분에 접붙이는 기술이 어느 정도는 숙달될 수 있었다.
오늘의 접순은 ‘한가위’. 3월에 분양받은 신품종 조생종 묘목에서 잘라낸 것이다. 양이 많지 않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접순 60개를 마련하고, 비장의 각오로 출정했다.
불당골 왼쪽 편, 한가위 묘목을 심은 곳에서 시작한다. 한가위 단지를 만들려고.... 1년 만에 하는 접붙이기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속도가 붙는다.
첫 작품을 완성하고 이 만큼 떨어져 감상하니 그럴듯하다.
살아주기만 학수고대하고 “꼭 살아 다오” 애원을 한다.
오후까지 60개를 다 붙이고 나니 벌써 4시다.
찬물을 뒤집어쓰니 정신이 번쩍 난다. ‘서둘러야 돼. 늦으면 안 되지’
고속도로를 씽씽 달리면서도 ‘오늘 어떤 분들을 만날까 ?’ 궁금하다.
집에 들를 새도 없어 안사람이 승용차 열쇄를 가지고 나와 대기하다 건네준다.
가오동 외식에 도착하니 5시 50분, ‘휴’ 안도의 숨이 뱉어진다.
날이 길어져서 그런지 식당은 한산했다. 그럴듯한 누구도 보이지 않아 쑥 들어가기도 멋적었다. 1분회 형제이신 강미순 사장님을 찾아보는 등 한참을 망설이다가 들어가니 “이기연씨는 2층 207호실입니다. 벌써 많이 오셨어요” “예 ?” 시계를 보니 6시 1분. 보통 30분은 지나야 자리가 채워지는 운사모 모임에 익숙해진 나인지라 너무 일찍 들어가면 무안해 하실 것 같아 멈칫댔는데 내가 제일 늦은 것 아닌가.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놀랐다. 이미 빈자리 없이 꽉 메운 신규 형제님들의 숫자에 놀랐고, 웃고 떠드는 소란스럼도 없이 정숙한 분위기에 놀랐다.
주욱 일어나셔셔 인사를 하시는데 낯이 익은 분들도 여럿 되고 처음 뵙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중앙에 마련해 둔 내 자리에 앉아서도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내 소개에 이어 운사모를 소개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할 얘기는 남았는데 식탁에 차려놓은 석갈비가 탈 것 같아 마무리 했다. 다음은 각자 소개를 하는 순서가 있었다.
이때부터 이기연 분회장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임 분들이 모두 젊은 분들이어서 대부분이 가오초 선생님들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일어서서 자신을 소개하시는 형제님들이 모두 서로 다른 직장이었고, 선생님, 스포츠 강사님, 주무관님, 행정실장님, 보건교사님, 보험설계사님까지 아주 다양했고, 학교도 연령도 서로 다랐다. 공통점은 이기연 교감님을 좋아하고, 무조건 따른다는 점이었다. 분회장님 말씀대로 “오늘 모여봐. 함께 할 일이 있어” 단 두 마디에 우르르 모여들어 26분회 형제님들이 되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의 팬클럽에서 만나면 얼싸안고 반기듯이 서로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스스럼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여기저기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기연표 화합탕이 끓어 오르고, 구수한 냄새가 마음속까지 적셔오는 것을 체험하면서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분회장님이 술병을 들고 한 바퀴 도시는 동안 앞자리 형제님께 물었다.
“이기연 분회장님의 어떤 면이 좋으셔서 따르십니까 ?”
“예, 다 좋아요” 이구동성이다. 그러더니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배려” “신경 써 주심” “챙겨 주심” “자상” “인물을 키워 줌” 끝이 없다.
이기연하면 무조건 좋단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신경써주고, 챙겨주는, 의리의 여장부가 이기연이었다. 겉으론 변함없는 의리와 인화의 향기 때문에 믿음과 따름이 따라오고, 안으로는 긍정, 적극, 몰입, 헌신으로 신뢰와 인정을 받는 거인이었다.
‘내가 많이 배워야 겠다. 내가 부족한 점을 아직 어린 그녀는 이미 갖추고 있구나.’ 오늘 식사도 분회장이 쏜단다. 나는 얻어먹기만 하고..... 통도 크다.
내 할 일만 알았지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 나를 많이 반성했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접어두고 이제부터라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구름 위에서 놀다 자리를 피해드렸다.
모처럼 만난 반가운 분들끼리 즐기시라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오니 또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술과 안주로만 채운 배가 출출했다. “뭐 좀 먹을 것 없나”했더니 “호떡 궈 줘요 ?” “응, 호떡, 이 밤중에 ?” 안사람이 두말없이 옷을 걸치고 일어선다.
“비래스토어까지 가야 돼. 누가 날 납치하면 어떻게 해 ?”
“그만 둬. 비래스토어, 거기까지 언제 갔다 와 ?” 15분이나 걸리는 거리다.
그랬더니 충정이가 따라 나선다. 엄마의 보디가드가 된다고.....
오늘 참 별일도 많다. 안사람도 충정이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한 밤중에 뜨거운 호떡은 유난히 맛이 있었다.
‘내가 오늘 어른 말을 잘 들었나 ?’
‘요새 행복은 떼로 몰려다니나 보지 ?’